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샤워를 왜 두 번이나 해? 나는 한 번 한다. 샤워를 거의 매일 해서 한 번이면 족하다. 거의 매일 조깅을 하므로 등에 땀을 흘린다. 그건 여름에는 당연하고 오늘처럼 이렇게 추운 날에도 등에 땀이 난다. 겨울이면 조깅할 때 입는 체육복이 두꺼워서 달리기 시작하고 10분 후면 몸이 후끈거리고 그 이상이 되면 등에 땀이 난다. 그리고 집에서 샤워한다. 


거의 매일 달리기 때문에 거의 매일 샤워를 한다. 누군가는 샤워를 두 번 해야 한다는데 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두 번 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기 십상이고 물도 아깝다. 물이 아까운 건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티브이나 영화에서 샤워기를 틀고 놓고 딴짓하고 있으면 그게 꼴을 보기 싫어서 다른 곳에 돌려 버린다. 고독한 미식가 씨가 어떤 횟집에서 먹는 편에서도 주인이 물을 계속 틀어놔서 아내가 파파 오미즈라고 한다. 그러면 아차 하는 표정으로 물을 끈다. 


그래서 물이 아까워서 샤워도 금방 끝낸다. 물을 뿌리는 시간은 비교적 짧다. 뜨거운 물을 한참 몸에 뿌리는 일이 없다. 비누칠하는 시간이 훨씬 길고 물로 재빠르게 씻어버린다. 이건 우리 집 물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도 손에 비누칠할 때는 물을 잠근다. 손에 비누칠해서 문댄 다음에 물을 틀고 씻어 낸다.   

  

물이 아깝다고 느끼게 된 건 일 하는 건물의 내가 있는 층의 화장실에는 비번이 걸려있다. 비번이 달리기 전 사람들이 오가며 사용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사람들은 왜 자기 것이 아니면 막 사용을 할까. 왜 변기 안에 신발을 넣고, 대변을 밖에 싸 놓을까. 무엇보다 물을 틀어 놓고 왜 그냥 나올까. 물론 그런 사람은 적다. 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너무나 암울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적은 수가 화장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몇 달 하지도 못하고 다 도망을 가버렸다. 가장 짜증이 나는 건 화장실 수도세와 전기세는 같은 층의 세입자들이 나눠 내는데 이게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번을 달았다. 비번을 달고 나서부터 화장실은 눈에 띄게 깨끗함을 유지했고 물세도 적게 나온다.     


화장실이 멈추는 순간, 이 세상은 지옥으로 바뀔 거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오늘도 조깅을 하면서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모습을 봤다. 집집이 화장실에 있고 물을 사용한다. 화장실과 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화장실이 있더라도 물이 나오지 않으면 화장실은 화장실로 생명은 끝이다. 


사람들이 화장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건 ‘눈먼 자들의 도시’다. 사람들이 어느 날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들은 바이러스 때문인지 정부에서 시설에 수용한다. 눈이 보이지 않기에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서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 점점 시력이 상실된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다가 시설을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나 정부 관계자들 역시 시력을 상실한다. 안내를 해 주는 사람이 없이 시설에서 화장실에 가는 그 거리와 시간이 너무나 길고 험하다. 결국 생리현상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복도나 방에 싸버리고 만다. 결국 시설은 똥 밭이 된다. 그 지독한 냄새에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그 냄새의 원인이 자기 자신이다. 


여러 끔찍한 아포칼립스 영화가 있지만 이만큼 처절하며 실제 같은 기분이 드는 공포는 없다. 눈먼 자들의 도시 속 세계에서 권력을 쥐고 잘 지내는 사람은 애초에 시각장애가 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동선이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에 느닷없이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마치 노예처럼 부리게 된다. 


이런 세계에서는 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물 부족 현상으로 권력을 가진 자는 힘이 더욱 막강해진다. 인간이 인간을 제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물이다. 인간의 몸은 수준으로 되어 있고 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는다. 바로 숨이 끊어지는 게 아니라 아주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어간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화장실의 물을 아껴 쓴다. 나 하나 아껴 쓴다고 해서 뭐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물이 줄줄 새고 있으면 참을 수가 없다. 나는 비가 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기에 물이라도 아껴 쓰려고 한다. 정말 내가 살아있는 동안 물이 부족한 사태가 온다고 생각하면 아 그건 정말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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