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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문용포.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 지음 / 소나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주 시골이다. 전기도 초등학교 입학하고 들어왔고 버스도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하루에 두 번 들어온다. 지금도 변함없이 하루 두번...
그래서 초가집에도 살아봤고 봄이면 산나물 뜯으러도 다녀봤고 개울에 나가 미꾸라지나 다슬기도 잡아 봤다. 놀이도 순전히 몸으로 뛰고 다녀야 하는 숨바꼭질이나 땅따먹기, 구슬치기...이런 것들을 동생들이랑 같이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스렌지를 고등학생 때 들여놨으니 그 때까지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서 밥을 해먹곤 했다.
물론 지금이야 그런 생활을 안 하지만 가끔 그리워 지기도 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제주도 지만 같은 나라 안이다 보니 낯선 풍경이 아니라 정이 간다.
내 아이들은 초등학생도 있고 고등학생도 있지만 사실 풀이름이나 꽃이름 잘 모른다. 그래서 애들 학교에서 풀이름 맞추기 대회를 열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잠깐 보고 이름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아서 몇 개 기억하면 잘 기억한다. 늘 보고 같이 살아야만 가능한 일인 듯 한다.
어릴 적엔 많이 알고 있던 나무이름이며 풀이름이 오히려 도시에 살면서 가물가물 해졌다. 그래서인지 곶자왈 아이들이 관찰해 놓은 걸 읽으며 흐뭇해 했다.
참 자세히도 관찰했다..싶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집 앞 뒤로 작은 터에 고추며 호박, 가지, 상추, 피망을 심었다.
제법 쑥쑥 자라서 아이들이 보고도 잘 자란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그걸 볼 때 자연과 가까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복받았나 하는 걸 새삼 느낀다. 어릴 때 시골에 있을 땐 늘 도회지를 동경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다행한 일이었다 싶다. 남들이 누리지 못한 해택을 거기서 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곶자왈 학교 학생들이 관찰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빼곡이 들어 있는 이책..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도 많고 중간중간 환경문제와 계절에 따른 관찰일지,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참 부럽다. 내 아이들도 이런 학교를 접하게 되어 기계 문명과 좀 거리를 두고 살게 했으면 좋겠다. 시골집에 가끔 가긴 하지만 일 년에 두 세번 가서는 오기 바쁘다 보니 뭔가를 느끼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모쪼록 이런 학교가 갈수록 더 늘어서 모두가 환경에 관심도 가지고 보호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