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인데, 무척이나 활발한 두 살짜리 아들을 보라고 엄마와 아빠가 서로 미루다가 엄마가 화장실에 가는 바람에 아빠가 보게 되었는데, 애가 너무 활발한 것이다. 앉으면 뱅뱅 돌아가는 의자의 등받이를 돌리다가 아이가 얼굴에 맞아서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달래 보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사람들이 쳐다보고 아빠와 아이가 있는 곳을 피해 옆으로 가서 앉고, 뭐 그런 상황이었다. 화장실에 간 엄마는 아직 나오지 않고 아빠는 난처해하며 아이를 달래지만 아이는 더 크게 열심히 울었다. 엄마가 나왔을 때, 왜 애를 보지 못하냐, 너는 화장실에 가면 왜 그렇게 오래 있냐, 결국 두 사람은 서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해버리고는 터지고 말았다. 평소에 쌓인 불만이 분노가 되어 있다가 폭발한 것이다.


마치 스티브 연 주연의 넷플 시리즈 ‘성난 사람들’을 실제로 보는 것 같았다. 원제는 ‘비프’인데 소고기 말고 뭐뭐에 대하여 불평을 해대는 뜻도 있다. 말 그대로 현대를 살아가면서 쌓이는 작은 불평이 나중에는 분노가 되어 터져버리고 만다. 서로 간에 건들지 말아야 할 감정선을 건드리고 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아이를 데리고 호기롭게 멋진 하루를 보내려 했던 그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서도 엉망진창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숨김없다. 그래서 벌레를 죽이는 재미를 알고, 고양이를 괴롭히는 재미를 안다. 순수란 그런 것이니까. 그래서 만약 아이들에게 기민함과 힘이 있다면 어쩌면 아이들은 죄다 연쇄살인범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아이들 중에는 좋아하는 것을 사주면 엄마에게 한 번 안게 해 준다는 아이도 있다. 오, 어린이날인데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벌써부터 겁을 집어 먹는 어른들이 있다.


어린이날 하면 방정환 선생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어린이 동요와 합창곡을 많이 만든 윤석중 아동문학가도 있다. 윤석중 작가의 글은 정말 어쩜 이리도 어여쁠까.


나의 조카가 4살 때인가. 옥수수 하모니카를 가르쳐 줬는데, 지도 아기면서 아기가 노래 속에 등장하니 내내 부르고 했던 기억이 있다. 옥수수 하모니카라는 동요가 기억이 안 난다구요? 홍난파 작곡에 윤석중 작사. 그럼 일단 한 번 들어보면 아, 하게 되는 옥수수 하모니카. https://youtu.be/n3D6IR6XFHc 


윤석중 작가는 시인이며 아동문학가로, 동요의 아버지라 불렸다. 퐁당퐁당, 옥수수 하모니카, 종달새의 하루, 달맞이 등 우리가 다 아는 동요를 만들었다. 또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노래, 졸업식 노래도 만들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당신께~~부터 나란히 나란히 나 란 히. 나란히 하면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까지 전부 윤석중의 작품이다. 작사를 다 했다.


배기성 역사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윤석중 작가의 엄청난 일화를 알 수 있는데, 당시 이런 천재를 알아본 이승만 대통령이 윤석중에게 식목일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 노래가 ‘나무를 심자’였다. 노래를 들어보면 대번에 전부 아, 하게 된다. https://youtu.be/UlgQ7NkZhYs


후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박통이 1969년 7월에 윤석중을 부른다. 내가 미국에 가려고 하니 미국 대통령 앞에서 부를 노래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윤석중 작가가 고민을 한다. 그 당시 69년 7월 28일부터 31일 사이에 벌어졌던 전 세계적인 이벤트가 바로 아폴로 호가 달로 가서 착륙을 한 것인데 그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박통이 마국 워싱턴에 방문을 하는데, 그때 윤석중 작가가 만든 이 노래를 들고 갔다.


윤석중 작가는 당시에 영어로 된 ‘아폴로'라는 말을 우리나라 말로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 또 미국사람들이 들었을 때 아폴로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려면 어떤 우리나라 말이 가장 어울릴까 고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동요가 바로 ‘앞으로’였다. 이 앞으로 라는 말이 미국인들이 들어도 아폴로처럼 들린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폴로를 타면 온 세상 어린이들까지 다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노래를 만들었다. https://youtu.be/n5-OylLUOMY


그렇게 만들어진 이 ‘앞으로’를 들고 박통이 워싱턴으로 가서 합창단이 이 노래를 불렀다. 69년 7월에 이 노래를 부르고 다음다음 달인 9월 14일에 삼선개헌이 통과되었다. 닉슨이 거기에서 승인을 한 것이다. 그 당시 이 동요를 준비해 불러서 확실한 외교성과를 들고 온 것이다. 삼선개헌이 통과된 것이다. 그때 박통이 닉슨에게 한국형 전술핵을 우리가 하게 해 달라고 했는데 닉슨은 거절을 했다. 뭔가 이번 미국방문과 비슷한,,, 어린이날인데 좋은 생각만 하자.


윤석중 작가의 글을 보고 있으면 나의 메마른 마음에 골이 생기고 거기에 아주 맑은 샘이 울라와 촉촉하게 해주는 착각이 든다. 좀 슬프면서, 좀 안타깝고 마냥 그립기만 한, 그런 마음이다.


오늘 하루 어린이와 지낸다면 모두 윤석중 작가의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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