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름에 물씬 가까워졌다. 아직은 싱그러운 바람이나 색감이 어울리는 유월이다. 지금은 해가 엄청나게 뜨겁지 않다. 곧 이글거리는 태양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무더운 여름이 온다. 해가 이글거리는 7월이 되면 해변에 나가 실컷 살을 태우는데 백신을 맞은 이후로 피부가 뭐랄까 긁거나 어디 쇠붙이 같은 것에 닿으면 부풀어 오른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가 걸린 후로 피부를 건드리면 부풀어 오른다고 한다. 두드러기처럼 긁으면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게  눈에 보인다. 신기하면서도 짜증이 난다.


크게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오염수를 방류하고 난 후 몇 년 뒤에 해산물 같은 것도 수입이 되고, 생물이야 사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뭐 캔식료품이나 어묵이나 오뎅, 햄 같은 것에 들어간 건 먹을 수밖에 없는데 피부가 더 뒤집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닷가 근처 사람들이 전부 피부가 뒤집어져서 좀비처럼 다니면서 내륙에 사는 사람들과 마찰이 일어나고 정부가 개입하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을 거야.


코로나 이전에 맞이했던 여름과 코로나 시기에 접어들면서 맞이하는 여름은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 이전까지 내가 사는 바닷가의 여름은 사람이 없었다, 코로나 시기니까 축제 같은 것도 없고, 모여 있는 것도 안되고 하니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고민이 많았다.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아야 먹고 살아가는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바닷가 사람들은 고민이 심해졌다. 오늘 이후 올해 여름은 하루하루 축제가 이어지고 사람들은 많지만 오염수 방류 때문에 어민들의 고민이 더해져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싱그럽고 푸르른 유월이어야 하는데, 먼지 많고 요 며칠 계속 흐리고 소나기가 내린다. 유월 초에(벌써 중순이라니) 해가 쨍쨍할 때 오전에 한 번 바닷가에서 한 시간 정도 살을 태웠다. 보통 태양에 피부를 실 것 태우면 살균이 되는지 모기도 달라붙지 않고 가렵지도 않다. 그런데 백신을 맞고 나서인지 좀 태웠지만 피부가 더 예민헤진 것만 같다. 칠월에 실 것 태워야겠다. 여름에는 역시 까무잡잡한 피부가 좋다. 코로나 전에는 허여멀건 피부가 태양 빛을 한 껏 받고 나서 탄탄해져 저녁에 맥주를 홀짝이며 시원한 배추에 강된장을 발라서 먹는 것을 즐겼다.


이번에 나온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을 보면 코로나 시기에 대해서 잘 나온다. 코로나 시기를 견딘 사람들이, 즉 상인들이 버텼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상권이라는 게 한 번 죽으면 그 이전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이전에 했던 것처럼 열심히 영차영차 한다고만 해서 코로나로 인해 오지 않던 사람들이 우르르 오지는 않는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이상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어제는 친척이 나에게 와서 천만 원을 빌려갔다. 그 친척 집은 몹시 부자로 이번에 전원에 땅을 사서 집도 목수들을 데리고 주말마다 가서 직접 지었다. 사촌 형님은 차도 두 대나 있다. 한 대는 아우디 세단이고 한 대는 렉서스다. 그 정도로 여유와 돈이 많은데 나에게 와서 천만 원만 빌려 달라고 했다. 수동기어차를 20년 정도 몰고 다닐 정도로 돈도 없는데 빌려줬다. 천만 원을 실제로 본 적도 없는데 폰으로 터치 몇 번으로 통장에서 통장으로 휙 넘어간다는 게 몹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사람들도 날씨도 우리의 일반 상식에서 조금씩 이탈해가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시원한 배추 잎이 있어서 강된장에 밥을 싸서 먹었다. 짭조름하고 달달한 맛이 배추와 파와 함께 씹힌다. 싱그러움이 온 입안에서 퍼진다. 이 맛있는 맛은 이전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먹는 게 가장 맛있었던 건 어릴 때 외할머니 따라 밭일을 하고 점심을 먹을 때 집으로 와서 먹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떤 날은 국민학교의 운동장 그늘에 앉아서 배추쌈을 먹었을 때였다. 외할머니 밭에 사촌누나들과 형들이 같이 나갈 때는 밭일을 하고 집에서 들고 온, 참에 먹을 점심을 학교 그늘에 앉아서 먹었다. 뭐 특별한 음식도 없다. 배추쌈에 강된장 그리고 밥과 얼음이 들어간 물이 전부다.


그렇게 먹으면 김밥이 없어도 꼭 소풍을 온 기분이 들었다. 시골에는 맑고 깨끗한 바람이 많아서 한 번 쏴아 하고 불면 운동장에 심어 놓은 미루나무가 노래를 불렀다. 외할머니가 싸서 입에 넣어준 배추쌈을 오물거리며 옆의 미끄럼틀에 가서 놀고 있으면 사촌누나가 와서 나에게 밥을 먹였다. 그렇게 강된장에 배추쌈 싸 먹는 맛이 좋았다.


여름이었다.

바람이 좋은 여름이었다.

미세먼지 같은 건 없었다.

창문만 열어 놓으면 바람이 불어 방 안도 상쾌해졌다.

어쩐지 다시는 이런 바람을 맞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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