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재미없다고 했지만 이 시리즈를 나는 이상할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특히 렌과 어린 쿄코의 슬픈 이야기가 예상 밖으로 오래 남았다. 슬픈 서사에 빠져 있다 보니 SF를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어린 쿄코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밝고 평범했던 렌이 스스로 그 세계로 들어가기로 결심하는 장면. 그리고 결국 가스인간이 되어가는 그를 멀리서 바라보며 어린 쿄코가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먹먹했다.

마블의 모든 영상물을 통틀어 영화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본 시리즈 가운데서는 『완다비전』이 가장 좋았다. 하나뿐인 쌍둥이 형제를 잃고, 가족을 너무나 원했던 완다의 마음이 이해됐다.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으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서라도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완다. 나는 그 이야기에 아주 빠져들었다.

아마도 내 개인적인 감성이 그런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내 마음속 한 부분은 어린 시절 가족이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서 맛있게 밥을 먹으며 웃고 이야기하던 장면에서 멈춰있다. 그 별거 아닌 일상이 지금은 너무나 멀어서 도저히 만져질 것 같지 않다.

모자무싸도 재미있었지만, 동시에 같이 했던 허수아비에 빠져든 것도 비슷한 이유다. 강태주는 평범한 가족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마지막 강태주의 회상 장면이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어린 쿄코 역시 렌 아저씨를 만나 그토록 원하던 가족을 이루고 싶었을 뿐이다. 그 서사가 내게는 가스인간의 SF적인 요소를 전부 소용없게 만들었다.

연상호가 총괄을 맡았지만 연출은 따로 있었다.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 건 어쩌면 가타야마 신조의 연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렌을 연기한 우치다 유타는 지나스 아이돌출신 배우 모토키 마사히로의 아들이고, 외할머니는 키키 키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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