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화가 마를렌 뒤마(스)의 그림을 따라 그려 봤다. 그녀의 그림에는 세상에 대한 냉소와 슬픔 그리고 차별에 대한 아픔 같은 것들이 있다. 물론 내가 마우스로 따라 그림 그림에는 그런 표현이 안 되었지만. 마를렌 뒤마의 여러 그림을 따라 그렸다.
그리다 보면 사는 건 대체로 변화하는 계절 속에서 방황하는 한 마리 새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면 어느새 처음의 오늘, 어느 새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환절기는 내게서 빠득빠득 세포를 앗아가려 하고, 봄과 여름 같은 날의 중간에서 계절을 마주하니 깊은 한숨과 소름 돋듯 선명한 지난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철 지난 가요가 듣고 싶어 오래된 카페에 들어갔다.
웃음으로 아픔을 가린 여자와 작정하고 얼굴을 드러내 과거 따윈 없다고 노골적인 표정을 짓는 여자가 중앙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 생각만큼 안 된 과거의 남자와 생각처럼 안 되는 현재의 남자와 생각 외의 미래의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보니 상처 같아 보여서 한 번에 마실 수 없어 그대로 두었더니 그 속의 하늘에 뜬 별이 하나 빠진다.
이 커피를 마시면 별을 마시는 건가, 별은 하늘이 낸 상처의 흔적이다. 나는 하늘의 상처를 마신다.
어김없이 이달의 마지막 주가 왔다는 건 이달의 첫 주가 지나갔다는 이야기다. 한 줄기의 빛이 가시광선으로는 같으나 관념 광선으로는 많이 달리지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별빛이 떨어지는 곳에 가지 마라.
별빛에 다치면 무지개밖에 약이 없으니 약을 바르고 나면 몸이 보남파초노주빨이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상처로 가득한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보면, 나를 부르던 삼월이 기억나고 그 기억은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게 만들고, 내 의식의 강 위에 배를 띄워 상처를 담아 보낸다.
새끼손가락을 들고 그럴싸하게 하늘의 상처를 마시고 나니
폐허 속에서 나는 상처의 맛,
피지 못하고 꺾여 버린 상처의 맛,
소리 없는 우는 상처의 맛이 났다.
메마른 계절에도 그대는 내 속에서 그대로 살아있으므로 악착같이 살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어떻게든 견디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더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