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팬들아 하루키 단편 소설 ‘코끼리의 소멸’ 좋아해? ㅋㅋ 나는 이 소설이 이상하게 그렇게 좋더라. 하루키 식의 초자연, 초현실을 아주 잘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
소설이 짧아서 더욱 강하고 깊게 잔상을 남겨. 코끼리의 소멸을 보게 된 주인공은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껴. 코끼리의 소멸을 보게 된 후 적극성이 몸에서 빠져나가 버려. 우선순위가 사라지는 거야. 회사에서 사장이 시킨 중요한 일보다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통을 치우는 일을 먼저 해 버리는 것처럼 말이야
어느 날 도시의 한 동물원에서 코끼리와 사육사가 사라지는 거야. 신문과 뉴스에 보도가 되는 거지. 코끼리가 문을 통해 빠져나간 흔적도 없고 사육사가 끌고 나간 흔적도 없는데 깜쪽 같이 사라진 거야
동물원의 배경과 코끼리가 어떻게 이 동물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소설에 나와.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이 코끼리와 사육사가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돼. 사육사는 코끼리와 아주 친밀한 관계처럼 보였지. 동물을 오랫동안 돌보다 보면 그런 관계가 되잖아. 마치 가족처럼 말이야
주인공은 어느 날 작은 구멍으로 보이는 동물원의 모습 속 코끼리와 사육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봐. 원거리에 있어서 작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코끼리와 사육사의 물리적인 크기가 작아져서 없어지는 모습을 보는 거야. 주인공은 그 이후 옳은 일이라고 선택을 하는 것도 힘겨워지고 상실의 깊고 깊은 터널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코끼리의 소멸을 본 주인공이 가지는 상실의 공백은 몹시 폭력적이야. 이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전혀 모르는 사실을 주인공 혼자 알고 있다는 진실이 주인공을 폭력의 세계로 서서히 밀어 넣어. 그로 인해 주인공은 조금씩 자신도 코끼리와 같이 실오라기처럼 소멸해 간다는 걸 느끼게 돼
주인공은 결국 파티에서 만난 여성에게 이 모든 사실을 털어놔. 우리는 가끔 자신이 떠안고 있는 사실이 힘겨워할 때가 있잖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육사의 이름이 와타나베 노보루야. 하루키 팬들은 다 알지? 단편 패밀리 어페어에 등장하는 여동생 애인의 이름도 와타나베 노보루, 태엽 감는 새에 나오는 아내의 오빠는 와타야 노보루, 또 어느 에세이인가? 고양이 이름이 와타나베 노보루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이름은 하루키의 단짝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본명이야. 다 알지? 하루키는 아무래도 미즈마루 씨를 만나고 나서 소설을 쓰면서 그의 이름이 내내 맴돌았지 않았을까. 어디 한 번! 같은 마음으로 ㅋㅋ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항상 젊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분위긴데 여자들에게는 하루키를 소개해줄게,라고 하지만 한 번도 하루키에게 젊은 여성들을 소개해준 적이 없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