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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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님의 사진과 글로 빼곡히 채워진 한 편의 고향같은 책을 만났다.

다랑이논이 표지 그림으로 걸린 책이었는데 작가는 이런 마음의 고향같은 우리의 옛것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것이 가슴이 아파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고나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건물을 보면 우리사회가 엄청난 빠르기로 변하는 것을 몸소 체감한다.

새로운 것만 좋다고 여기는 요즘 아이들의 의식도 문제가 되고 옛것은 무조건 구식이고 고리타분하다 여기는 젊은이들의 사고도 문제가 있다.

 

나 또한 고향이 시골이고 지금 시골에 엄마가 계신다. 오래 전 내가 태어난 집은 초가집이었고 내가 기억하는 추억 중에서 짚으로 지붕을 올리던 기억과 오래된 지붕안에 살던 굼벵이를 약에 쓴다고 깡통 가득 잡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도 남아있다. 물론 동네 우물이며 집안에 펌프며 징검다리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섶다리는 고향에 없었지만 강원도 평창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 앞을 흐르는 강에서 건너 본 기억이 있다. 표지를 장식한 다랑이 논도 지금도 시골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교통이 불편해 농사를 짓는 땅보다 놀리는 땅이 더 많은 요즘...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지 놀고 있는 땅이 아깝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담배막도 시골 마을 여기저기 있었는데 담뱃철이 끝나면 숨바꼭질 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흰 고무신, 꽃고무신, 검정고무신... 골고루 다 신어보았는데 어릴 땐 그 고무신 신기가 싫어서 투정도 참 많이 부렸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기거하시던 사랑채에 아직 걸려 있는 벽시계도 낯설지 않고 엄마가 사용하시던 발재봉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누군가 발재봉틀을 요즘식으로 리폼한 걸 보고 그걸 들고 오고 싶었는데 실을 데가 없어서 포기한 적이 있다.

막내가 시골집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도 봤었고 한학에 조예가 싶으셨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여기저기서 찾아온 분들이 발디딜틈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

고향 모퉁이에 상여집은 어린 날 혼자 길을 걸을 때 늘 두려움이 대상이었다.

지금도 고향을 지키는 서낭당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그 날은 온 마을 사람들이 하루를 쉬며 목욕재계를 하고 모여 제사를 올렸다. 대신 남자들만 모여 제사를 올렸고 돌아가면서 제사 음식을 맡았다.

 

일 년에 서 너번씩 찾는 고향집이지만 양옥집으로 바뀐 지 15년 정도가 지났다. 생활의 편리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군불 떼서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지지는 낙은 없다. 그 보다 군불 떼고 난 다음 잦아드는 장작불에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을 수가 없어 더 아쉽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친숙하지만 바닷가쪽의 풍습은 잘 모른다. 그리고 굿을 하는 모습도 텔레비젼을 통해서나 봐왔기 때문에 낯설긴 하지만 대체로 사라져가는 정서를 잊지않고 잡아두기에 족한 것 같다.

여기에 소개한 것 말고도 참 많을 것이다.

배틀이나 작두.. 쟁기..논을 써는 것 등...

어린날엔 대도시가 동경의 대상이 된 적도 있었다. 더 넓은 곳을 꿈꿔서 지금 대도시에 살고 있지만 늘 가슴은 허전한 듯 하다. 아마도 두고 온 것들 더 많아서 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들이 보이지 않게 자꾸만 손짓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잠시나마 마음의 고향을 만나 행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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