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넨버그의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영화다. 비디오드롬이 미시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에 가깝다면 스캐너스는 좀 더 거시적인 영역의 이야기라 생각한다.

아마 이 영화가 먼저 나오고 바디호러 장르의 문을 열었지만, 철학적인 면모가 많아서 다음 해인가? 비디오드롬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영화는 초능력자들, 스캐너스에 관한 이야기다.

바디호러답게 머리통이 안에서 터져 버리는 장면이나 피를 흘리는 장면이 많다. 그러나 그런 고어적인 장면보다 더 잔인한 장면은 무방비의 스캐너들에게 총질로 그대로 죽여 버린다거나 하는 모습이다.

인간은 어쩌면 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나와 다르면 그저 괴롭히고 죽이고 싶어 하는 본성을 가진 것이 인간이지 않을까. 영화에는 한창 혈기 왕성한 크로넨버그의 의식이나 스타일을 잘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알 수 없는 약물의 이름과 화학작용과 함께 샤이닝 같은 초능력을 사용하는 스캐너들의 공존 같은 것을 보여준다. 영화 속 공간을 나타내는 배경도 조각 미술품의 장소가 나오는데 그 전시 역시 기괴하다.

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이후 많은 영화에 영감을 주었다. 전화로 서버에 접속하는 설정이나 여러 염력의 영화설정, 그리고 약물에 의해 초능력자인 스캐너가 탄생한 이야기는 가장 근래의 안토니 스톤이 지질하고 공포스러운 홈 랜드로 나오는 더 보이즈의 설정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크로넨버그의 영화 중 처음으로 박스 오피스 1위를 하게 된다. 덕분에 크로넨버그라는 이름을 할리우드에 알리게 된다. 크로넨버그는 80년대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다.

인간이 인간과의 관계를 벗어나 약물, 파리 같은 곤충, 비디오, 게임기, 자동차 같은 것들과 관계를 맺으면 이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나에게 크로넨버그의 영화는 프로이트와 니체가 합쳐진 철학적인 면모가 많이 느껴진다.

이 영화도 굉장히 철학적이라고 생각된다. 제니퍼 오닐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있고 정통 바디호러를 가감 없이 볼 수 있어서 빠져들어 보다 보면 정신이 이상해질지도 모를 영화 [스캐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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