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여름이 되었습니다.

저는 여름을 사 계절 중에 가장 좋아합니다.

여름의 그 열기와 숨을 못 쉴 정도로 뜨거운 공기가 마음에 듭니다.

여름에 흘리는 땀은 온당한 것처럼 다가옵니다.

겨울에 나는 땀은 비집고 나온다는 느낌인데 여름에 땀은 흘린다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깨끗합니다.

어제는 올 들어 처음 매미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매미 소리 듣는 것 또한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제는 서서 매미들의 합창을 녹음까지 했습니다.

매년 그해 여름에 듣는 첫 매미소리에 대해서 기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는 까맣게 태운 피부와 땀과 맥주와 매미 소리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비교적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산들바람이 부는 평상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매미소리를 실컷 듣는 삶이 여름을 제대로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집 방충망에 매미가 한 마리 붙었습니다.

그때는 여름의 끝물이었는데 한 마리가 붙어서 울었습니다.

매미가 우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매미를 가까이서 보기는 했지만 우는 모습은 말입니다.

매미는 음절을 끊어서 웁니다.

음절이 끊길 때 어찌나 힘이 드는지 배를 말아 올리고 공기를 서서히 뺍니다.

그 소리에 한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두었더니 매미는 방충망에 삼일이나 붙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홍어가 온몸으로 소변을 배출하듯이 매미는 온몸으로 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생에서 사로 가는 길목에서 매미는 생명을 위해 울었습니다.

칠 년의 결실 끝에 나온 매미는 절박한 생의 기간 중에 삼일을 방충망에 붙어서 울었습니다.

방충망을 탁 두드리면 추락하여 영롱한 생성(생의 소리)의 소멸이 두려워 두었더니 매미는 목 밑까지 차오른 말들을 매 밑으로 삼켜 소리로 뽑아냈습니다.

매미를 떼어내지 못한 나와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매미 사이에는 ‘삶’이라는 결박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갑옷 같은 몸을 열고 나온 매미는 진정으로 소리를 내고 감옥으로 들어간 저는 소리를 삼켰습니다.

세상이 잡아당기는 저 무서운 힘을 이겨내며 생을 노래하는 십오일의 삶, 세상은 시끄러운 매미가 싫어 짧은 삶을 주었지만 매미는 세상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여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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