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묵직하고 웃음기라고는 1도 없는, 아주 진지한데 재미있다. 영화는 재일교포 작가 오승호의 소설 [폭탄]이 원작이며, 아주 두껍고 몹시 재미있다. 원작도 긴데 영화도 두 시간이 넘는다.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잘 담았다.
영화 제목이 폭탄인데 중의적이다. 실제 폭탄이기도 하며 인간 마음속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악랄한 폭탄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23살 장윤기 신상이 공개됐다. 내가 죽였는데 뭐? 같은 분위기와 sns에서는 잘생겼다며 팬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면 억울한 피해자 가족이나 친구나 장윤기가 너무 싫고 죽이고 싶어 누군가 달려들면 경찰들이 장윤기를 보호한다.
영화에서도 그런다.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경찰과 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흉악범을 보호한다고. 경찰은 인간의 생명은 평등하다지만, 폭탄이 터져 아이들이 죽지 않고 노숙자가 죽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며 인간의 악마적 면모를 끌어낸다.
영화는 아주 긴장되며 폭탄이 터질 때마다 잔인한 장면도 있지만 극을 죽 끌고 가는 건 범인과 형사의 숨 막히는 대화다. 범인은 오락가락한 말투와 정신으로 폭탄의 예고를 하고 형사는 그걸 막으려 하는 게 큰 골자다.
처음에는 잡범으로 잡혔지만 일본을 대 혼돈으로 몰아넣는 범인, 스즈키 다고사쿠 역의 사토 지로의 연기가 엄청나다. 다 알겠지만 사토 지로는 코미디언이다. 괴짜 가족에서 아버지 역의 사토 지로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참을 수 없는 웃음 유발러였지만, 영화 [실종]에서 정극을 하더니 이번 영화에서는 주인공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연기라서 일본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주인공에 가까운 인물이 사토 지로가 연기한 스즈키다.
이 영화에는 코믹 연기를 했던 쇼메타니 쇼타, 이토 사이리도 나오지만 전부 진지하다. 잡범으로 잡힌 스즈키는 가게 앞 자판기를 파손한 비용만 지불하면 가게 측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지만 스즈키는 돈이 없으니 형사에게 나를 도와주면 나도 형사님을 도와주겠다?
형사는 스즈키에게 네가 뭘 도와줄 건데? 내가 촉이 좀 좋은 편인데 오늘 밤 10시에 아키하바라에서 어떤 일이 터질 거라고 한다. 현재 시간 9시 55분. 정말 10시가 되니 폭탄이 터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스즈키는 앞으로 세 번 폭탄이 터진다고 한다. 처음 폭탄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지만 점점 사상자가 늘어난다. 이때부터 형사들과 스즈키의 대결이 펼쳐진다. 그저 잡범이라 치부했던 스즈키는 천재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스즈키에게서 범행시간과 장소를 알아내려고 하지만, 스즈키는 이상한 말투와 마음을 꿰뚫는 스즈키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로 인해 형사들의 정신이 무너진다.
형사들 중 천재 루이케가 투입이 되어 스즈키와 두뇌싸움을 한다. 이 영화에서는 사토 지로가 하는 대사를 빠짐없이 듣는 게 좋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흉악 범인을 죽이고 싶지만 덤벼들면 법과 경찰이 범인을 보호한다.
스즈키는 취조에서 욕망을 원한다고 한다. 욕망이란 내가 지은 범죄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욕망을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법과 경찰은 나를 그 욕망에서 보호한다며 웃는데 소름 돋는다. 왜냐하면 기뻐하면서 사정을 한다.
영화 속에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규칙이나 선을 넘어야 할 때, 넘어서는 안 될 때 좋은 의도지만 나쁜 결말이 나올 때를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본격적인 악마적 인간, 그렇지 않은 척 악마적 인간, 악마본성을 가진 대중을 볼 수 있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하고 형편없는지, 또 인간이 어디까지 악질적이고 악마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