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뷰가 좋은 카페에 간다. 카페에 앉아서 바다 뷰, 도심지 뷰, 또는 논 뷰 등 탁 트인 경치를 바라보는 카페를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가는 카페는 골목에 있는 아주 작은 카페로 창문으로 오래되고 단단한 골목의 벽이 보인다. 나는 벽 뷰를 좋아한다. 앞이 딱 막힌 벽을 보는 게 좋다. 벽은 마치 나에게, 푸른 하늘이 보고 싶어? 하지만 볼 수 없어.라고 하는 것만 같다. 아직 계절의 추위가 사람들의 옷깃에 매달려 카페로 딸려 들어온다. 그 느낌을 받으며 벽을 멍하게 보고 있으면 벽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의 피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페에는 책이 있다. 나는 그 책을 뽑아 들었다. 어제도 읽었고 오늘도 읽는다. 제목이 벽 속의 다른 벽이다. 벽을 깨고 싶어 하는 벽의 이야기다. 초현실이며, 극사실주의에다가 온통 은유로 가득한 모호한 책이다. 모더니즘을 깨는 이야기다. 해체에 가깝다.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그래서 어렵다. 인간도 단단한 벽을 두르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벽이 더 완고해진다. 그러다 보면 도저히 깰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카페에 앉아서 벽을 보는 건 좋다. 골목의 벽은 봄이 되면 벽과 벽 사이에서 생명의 태동을 볼 수 있다. 녹색의 그것들이 고개를 들고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벽을 보는 재미가 최고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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