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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기도 - 2024 소년한국일보 우수도서 선정작 ㅣ 고래책빵 동시집 33
문성란 지음, 손정민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평점 :
『나비의 기도』/문성란/고래책빵/2022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동시집
‘기도’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은 참 힘이 세다. 문성란 선생님의 세 번째 동시집 『나비의 기도』도 ‘기도’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차분하고 마음 편하게 해주는 동시로 채워진 동시집이다. 어쩌면 이 한 권에 선생님의 평소 생각과 마음이 다 담겨 있어서 그렇게 전달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성란 선생님은 2010년 <오늘의 동시문학>으로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 동시집 『둘이서 함께』, 『얼굴에 돋는 별』이 있으며 『나비의 기도』는 세 번째 동시집으로 경기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아 출간한 책이다.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힘겨루기하더라도/ 찌르지는 말자고// 둥그렇게 구부린/ 사슴벌레의/ 뿔//
-「둥근 말」 전문 (11쪽)
-나비야,/ 꽃에 앉을 때/ 왜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니?// 너도,/ 밥 먹기 전에/ 두 손을 꼬옥 모으잖아!// -「나비의 기도」 전문 (17쪽)
밤새/ 하늘 지키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힘없는 새벽달// 옆에서// 있는 힘 다해/ 반짝반짝/ 빛을 뿜어주는/ 샛별// -「누구 같아?」 전문 (36쪽)
위에 세 편에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가 보인다. 둥근 말에서는 곤충조차도 서로 찌르지는 말자고 뿔을 둥그렇게 구부렸고, 나비는 감사의 기도를 할 줄 알고 새벽달 옆에는 끝까지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엄마 같은 샛별이 있다. 이렇게 세상은 선한 영향력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시골로 내려간다고 전화하면/ -싸목싸목 조심해 오너라잉// 가까이 사는 이웃을 배웅할 때도/ -싸목싸목 조심해 가시오잉// 할아버지와 마주 앉은 밥상 앞에서도/ -싸목싸목 많이 잡솨요잉// 할머니 무릎에 누워서 보면/ 구름도 싸목싸목 갑니다//
- 「싸목싸목 할머니」 전문 (52쪽) *싸목싸목: ‘천천히’의 전라도 방언
할머니 손 꼭 붙들고/ 버스에 탄 할아버지// 안쪽 자리에 할머니 앉히고/ 바깥쪽에 앉는다//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할머니의 안전 문이다//
- 「안전문」 전문 (88쪽)
「싸목싸목 할머니」에서는 전통적인 할머니의 모습이 엿보인다. 걱정 많으신 할머니가 입에 달고 사는 싸목싸목은 할머니의 ‘사랑’이다. 그 품에서는 구름도 싸목싸목 흘러간다. 「안전문」에는 신사 같으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시 한 편이 나왔으니 곳곳에 아름다운 모습이 많이 연출된다면 우리가 읽을 아름다운 시도 더 많아질 텐데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어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자신과 이웃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이 많다. 내 가족만이라도 잘 돌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전문을 자처한 할아버지처럼.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계산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처럼 성숙하는 것이다. 나무는 수액을 재촉하지 않는다. 나무는 폭풍우 치는 봄날에도 평온을 느낀다. 여름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동시를 읽다 보면 마음이 편해져서 이런저런 것들을 따지지 않게 된다. 아이의 마음, 즉 동심 속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나비의 기도』에서 그런 동심을 맘껏 누려보기를 바란다. 문성란 선생님의 따스한 마음에 싸목싸목 젖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