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기요시의 절망 3부작 중 마지막에 나온 편이다. 이 절망 3부작은 전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의 어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 어둠이라는 게 실체가 없는 불안과 공허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

경제가 몰락하고 옴진리교 같은 이단종교의 인간사회 점령 등 일본인들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재개발이나 매립지 간척사업이 진행 중이다가 멈춘 그곳에서 짠물이 든 웅덩이에 얼굴이 박힌 채 시체가 된 피해자가 나타난다.

시체는 야베 미유키라는 젊은 여성으로 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요시오카에게 죽은 야베 미유키가 유령이 되어 계속 나타난다. 요시오카는 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단추와 지문이 나타는 것을 발견하고 혹시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혼란으로 인해 점점 정신이 황폐해져 간다.

미유키 유령은 요시오카에게 나를 기억하냐며 절규한다. 요시오카는 미유키를 비롯한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아니지만 계속 요시오카 앞에 나타나서 절규하는 이유는 방관 때문이다. 미유키가 도움을 청했을 때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 당시 일본 사회는 이런 방관이 아주 심했다. 타인에게 간섭하지 않고 관심 가지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해서 일본은 그게 아직까지 존재한다. 미유키는 요시오카를 매개로 하여 일본 사회를 향해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큐어에 비하면 공포가 강하진 않지만 철학적인 면모가 많다. 표층적인 공포가 아니라 심층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깊은 어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구로사와가 데이비드 린치와 비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량하고 냉랭한 분위기를 잘 그리고 있다.

트윈 픽스의 카일 맥라클란처럼 구로사와 절망 3부작의 히로인은 당연하지만 야쿠쇼 코지다. 요시오카의 죄의식을 기가 막히게 연기했다. 공포는 휙하며 한 번에 오는 공포보다 조금씩 차오르는 물 같은 공포가 더 무섭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