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자단의 격투가 아닌 견자단의 무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할만하다. 김용의 활극의 엄청난 서사를 영상으로 뽑아냈다. 김용이 만들어 낸 수많은 무공을 좀 더 봤더라면 좋았을 법했다.
주성치의 쿵푸허슬은 할리우드에서 촬영팀도 부르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중무장을 해서 엄청난 자본이 들어갔는데 그 많은 자본 중에 반 이상이 영화 속에서 사용하는 무공의 저작권에 들어갔다. 바로 김용이 만들어 낸 무공이었기 때문이다. 주성치는 얼마가 들어가더라도 돼지촌에서 일어나는 캐릭터의 무공을 전부 김용의 무공으로 사용했다.
천룡팔부에서 교봉이 사용하는 휘이이익 황룡십팔장 같은 무공이 더 많이 나와야 좀 더 김용 무협스러웠을 텐데 아쉬웠다. 이제부터 아쉬운 걸 말하자면 영화가 2시간이 넘는데 1시간 정도는, 그래 이렇게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고 그건 오해야 그러니까 아니라고, 같은 내용을 말하기 위해 지루하게 흘러간다.
그러다가 1시간이 지나면서 무협 액션 활극 장면이 나온다. 판타지 액션 활극치고는 타격감이 좋다. 예전 풍운(망했지만 재미있었음 개인적으로)은 타격감은 별로 없고 판타지 액션의 맛만 났다면 이번 교봉전은 견자단이 무술까지 감독을 해서인지 타격감이 좋다. 그러나 수십 명이 화살을 몇 백 개씩 쏘아대는데 몸통만 맞는다. 눈이나 얼굴도 맞아야 하는데 얼굴만 빼고 몸통만 화살을 맞는다 뷁.
천룡팔부는 영화 마지막에서 다음 편을 예고하면서 끝났다. 마지막 장면에서 뭐야? 견자단이 모용박보다 왜 늙어 보이지? 했는데 2편은 교봉의 전 세대, 아버지 세대의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견자단이 1인 2역을 했다.
옛 향수를 자극하며 견자단이 한국까지 와서 열심히 홍보를 하며 극장 상영을 감행했지만 상영관 안에 사람은 거의 없거나 별로다. 중국 내에서는 극장 상영을 하지 않고 오티티 서비스로만 하는 걸로 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예전만큼 만만찮다. 4디 상영관에서 두 명이서 영화를 보고 팝콘이나 음료를 마시면 5만 원 돈이 날아간다. 그렇기에 영화를 고르는 관객 입장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천룡팔부 같은 판타지 무협 영화는 일단 여자들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친구가 나는 싫어, 하면 다른 영화를 봐야 한다. 예전의 무협 향수를 가지고 보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있는 남자들인데 요즘 나이가 든 남자들은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여가에 쓸 돈과 시간은 너무나 중요한 선택사항이다. 나머지가 젊은 남자들인데, 이 계층의 남자들 중 견자단의 진정한 팬이 아니라면 애매하다.
무엇보다 2시간이 너무 길고 1시간이 내용을 설명하기에 힘들다. 시간을 좀 줄이고 액션에 더 과감하게, 그러니까 김용의 원작을 그대로 영상화 시켰으니 김용의 무공이 많이 나오는 액션 활극이라면 오티티로 풀려도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만고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