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호철이는 상처받았다. 몸과 마음에 전부 상처를 입었다. 매일 상처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리 학교와 중학교 사이의 하천으로 흐르는데 호철이는 걷다가 하천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천에는 오리도 몇 마리 있었다. 하천은 그렇게 넓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하천도 아니었다.
나는 꿈에서 이 하천에서 남자가 빠져 죽어 있는 모습을 봐. 엎드린 채 일어나지 않아. 남자는 밤새도록 그렇게 있었나 봐.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그런 소리가 들렸지. 엎드린 채 등이 부풀어 올라 그렇게 죽었나 봐. 그런 꿈을 꿔.라고 호철이가 말했다. 서늘하고 건조한 말투였다. 호철이 같지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호철이와 헤어졌다. 토요일이었다. 내가 호철이 집까지 바래다준다고 했지만 호철이는 애써 거절했다. 일요일에 호철이 집에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여러 번 했지만, 신호음만 가고 호철이와 연결되지 않았다.
화학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호철이는 고물상에서 이런저런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기름이나 약품을 많이 알고 있었다. 고물상에는 쥐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난번 호철이가 나에게 자신이 만든 약물로 쥐를 죽이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약품이 쥐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쥐가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호철이는 나에게 보여주었다. 쥐가 잠시 괴로워하는 것 같았지만 서서히 움직이면 둔해졌다. 그리고 쥐의 등이 부풀어 올랐다.
만약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약품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고 호철이가 말했다. 그러나 호철이는 그 약품을 쥐를 잡는 데 사용할 뿐이었다. 그마저도 쥐를 잡는 약품이나 쥐약이 있어서 사용하지 않았다. 호철이는 모든 수업 시간에 공허하게 보냈어도 화학 시간만큼은 눈이 말똥말똥했다. 나는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간다고 하고 호철이 집으로 갔다. 고물상이 보였다. 고물상은 문이 닫혀 있었다. 일요일이니까 고물상도 쉬는 날이다. 나는 문틈으로 호철아! 호철아! 크게 불렀다. 고물상 근처에는 집들이 없었다.
주택지는 고물상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아무리 크게 불러도 호철이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소리를 질러 근처 개들이 크게 짖었다. 틈으로 고물상 안을 보았다. 고물상은 마치 더 이상 반응이 없는 시체 같았다. 잘 보이지 않아서 틈으로 억지로 머리를 밀어 넣어서 안을 보았다. 저기 보이는 버스는 그냥 고장 나고 고물인 버스로만 보였고, 그 안에 생활할 수 있는 침구류 같은 물품도 보이지 않았다. 잘 보이지 않아서 없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어떤 작업복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야성 기업이라는 로고가 붙어 있는 작업복이었다. 40대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너 누구야? 누군데 여기 출입 금지인데 들어와서 누굴 찾아?라고 했다. 고물상에 친구가 사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저씨는 나를 훑어보더니 빨리 가라고 했다. 나는 친구를 봐야 한다고 했다. 아저씨는 여기 고물상 자리는 철거지역이라 누구도 들어와서 살면 안 된다면서, 또 누구도 살지 않는다면서 여기는 위험하니 빨리 나가라고 했다.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다면 하루 만에 이사했단 말인가. 아니지, 며칠 동안 이사를 준비해서 갔을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 내일 호철이가 학교에 오면 물어보자. 괜찮은지 어떤지. 나는 도서관으로 가려다가 도서관에 가봐야 잠만 잘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로 갔다.
평일에 학교로 가는 길을 일요일에 걸으니 이상하지만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평일에 보던 풍경도 일요일에 보니 달랐다. 뭐가 다르냐고 물어도 딱히 대답할 길은 없었다. 문방구도 문을 다 닫았고 교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도 보이지 않았다. 방방도 철수한 상태였다. 같은 거리인데 요일에 따라서 풍경이 달라졌다. 나는 방방이 있던 자리에 서서 방방을 타던 호철이를 떠올렸다. 그리고 우리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하천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경찰차도 몇 대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갔다. 지금 막 휀스를 치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서 무슨 일인지 봤다. 하천에 누군가 엎드려 있었다. 얼굴이 하천에 박힌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체였다. 나는 시체를 처음 봤다. 서서 5분 정도 지났는데도 시체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시체니까. 하지만 얼굴을 물이 고인 하천에 박고 죽었다는 게 너무나 기묘한 모습이었다. 나는 저 남자가 누구인지 안다. 저 옷도, 키도. 내가 아는 사람과 같다. 시체는 등이 부풀어 있었다. 경찰이 나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호철이는 월요일에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이제 나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호철이는 점점 아이들에게서 잊혔다. 영어 선생님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호철이는 생각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방방, 컵라면과 도넛, 고물상 등.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