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지금 20대들은 해외축구에 파삭하드만,나는 일부러 해외축구를 챙겨보지는 않는다. 하도 호날두, 메시거리니까 그냥 나의 안중에 둘의 모습이 간간이 들어오곤 한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던 중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어차피 아는 선수 데헤아와 호날두 이니에스타 정도니 경기 중에는 호날두 밖에 보이지 않았다. 처음으로 호날두가 출장하는 경기를 풀로 볼 수 있었다.호날두의 경기를 보는 중에서 내가 느낀 것은 그가 축구하는 모습이 흡사 "장인"같이 보였다는 것이다. 마치 무슨 인간문화재가 예술품하나를 완성시킬 때 느껴지는 집중력, 자신의 창조물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모습, 게다가 시간끄는 스페인 선수에게 웃으면서 공을 던져버리는 가오까지. 바로 내가 지금껏 바라마지 않았던 아우라였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분명한 목적의식에 차 있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심지어 후반 시작전에 락카룸에서 코를 탁 풀고, 뛰어서 구장안으로 들어오는 장면까지 멋있었다. (후줄근한 아저씨가 이 동작을 하면 진짜 지저분하다.) 그렇다. 축구장은 그의 나와바리고 그는 프로인 것이다. 축구는 그의 단순한 밥줄이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일 것이다.다. 인상적인 장면은 페널티킥과 프리킥을 차기 전의 그의 행동이었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르는 모습을 사무라이가 서로 한합을 겨루기 전의 모습 같았다. 그 때 느껴지던 진지함과 신중함, 그리고 겸손함. 마치 미지의 모험을 눈앞에 둔 탐험가처럼. 그는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하고 집중하고, -에스에프 영화라면 에네르기파가 모이는 장면이 나왔을 것이다. - 알수없는 미지의, 미래의 순간을 향해 자신을 던질 것이다.그는 페널티킥과 프리킥 모두 성공시켰다. 그 때, 호날두의 모습은 정말 말로만 듣던 신계의 모습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질투심을 느꼈다. 어째서 어떤 사람만 재능과 그 재능을 꽃피울 기회와 그 재능을 유지할 성실성을 타고 난단 말인가.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겹쳐서 그를 러시아의 축구장 프리킥 라인 앞에 서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호날두들이 그런 순간의 어긋남 때문에 그 자리에 서지 못했을까. 호날두는 아마 신이 이끌었을 것이다. 그래서 , 데헤아가 멍하니 쳐다보는 골을 만들어냈다. 당장 회사에 와보라. 자신의 일을 가지지 못한채 하루종일 자리에 앉아 기계와 씨름하며 손가락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보면 사무직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은 좀 크로테스크한 느낌마저 든다. 가라앉은 앙금처럼 체념과 절망감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닳은 사람들이 너털웃음과 구린 유머로 순간을 감춘다.
얼마 뒤 포르투갈과 이란전을 하이라이트로 봤다.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모습. 여전히 인상적인 것은 그가 킥을 할 때 스페인전에서 느껴지던 진지함과 겸손함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킥을 하기전 딴청을 피우는 척하다 시선을 골대로 돌리는 장면은 연극적이었다. 아마 호날두는 자신의 얼굴이 TV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을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집중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내가 느낀 건 이거다. 호날두가 이란 선수들을 깔봤군,,,,신계의 인간도 빈틈이 없는 건 아니었구나... 결국 이란과 비긴 포르투갈을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게 지며 탈락했다. 아마 호날두가 그 킥을 성공시키고, 이란을 이겼더라면 아마도 16강에서 우루과이를 만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그의 순간들을 계속 이어갔을 것이다. 어쨌든, 누군가는 축복받는다. 그에게는 삶이 그렇게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