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소소한 생각 - 제6회 천상병동심문학상 수상 섬집문고 46
한상순 지음, 레아 그림 / 섬아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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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소소한 생각/ 한상순 동시집/ 레아 그림/ 섬아이/ 2023

 

소소한 재미가 있는 동시

 

소소한 생각이 시가 되고 독자에게 공감을 얻어 읽히는 시가 되면 아주 대단한 일이 아닐까? 소소한 생각에서 발단이 된 생각을 씨실과 날실로 엮여 단단하고 야무진 시로 짜내는 시인, 시인은 언어를 직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 동시집에 쓰인 단어나 문장은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이력과 더해져 독자의 마음을 한 번씩 슬쩍슬쩍 어루만진다.

 

동시집 거미의 소소한 생각2022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2021~2022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을 지내신 한상순 선생님의 신간이다. 저자는 1999자유문학동시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동시집 예쁜 이름표 하나』 『갖고 싶은 비밀번호』 『뻥튀기는 속상해』 『병원에 온 비둘기』 『딱따구리 학교외 다수가 있으며, 그림책 호랑이를 물리친 재투성이 재덕이』 『오리가족 이사하는 날등이 있다. 황금펜아동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서덕출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좀좀좀좀」 「기계를 더 믿어요가 실렸다.

 

빈집에/ 딱 어울리는 빈집// 빈집에 빈집/ 거미네 집// 거미도 집 나간 지 오랜가 봐.// 거미네 집/ 창문도 다 부서지고// 비척비척 실기둥이/ 받치고 섰네.//

-빈집에 빈집전문 (14)

 

난 집을 크게 지을 테야./ 기둥은 이쪽에서 저쪽 나무까지/ 길게 눕혀 받칠 테야./ 방을 많이 만들 거야./ 천정은 안 얹을 테야./ 집이 완성되면 가운데 방에 누워 하늘을 볼 테야./ 구름에게도 마을 걸어볼 테야./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낮잠도 자볼 테야./ 그러다 이슬비가 살짝 내려 준다면?/ 이슬구슬을 꿰어 방마다 달아 놓을 테야./ 어쩌면 구슬마다 무지개가 들어 있을 지도 몰라/ 그 무지개 길을 가만가만 걸을 테야.// 깔따구야, 하루살이야./ 오늘 하루만 우리 집 좀 비켜 갈래?// -거미의 소소한 생각전문 (20)

 

두 편에서 거미집이 등장하는데 한 편은 쓸쓸함이 감도는 빈집에 더 쓸쓸함을 더해주는 거미집이고 다른 한 편은 표제작인 거미의 소소한 생각으로 행복이 묻어나는 거미가 등장한다. 자신의 집을 지을 때 어떻게 꾸밀지를 상상하면서 마냥 행복해하는 거미의 모습이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처음 소유하고 꾸밀 때, 행복한 모습이 겹쳐진다.

 

밤에도 해가 뜨는/ 양계장/ 알 낳는 기계가/ 알을 쑥쑥 낳는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꽃 비닐하우스/ 장미꽃 기계가/ 꽃망울을 툭툭 터트린다// -사라진 밤전문 (28)

 

달걀에 숫자가 찍혀 있는데 제일 뒷자리가 1~4까지 있다. 방목해서 키우는 닭이 낳은 알이 ‘1’이고 양계장처럼 좁은 공간에 갇혀서 스트레스받으며 낳은 알은 ‘4’번이 찍힌다. 맛도 물론 다르다. 동물복지라는 말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 복지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날은 언제가 될 것인지. 잘 때 자고, 일 할 때 일하고, 놀 때는 노는 것만 잘해도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들 텐데.

 

그동안 코로나19도 잘 피했는데/ 그만 오미크론에게/ 덜컥, 붙들리고 말았다.// 우리 집,/ 아파트 안 외딴 집이다.// 엄마 입에 붙어 살던/ -바쁘다 바빠/ -어서어서 서둘러/ -시간 없어 빨리빨리// 이 삼총사도 함께 자가격리 되었다.// -외딴 집전문 (76)

 

뒤늦게 올해 들어 코로나에 감염되어 격리했던 적이 있다. 뒷북이라고 투덜거리면서 격리에 들어갔는데 격리하면 모든 게 멈출 것 같았지만 나 아니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었고 절대 일주일씩이나 꼼짝 않고는 못 있을 것 같았는데 나름 적응되니 그 생활이 또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다. 전 국민의 삼분의 이는 겪었을 외딴 집 살이가 무척 공감이 간다.

 

이번 동시집에 실린 동시는 대부분 조용조용한 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어느 것 하나 딴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다 어우러져 듣기 편안한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오래 써 왔고, 그만큼 독자를 배려한 작가의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지쳐 있다면 한상순 선생님의 거미의 소소한 생각을 읽기를 권한다. 거미의 소소한 생각이 행복이라는 충전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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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개개비 상상 동시집 15
전병호 지음, 이유민 그림 / 상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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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개개비/전병호 시/ 상상/ 2022

봄날 같은 동시집

 

글을 읽으면 그 글을 쓴 사람이 보인다. 때때로 동시도 난해하고 꽈배기처럼 배배 꼰 그런 동시도 눈에 띄지만, 동시는 동시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독자를 염두에 두고 남녀노소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 오는 날 개개비를 읽을 때 마음이 편해지면서 그래, 동시집은 이래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단에 계셨던 분이라 그런지 시 속에 어린이를 배려하는 마음을 오롯이 만날 수 있어 더 반갑다. 모처럼 만난 따스하고 편안한 이 동시집은 상상 동시집 15번째로 전병호 선생님이 쓴 비 오는 날 개개비.

전병호 선생님은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비닐우산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세종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천상병동심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펴낸 책으로 동시집 들꽃 초등학교』 『봄으로 가는 버스』 『민들레 씨가 하는 말』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등이 있고, 동시조집 자전거 타는 아이』 『수평선 먼 섬으로 나비가 팔랑팔랑시그림책 우리 집 하늘』 『달빛 기차등이 있다.

 

육교 건너 시내버스 정유장 앞을 지날 때면, 매일 아침 꼭 이때쯤이면 단추 공장에 일 나가는 용민이 엄마가 할아버지 아침밥 차려 드리다가 늦어 잠깐만요!” 소리치며 달려오고 부릉부릉 떠나련 시내버스가 잠시 섰다가 용민이 엄마를 태우고 떠나면서 보도블록 틈에 떨어뜨리고 가는 금단추 하나, , , , 다섯…….

- 민들레꽃전문 13

 

민들레를 단추를 표현한 시가 더러 있는데 이 시에서는 단추 공장 다니는 용민이 엄마가 할아버지 밥 차려드리고 서둘러 가면서 떨어뜨린 금단추라고 설정했다. 산문시 형식을 취하고 있고 이 시에는 삽화도 없지만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듯이 환해서 시에 한참 눈이 간다.

 

옆집 할아버지는 열심히 농약을 친다./ 농약을 뿌리지 않는 우리 집/ 풀들이 다 우리 집으로 건너왔다.// 후두두두/ 후둑후둑// 메뚜기도 같이 왔다.//

- 건너왔다전문 22

 

시골 묵정밭이 떠오른다. 주인이 멀리 있다 보니 묵혀둔 채 몇 년이 됐다. 주인이 동네에 살면서 관리한 밭과는 천지차이인데 잡초뿐만 아니라 이제는 나무까지 자리 잡으려고 한다. 그 나무에 새가 앉고 노래하고 더러는 산짐승들한테도 쉴 자리를 내어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농약 안 치고 주인이 찾지 않는 밭이라서.

 

후드득!// 바람도 없는데/ 떨어지는/ ,/ ,/ ,// 순간,/ 산이/ 두 손 모으고/ 내려앉으면서// 도토리를 받았다.//

- 가을 산이 깊어지다전문 (49)

 

어제도 도토리 껍질이 수북 쌓인 동네 뒷산을 걸었는데 왜 산이 두 손 모으고 도토리를 받았다는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장맛비에 꺾여 쓰러진/ 코스모스.// 줄기에서 하얗게/ 실뿌리를 내리더니/ 땅을 짚고 일어선다.// 마디마다 줄기를 꺼내고/ 줄기에서 가지를 꺼내고/ 가지에서 꽃송이를/ 몇 개씩 꺼내 들었다.// 쓰러졌다 일어난/ 코스모스 한 그루만으로도/ 앞마당이 환하다.//

- 앞마당이 환하다전문 (50)

 

사람은 때때로 동식물에 힘과 용기를 얻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반려동물이 그렇고 시에서처럼 꺾여 쓰러졌는데 다시 잎을 내고 열매를 맺는 나무나 꽃을 보면 생명의 신비는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재작년 코로나 초기 때 꽃을 보며 힘내라고 보내온 튤립 화분이 있었는데 도저히 꽃이 숨을 쉴 수 없는 흙에 심겨 왔다. 그해에는 꽃을 못 보고 구근을 잘 두었는데 다음 해 다른 흙을 섞고 거름을 보충해 애지중지 키웠더니 노오란 튤립 일곱 송이를 피웠는데 집의 중심이 베란다에 있는 튤립 화분으로 옮겨간 것 같았다. 그 환한 느낌을 이 시에서도 발견한다.

 

외에도 눈이 가는 동시가 많은데 百聞不如一見이다. 몇 편 소개하는 시보다 직접 동시집을 읽어 보면 훨씬 다양하고 재밌는 시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재작년에 저자의 시그림책인 우리 집 하늘이 좋아서 보고 또 보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한 사람의 작품이 눈에 들어보면 그 사람의 다른 책이나 작품까지 찾아보게 되는데 비 오는 날 개개비를 읽어 보면 왜 읽기를 권하는지 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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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브로콜리숲 동시집 40
권영욱 지음, 나다정 그림 / 브로콜리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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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권영욱/ 브로콜리숲/ 2023

 

바깥 외출이 줄어든 요즘 책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내용이 많은 책이 읽기 힘들다면 동시를 읽는 것도 방법이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또는 자신만의 추리로 저자의 의도를 읽어내고 자신의 이야기와 연결해 새로운 동시를 구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재미있다.

권영욱 시에 나다정의 삽화를 입혀 출간된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는 동시집이면서 천일야화처럼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오는 느낌이다. 그만큼 시인은 독자 몫으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두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따스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삽화도 동시집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한다.

권영욱 시인은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PEN문학 시인상,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면서 활동을 시작해 대구문화재단,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동시집 웃음보 터진다(공저), 구름버스 타기(공저), 불씨를 얻다가 있다.

 

빌딩 굴뚝/ 공장 굴뚝/ 멀리 보이는 발전소 굴뚝// 굴뚝새/ 깃들지 못해도/ 높고 높아야 한단다// 굴뚝새보다/ 굴뚝 바로 아래 사는/ 사람들로부터// 나쁜 연기를/ / 다른 동네로 보낼 수 있어야// 보다/ / 좋은 굴뚝으로 우러러본단다// - 좋은 굴뚝전문

 

TV 퀴즈프로에서/ 마지막 도전 문제를 맞힌 학생이//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고/ 저녁에/ 피자배달했다고 했어// 진행자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했더니// 어려운 가정형편/ 덕분에/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웠다며// 엄마 아빠 동생들 모두 사랑해!/ 하며/ 골든벨을 울리는 거야// - 덕분에전문

 

좋은 굴뚝에는 빈부의 차이, 지역 이기주의 같은 말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요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고 덕분에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바르게 잘 자란 학생, 감사할 줄 알고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학생이 있다는 건 그래도 우리 사회가 밝고 건강하다는 뜻이다. 또한,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시가 될 소재를 잘 포착한 시의 밝은 눈도 눈에 띈다.

 

새들은/ 누가 낳은 알이든// 묻지 않고/ 품는다// 오목눈이는/ 제 알 밀어내고 낳은// 뻐꾸기알도/ 품어// 둥지를/ 떠날 때까지 키운다// ‘낳은 엄마’/ ‘기른 엄마라는 말// 새들에게 없다/ 새들은 둥그런 알을 낳는다// - 새들은 알을 낳는다전문

 

새끼들/ 눈 뜨자마자// 높고/ 넓은 하늘// 마음껏/ 꿈꾸라고// 하늘/ 활짝 열어두었다// / 바람// 막아주는/ 지붕 대신// 엄마 아빠/ 따뜻한 체온// 나누고 싶어/ 새 둥지엔 지붕이 없다// -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전문

 

위의 두 편은 새를 소재로 쓴 동시다. 오목눈이를 통해 조건 없이 품는 게 잘 안 되는 사람이 낳은 자식기른 자식차별하는 것에 대해 에둘러 반성하게도 한다. 이럴 때는 새들의 세상이 단순하면서도 따듯해 보인다. 둥지에 지붕이 없는 이유를 체온을 나누고 싶어서라고 말하는데 비바람보다는 맞으면서 체온을 나누고 사는 게 훨씬 유대감이 생길 것도 같다. 어쩌면 제각각 자신의 방에 들어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살지 않아 까칠해지는 걸까?

 

권영욱 시인은 따듯한 마음을 지닌 시인이다. 세상을 보는 눈으로 시가 될 소재를 낚아채 와서 동시집에 펼쳐 보인 걸 보니 더욱 그 생각이 굳어진다. 어려운 이웃을 보는 눈, 작고 여린 꽃, , 동물, , 단풍, 파꽃 등에 일일이 눈길을 주며 시상을 펼쳤다. 대부분의 시가 장시가 많은데 짧은 시가 많은 요즘 이렇게 긴 시를 쓴다는 것도 누군가는 전통 동시를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한 생각도 든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이런 문장이 있다. “만약 내가 시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이 무슨 대답을 할지 같이 생각해 주세요. 그들은 이야기 속에서 찾아봐하고 대답하겠지요. 이미 시인들은 보물 사이를 헤매는 많은 부자들보다 이야기 속에서 더 많은 빵을 찾았습니다. 시인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와 반대로 더 많은 빵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던 곳에서는 그 노력이 수포가 되고 말았지요.”

 

권영욱 시인의 동시집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를 차근차근 읽어보면 동시집에 실린 동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세한 이야기와 생각은 동시집에서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이야기와 생각이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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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청색종이 동시선 6
조영수 지음 / 청색종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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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조영수/ 청색종이/ 2022

 

350편의 동시로 만난 조영수 선생님의 그래 그래서는 시인의 말에서 질문하고 답한 것을 모아 쓴 동시라고 밝히고 있지만, 차근차근 읽다 보면 꼭 이야기 할머니가 아이들을 앞에 앉혀 놓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 이야기에 쏘옥 빠져든 아이 모습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시라는 말이 아닐까. 더구나 세 명의 손주와 함께 작업한 동시집이니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조영수 선생님은 2000년 자유문학에서 시,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행복하세요?와 동시집 나비의 지도, 마술이 있다. 오늘의 동시문학상과 자유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그래 그래서2022년 아르코창작지원금을 받아 출간했다.

 

할아버지 취미는/ 돌 모으기// 강에 가도/ 돌 모양 보느라 강 물결을 못 보고// 바다에 가도/ 돌 색깔 보느라 바다색을 못 본다// 돌만 줍는 할아버지 보고/ 돌 도둑 돌 도둑/ 손자가 놀린 후// 취미를 슬며시 바꾸었다/ 돌 제 집에 보내기.//

- 돌 도둑전문 (16)

 

어른 입장에서 아이들만큼 조심스럽고 무서운 건 없다. 아이에겐 어른이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대로 보고 따라하기도 하고 어떤 영향을 받고 자랐는지에 따라 그 아이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석 모으기가 취미인 할아버지도 손주한테는 두 손 들었나 보다. 돌을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는 모습이 재밌다. 숨구멍(36)도 마찬가지다. 환경판에 다닥다닥 붙은 나비 그림을 보니 답답해 보여 아이는 환경판 밖으로 나비를 옮겨준다. 숨 쉴 구멍은 남겨둬야 한다는 걸 아이도 안다. 순수한 마음이 엿보이는 동시다.

 

애써 달았는데/ 학예회 플래카드가 삐딱했다// 선생님이/ 뒤로 물러나서 보라고 했다// 오른쪽 올려/ -이만큼?/ -아니 조금만 더/ 플래카드가 반듯해졌다// 가까이서 본 눈보다/ 좀 떨어져 본 눈이/ 더 밝았다// -멀리서 본 눈(52)

 

뭐든지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인다. 속담 중에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가까이에서는 잘 안 보인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금 물러나 보면 생각지 못한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덮어두었다가 며칠 지나 살펴보면 처음에 못 본 게 다시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독도에 절을 했다// 어떤 사람은/ 독도에 태극기를 꽂았다// 어떤 사람은/ 독도에 입을 맟췄다// 또 어떤 사람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노래했다// 어떤 사람은/ /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독도에 가서(68)

외국에 나가면 전부 애국자라는 말이 있다. 국내지만 독도는 일본과의 영토 분쟁 때문에 독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 곳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독도에 도착해 떠나는 순간까지의 가슴 뭉클함을 태극기와 함께 표현하려고 할 것이다.

자동차공장에/ 용접로봇과/ 조립로봇이 취직했다// 택배회사엔/ 분류로봇과/ 드론이 취직했다// 편의점엔/ 자동판매기와/ CCTV가 취직했다/ 실직한 삼촌이 그만/ 기계인간에게/ 밀려/ 방안에서 녹슬고 있다.// -취직(96)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이상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식당에 가면 서빙로봇이 음식이 배달해 주고 카페에 가면 로봇이 커피를 내려준다. 인건비와 구인난이라는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세상에 사람이 자꾸만 밀려나는 것 같아 은근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학 작품에서 자주 다루는 인간성 상실이나 인간성 회복 같은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조영수 선생님의 그래 그래서는 각박한 현실에서 쉼터같은 역할을 하는 동시집이다. 우산이 집을 사줬어(100)와 같은 작품도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작품이다. 작가는 좋은 작품으로 세상을 정화하고 독자는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 그에 보답하고. 지금 마음이 힘들고 지치는 사람이 있다면 동시집 그래 그래서를 추천하다. 읽다 보면 마음에 여유 한 자리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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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기도 - 2024 소년한국일보 우수도서 선정작 고래책빵 동시집 33
문성란 지음, 손정민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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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기도/문성란/고래책빵/2022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동시집

 

기도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은 참 힘이 세다. 문성란 선생님의 세 번째 동시집 나비의 기도기도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차분하고 마음 편하게 해주는 동시로 채워진 동시집이다. 어쩌면 이 한 권에 선생님의 평소 생각과 마음이 다 담겨 있어서 그렇게 전달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성란 선생님은 2010<오늘의 동시문학>으로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 동시집 둘이서 함께, 얼굴에 돋는 별이 있으며 나비의 기도는 세 번째 동시집으로 경기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아 출간한 책이다.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힘겨루기하더라도/ 찌르지는 말자고// 둥그렇게 구부린/ 사슴벌레의/ //

-둥근 말전문 (11)

 

-나비야,/ 꽃에 앉을 때/ 왜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니?// 너도,/ 밥 먹기 전에/ 두 손을 꼬옥 모으잖아!// -나비의 기도전문 (17)

 

밤새/ 하늘 지키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힘없는 새벽달// 옆에서// 있는 힘 다해/ 반짝반짝/ 빛을 뿜어주는/ 샛별// -누구 같아?전문 (36)

 

위에 세 편에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가 보인다. 둥근 말에서는 곤충조차도 서로 찌르지는 말자고 뿔을 둥그렇게 구부렸고, 나비는 감사의 기도를 할 줄 알고 새벽달 옆에는 끝까지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엄마 같은 샛별이 있다. 이렇게 세상은 선한 영향력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시골로 내려간다고 전화하면/ -싸목싸목 조심해 오너라잉// 가까이 사는 이웃을 배웅할 때도/ -싸목싸목 조심해 가시오잉// 할아버지와 마주 앉은 밥상 앞에서도/ -싸목싸목 많이 잡솨요잉// 할머니 무릎에 누워서 보면/ 구름도 싸목싸목 갑니다//

 

- 싸목싸목 할머니전문 (52) *싸목싸목: ‘천천히의 전라도 방언

 

할머니 손 꼭 붙들고/ 버스에 탄 할아버지// 안쪽 자리에 할머니 앉히고/ 바깥쪽에 앉는다//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할머니의 안전 문이다//

- 안전문전문 (88)

 

싸목싸목 할머니에서는 전통적인 할머니의 모습이 엿보인다. 걱정 많으신 할머니가 입에 달고 사는 싸목싸목은 할머니의 사랑이다. 그 품에서는 구름도 싸목싸목 흘러간다. 안전문에는 신사 같으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시 한 편이 나왔으니 곳곳에 아름다운 모습이 많이 연출된다면 우리가 읽을 아름다운 시도 더 많아질 텐데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어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자신과 이웃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이 많다. 내 가족만이라도 잘 돌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전문을 자처한 할아버지처럼.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계산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처럼 성숙하는 것이다. 나무는 수액을 재촉하지 않는다. 나무는 폭풍우 치는 봄날에도 평온을 느낀다. 여름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동시를 읽다 보면 마음이 편해져서 이런저런 것들을 따지지 않게 된다. 아이의 마음, 즉 동심 속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나비의 기도에서 그런 동심을 맘껏 누려보기를 바란다. 문성란 선생님의 따스한 마음에 싸목싸목 젖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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