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패닉 - 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 팬데믹 시리즈 1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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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기간에 이 책을 읽는 우를 범했다 지금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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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빨고 은행 털기


최근 마스크 안 쓴다고 주의를 받으면 열폭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괜히 쎈 척 하고싶거나그런 지적을 받는 것이 무시당했다고 느껴서 그런 것 아닐까? 사실 쎈 척 하고 싶으면 "차라리 타이슨의 거시기를 건드리는게 낫지 않을까?" 지하철에서 ㅈㄹ한 그 사람도 만약 상대방이 타이슨 같은 사람이었어도 그렇게 폭발했을까? 예전에 타이슨이 출연한 영화에서  게이로 설정된 상대방이(아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던가?) 타이슨에게 들이대는 장면이 있는데, 폭발직전의 타이슨의 연기를 본 누군가가 댓글을 이렇게 달아 놓았다. "자신의 용기를 증명하고 싶으면 차라리 타이슨의 거시기를 건드려보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사실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느정도 쫄아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 꼬박꼬박 교통신호를 지키고, 출근시간을 준수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고(요새는 부하 눈치도 본다) 공화국의 선량한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지, 9시 출근 따위 교통신호 따위는 개나 줘버려 하고 막나가는 캐릭이 나오는 영화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가 느끼는 가장 큰 공포가 죽음과 안전에 대한 공포일 텐데 뭇 상남자들이 목숨 따위는 껌값이지 하면서 막 총질을 하는 영화가 나오는 이유가 이런 카타르시스를 노린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개맛가는 캐릭들이 모인 영화 중 먼저 떠오는 것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 총 맞아도 이삼일은 괜찬아 하고 피흘리며 죽어가는 동료 은행털이를 위로하거나 인질로 잡은 경찰 귀를 자르는 캐릭을 보면 음 그래 저 동네 참 개판이군 싶다. (이 영화 처음 봤을 때 성인영화 처음본 것 처럼 띵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발견한 막나가는 은행털이 영화로는 <킬링 조이>가 있다. 역시 타란티노 군단? 의 일원이 감독한 영화라 그런지 같은 맥락의 캐릭이 대거 등장하는데, 개맛가는 정도를 따지자면 아무래도 이 쪽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이들의 모토는 "목숨 따위는 신경쓰지마, 여기 마약이 있으니까" 정도다. 또라이의 디테일이 전부 특출하달까, 코믹과 잔인함이 묘하게 겹쳐서 이게 뭐지 하고 실소가 나온다. 이들이 과거에 프랑스68 혁명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뉘앙스가 있는데 괜히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  곧 총 맞아 죽을 놈들이 오늘 저녁 은행 턴 돈으로 뭐하고 놀까 고민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걍 어이없다..  

  젊을 때의 줄리델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영화 진자 매력은 장 위그 앙글다드(?) 라는 메인 빌런이다. 처음 보는 배우지만 프랑스에서는 제법 인지도가 있는 듯. 총과 피로 장난 치는 캐릭이랄까.  정말 표정, 동작하나하나가 캐릭에 착착 감긴다.  감히 예상해보건대 1994년 작인 이 영화를 돈 좀 더 들여서 리메이크 하면 분명 다크호스 같은 대박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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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이 답이다 -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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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보면 저자는 분명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쓴 것 같은데 오히려 나는 진화심리학이란 모든 인간행동을 생존과 번식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하는 학문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라면 이런 생각을 오해라고 말할 것 같다. 만약 인간의 행동을 생존과 번식이라는 차원에서 해석가능하다면 그건 서글프고 허무하지 않을까. 인간은 언젠가는 죽기 때문이다.자기 아들 보면서 내 유전자가 살아남으니 난 죽어도 괜찮다고 어느 정도는 위안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허무와 비애를 완전히 덮기엔 불가능할 것 아닌가. (근데 왜 또 하필 아들인가)  알쓸신잡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알쓸신잡 대본을 책으로 쓰면 이 정도 되지 않을까. 그 정도로 쉽게 읽을 수 있다. 깊이가 얇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쉽게 쓴 한 문장이 아마도 여러가지 과학적인 여러가지 노력이 겹쳐서 나온 결론일테니. 하지만,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미지수다. 무릇 설득력이란 관련된 증거와 반대증거를 반박하는 논리같은게 등장하여야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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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 - 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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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돌본다는 것, 그건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라는 이야기. 책의 후반부와 전반부를 저자의 동의를 얻어 바꿨다는데 출판사의 탁월한 선택임, 어째 만화 <헬로우 블랙잭>이나 <의룡>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은 부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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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늦지 않았다 - 마쓰모토세이초, 반생의 기록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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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대가들의 성공스토리 뒤에는 대부분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고 말한게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였다. 과연,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데이브 힐튼의 2루타를 보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마루야마 겐지는 데뷔작이 아쿠타카와 상에 당선되며 무역상사의 고졸 신입사원에서 소설가로 극적인 변신을 했다. 나는 전부터 예술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한 신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 때 마다 자문하곤 했다. "나에게 정말 재능이 있는가?" 오래전에 구로와사 기요시가 내한해서 관객과의 대화를 가질 때(진행을 영화평론가 김성욱이 했다) 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본인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구로사와 감독의 답인 즉, 매 장면을 찍을 때 마다 나 천재 아냐 하는 감탄과 나에겐 재능이 없다는 자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답은 궤도를 이탈해서 다른 길을 가고 싶어하는 나에게 용기를 주진 않았다. 다른 관객이 비슷한 질문을 또 했고, 구로사와 감독이 왜 이렇게 짖궃은 관객이 많냐고 헛웃음을 짓던게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실격 사유라는 것을. 예술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고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 정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조차 묻지 않는다.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숨을 쉬듯이, 숨쉬는 것 말고는 생존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냥 그 일을 하는 것이다. 

42살에 소설가로 데뷔한다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지금이야 42살이라고 해도 예전보다는 이펙트가 덜한 것 같은데, 끈 없고 빽 없는 마루야마 겐지조차 20대에 최연소로 데뷔한 후에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전쟁 전후의 평범하고 가난한데다 아내와 자식까지 건사하던 하급 신문사 임시직이 42살에 소설가로 데뷔한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여기서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굳이 나누는 치사한 짓은 말자. 자서전에서 자신의 데뷔이야기를 자세히 서술하는 것은 하루키나 겐지나 비슷한데 나같은 쫄보는 그런 이야기에 어떤 힌트가 있지 않을까 기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마쓰모토 세이초는 이 부분을 진짜 대충 넘어간다. 마루야먀 겐지 역시 자신이 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긴 했지만 뭐랄까, 서울대 가기 싫어서 공부했는데 하버드 합격했어요 하는 느낌이 있다. 반면 마쓰모토의 이 자전적 이야기에는 그런 느낌조차 없다. 아마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의 삶이 빈곤과 궁색 그 자체였기 때문인지, 고등소학교 졸업이라는 학력으로 평생을 차별과 외부인으로 살았기 때문인지 허세아닌 허세조차 없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일본의 전후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잃어버린 샤프를 한시간 동안 찾는 장면나 장사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 가족들을 건사하기 위해 빗자루 장사를 시작하는 장면은 애잔하면서도 참담하다. 그렇게 그 시대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친 것이다. 뭐 지금도 다를 바 없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근데 인간의 조건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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