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이듦의 즐거움
김경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 살이에 커다란 마디를 나눈다면 아마도 십 년이라는 기간을 나누어서 말하지 않을까...싶다.
10, 20, 30, 그리고 불혹인 40..
그 불혹을 눈 앞에 두고 뒤를 돌아보니 그렇다. 아무래도 느긋함 보다는 여유없이 빨리빨리를 더 외친 것이다.
10,20 대는 공부에 정신 없이 보내고 20대 후반부터 30대는 아이들로 정신없이 보내고...
40엔 여유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나이듦의 즐거움...
나이들어서 즐거운 건 뭐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제일 먼저 빨리빨리 해놓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곤 했던 지난 날이 머리에 떠올랐다.
과정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결과물만 들이대던 시간들..
본문에도 나와 있는 "찻잎의 부활"을 읽으며 몇 년 전에 체험해 본 찻잎 만들기를 떠올려 보았다. 하나하나의 과정을 거치면서 찻잎을 화덕에 덖어 부비는 것 까지...
하나의 과정이라도 생략하면 차맛을 내지 못하는 아주 정직한 차...
작년에 잠시 손을 대봤던 도자기 공예도 그랬다.
흙과 진정 하나라고 느낄 때야 스스로 원하는 모습을 허락했다.
그냥 보기에 단순할 것 같던 그런 흙이나 생물들도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그 어떤 과정도 생략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찾은 것이다.
작가가 풀어놓는 소박한 즐거움이 인생의 한 길목에서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을 그 나이대 많이 느낄 수 있는 시각으로 풀어썼다. 그래서인가? 책의 질감도 표지도 정감이 간다.
가끔 아주 산골인 친정집을 찾을 때면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다.
통화불통인 지역이기 때문에...
일주일을 있어도 내 휴대전화 벨소리 한 번 울리지 않는 그 곳에서 지내도 보면 처음 이 삼일은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가 그 고비가 지나고 나면 어느새 시골 생활도 오래전부터 누려왔던 양 차츰차츰 먼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자라는 식물에 눈도 한 번 더 가고 먼 산 모양새도 한 번 더 눈에 넣고...
그러다 보면 평소 스치고 지나가 버린 것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시골집 골목은 흙담장인데 길쭉하다. 입구에서 걸어들어와 오가길 몇 십년 째다.
그런데 작년에서야 그 담장 한 쪽에 깨진 분청사기 조각 하나를 발견하고 방방 뛰었던 적이 있다.
모양이 참 이뻤기도 하고 지금 나오는 사기 그릇이 아니라 적어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에 사용되었을 법한 연도를 추측해 보면서 그토록 무심하게 골목을 오가기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느리게 여유있게 살아가면 평소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나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내 아이 지금보다 10년 쯤... 더 많아진 후에는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을 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소망한다면 ...
작은 오솔길에서 들꽃의 향기를 맡으며 하나 하나 그 꽃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호사를 누렸으면 좋겠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도 좋지만 그 동안 걸었던 길 중에 특히나 좋았던 길을 다시 더듬어 걷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나이들어서 느끼는 즐거움이 훨씬 더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