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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ㅣ 청색종이 동시선 6
조영수 지음 / 청색종이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그래 그래서』/ 조영수/ 청색종이/ 2022
총 3부 50편의 동시로 만난 조영수 선생님의 『그래 그래서』는 시인의 말에서 질문하고 답한 것을 모아 쓴 동시라고 밝히고 있지만, 차근차근 읽다 보면 꼭 이야기 할머니가 아이들을 앞에 앉혀 놓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 이야기에 쏘옥 빠져든 아이 모습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시라는 말이 아닐까. 더구나 세 명의 손주와 함께 작업한 동시집이니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조영수 선생님은 2000년 자유문학에서 시,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행복하세요?』와 동시집 『나비의 지도』, 『마술』이 있다. 오늘의 동시문학상과 자유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그래 그래서』는 2022년 아르코창작지원금을 받아 출간했다.
할아버지 취미는/ 돌 모으기// 강에 가도/ 돌 모양 보느라 강 물결을 못 보고// 바다에 가도/ 돌 색깔 보느라 바다색을 못 본다// 돌만 줍는 할아버지 보고/ 돌 도둑 돌 도둑/ 손자가 놀린 후// 취미를 슬며시 바꾸었다/ 돌 제 집에 보내기.//
- 「돌 도둑」 전문 (16쪽)
어른 입장에서 아이들만큼 조심스럽고 무서운 건 없다. 아이에겐 어른이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대로 보고 따라하기도 하고 어떤 영향을 받고 자랐는지에 따라 그 아이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석 모으기가 취미인 할아버지도 손주한테는 두 손 들었나 보다. 돌을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는 모습이 재밌다. 「숨구멍」 (36쪽)도 마찬가지다. 환경판에 다닥다닥 붙은 나비 그림을 보니 답답해 보여 아이는 환경판 밖으로 나비를 옮겨준다. 숨 쉴 구멍은 남겨둬야 한다는 걸 아이도 안다. 순수한 마음이 엿보이는 동시다.
애써 달았는데/ 학예회 플래카드가 삐딱했다// 선생님이/ 뒤로 물러나서 보라고 했다// 오른쪽 올려/ -이만큼?/ -아니 조금만 더/ 플래카드가 반듯해졌다// 가까이서 본 눈보다/ 좀 떨어져 본 눈이/ 더 밝았다// -「멀리서 본 눈」 (52쪽)
뭐든지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인다. 속담 중에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가까이에서는 잘 안 보인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금 물러나 보면 생각지 못한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덮어두었다가 며칠 지나 살펴보면 처음에 못 본 게 다시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독도에 절을 했다// 어떤 사람은/ 독도에 태극기를 꽂았다// 어떤 사람은/ 독도에 입을 맟췄다// 또 어떤 사람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노래했다// 어떤 사람은/ 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독도에 가서」 (68쪽)
외국에 나가면 전부 애국자라는 말이 있다. 국내지만 독도는 일본과의 영토 분쟁 때문에 독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 곳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독도에 도착해 떠나는 순간까지의 가슴 뭉클함을 태극기와 함께 표현하려고 할 것이다.
자동차공장에/ 용접로봇과/ 조립로봇이 취직했다// 택배회사엔/ 분류로봇과/ 드론이 취직했다// 편의점엔/ 자동판매기와/ CCTV가 취직했다/ 실직한 삼촌이 그만/ 기계인간에게/ 밀려/ 방안에서 녹슬고 있다.// -「취직」 (96쪽)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이상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식당에 가면 서빙로봇이 음식이 배달해 주고 카페에 가면 로봇이 커피를 내려준다. 인건비와 구인난이라는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세상에 사람이 자꾸만 밀려나는 것 같아 은근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학 작품에서 자주 다루는 인간성 상실이나 인간성 회복 같은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조영수 선생님의 『그래 그래서』는 각박한 현실에서 ‘쉼터’ 같은 역할을 하는 동시집이다. 「우산이 집을 사줬어」(100쪽)와 같은 작품도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작품이다. 작가는 좋은 작품으로 세상을 정화하고 독자는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 그에 보답하고. 지금 마음이 힘들고 지치는 사람이 있다면 동시집 『그래 그래서』를 추천하다. 읽다 보면 마음에 여유 한 자리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