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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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에 이런 표현은 뭣하지만, 재미있다. 만약 이 책이 영화라면 'xx영화제 수상작'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을 정도다. 에피소드 하나하나 마다 생동감이 넘친다. 거기다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는 저자의 균형감각과 통찰력이 잘 어우러져 있다. 푸짐한 한 상을 받은 기분이다. '더티 워크'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고 그 결말은 '을들의 전쟁'이다. 교도소 내 학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당장 짤려도 타격이 적은 중산층 독신남성이다. 교도소에 남은 비슷한 계급,비슷한 인종의 사람들은 교도관과 재소자로 갈려 서로 폭력을 행사한다. 착취적인 도축산업에 생산된 고기를 먹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더티워커일 가능성이 많다. 이제는 도덕성조차 상위계급이 독점하는 시대다. 품위있고 선량한 시민은 미군의 드론공격을 비분강개하며 규탄하지만 그 길말고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드론전투원들은 속으로 '퍽유'를 날린다. 이 관점이 트럼프가 왜 득세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들을 다 보기에는 기존의 편리함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전기는 지금도 할머니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는 밀양에서 온 건지도 모른다. 휘황한 서울의 야경이 이제는 너무 밝게 느껴진다. 책에서도 쓰여있듯  도시의 삶은 이미 착취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에 그래도 희망적인 어조를 보여주지만, 하나의 인프라-그게 자본주의든 현대기술문명이든- 에 적응된 사람이 다른 삶을 상상하기도,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일요일 오전에 읽으면 하루 순삭을 경험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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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법사위 청문회가 떠오르는 걸까..


이처럼 교도소의 더티 워커, 나아가 모든 더티 워커가 담당하는 또 하나의 필수 기능은, 그들로서는 결국 아무런 힘도 쓸 수 없 - P119

는 비인도적인 시스템에 대한 비난을 받아내는 것, 그럼으로써 그들보다 훨씬 더 힘센 사회적 행위자들이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힘센 행위자가 누구인가 하면, 그들의 윗사람만이 아니라 국민의 포괄적인 동의하에 일하는 판사와 검사, 선출직공무원이다. 데이드의 교도관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교도소시스템을 운영하는 사회의 대리인이다.  - P120

 "우리가 쓰레기를 내다 버리면 쓰레기가 어디론가 치워지잖아요. 우리는 그 쓰레기가 어디로 갈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생각할 때는 매립지가 다 차서 새 매립지를 살 돈을 낼 때뿐이죠."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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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스기타 슌스케 지음, 명다인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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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남자는 약자일 수 있는가?-> '피해올림픽'은 의미가 없다.  '유리지하실'은 존재한다는 입장. 오히려 약자남성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소수자정체성이나 연대조차 힘들다.


둘째 그렇다면 약자남성은 어떻게 살것인가? ->안티페미니즘이나 외국인혐오 등으로 흑화하는 것은 적을 잘못 찾는 것이다. 차라리 '인셀 레프트'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길조차 막혀 있다면... 그래도 타인을 증오와 혐오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자신의 삶의 존엄을 스스로 찾아라. 이 대목에서 저자가 묘사하는 삶의 모습은 영화 '패터슨'이나 '퍼펙트 데이즈'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발밑을 확인하면서 한발한발 내딛다 고개를 들면 어느새 길이 끝나있을 거야..  . 더 거친 버전으로는 <인간증발>(레나 모제,책세상)에서 등장하는 가마의 일용 노동자가 있다. 거칠고 삐딱한 가마의 일용노동자는 상처투성이의 인생을 안고, 이빨이 빠진 채로 끝까지 자신의 두 다리와 두 팔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힘이 다했을 때, 고통 속에서 이름없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삶에서 숭고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경쟁적이고 일과 돈벌이에 몰빵하는 남자보다 여러 커뮤니티와 연대를 추구하는 여자가 더 실속이 있다. 저자 역시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정서적으로 감기는 데가 있다. 반면 내용이나 논리가 약간 부실하다는 느낌은 든다. 그러니까 이건 에세이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인셀테러",로라 베이츠,위즈덤하우스)이 전부는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책은 '힐빌리의 노래'(J.D.밴스, 흐름출판)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이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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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남성들은 고된 삶과 취약성이라는 복합적인 요인들로 힘들어하다 일반적인 ‘국민‘이나 ‘시민‘의 틀에서 탈락했다. ‘평범‘하고 ‘착실한 생활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소수자는 차별당하는 속성을 무기로 내세워 정체성 정치로 전환할 수도 있다. 부당하게 억압된 권리를 주장할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처지가 더 낫다는 의미는아니다.
하지만 소수자 속성이 없는 ‘남성‘들은 정치성을 띨 수없다. 연대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개인이 충분히 성찰할 여유도 없다.
이렇게 되면 내면의 불행, 고뇌 그리고 약함에서 비롯된마음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안티‘나 ‘인셀‘의 어둠으로 빠지기 쉽다. ‘안티‘와 ‘인셀‘이 주는 강렬하고 일시적인 감정은 그들을 한 집단으로 묶어주며, 인터넷 전장에서 ‘적‘
과 싸우면 적어도 고양감과 보람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길은 구원으로 향하지 않는, 너무도 슬프고 암울한 길이 아닌가 - P57

비정규적이고 주변적인 남성들은 어쩌면 남성 특권에 보호받은 패권적인 ‘남자다움‘과는 다른 가치관, 즉 성과주의, 능력주의, 우생학, 가부장제 가치관을 대체할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가치관을 발견해낼 기회를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돈도 없고 무지하고 무능한 남성들이,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공격하는 행동을 극복하고, 행복하고 착실하게 살아간다면 그것 자체로 혁명적인 실천이 아닐까?
이러한 생활 방식,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는 같은길을 뒤따라올 남성들에게 작은 빛과 용기를 줄 것이다.
약자 남성들의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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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직면한 생태학적 곤경의 뿌리에 도사린것은 경쟁적인 생산 지상주의 논리인데 생태 관료주의는 이런 논리를 - P92

재고하려 하지 않고 생태학을 자원 효율과 위험 관리를 목표로 하는경영 전략의 집합으로 축소한다. 나머지 세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북반구에서도 이미 이루어낸 생산성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명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는데도 이것을 기술의 문제로만 다룬다. 생태 관료주의가 떠오르면 사회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해야 하는가 같은, 사회 윤리를 둘러싼 근본적 논의가 묻힌다. 그리고 서구인의 욕망이 서구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암묵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며 생산에 모든에너지를 쏟아붓지 않고 낮은 수준의 상품 거래를 일부러 선호하는사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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