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포탕은 두부를 가지고 조리한  또는 탕을 말한다. 연포탕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해보자면, 연포탕의  두부를 가지고 여러 식재료와 함께 끓여서 만든 두붓국의 하나라고 되어 있다. 나는 두부를 좋아해서 두부를 거의 매일 먹는다. 매일 먹는 두부이다 보니 같은 조리로 매일 먹기는 싫기도 하고, 그래서 굽고, 튀기고, 지지고 볶거나 그냥 그대로 뜨겁게 해서 먹기도 하는데, 이상하게도 두부가 가장 맛있는 것은 탕에 풍덩 빠졌을 때다.


또는 찌개나 국에 들어가 있을 때의 두부가 맛있다. 두부는 쉽게 식지도 않고, 식어도 맛있어서 거의 매일 먹고 있다. 매일 먹어서 두부의 맛을 잘 알 것 같지만 시장에서 손두부를 구입해서 먹으면 그건 또 맛이 별로다. 시장의 손두부가 몸에는 더 좋을 텐데 뻑뻑하고 퍽퍽하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음식 맛에 대해서는 꽝인 걸로.

두부가 문학적으로 좋은 것은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부자들이라고 해서 엄청난 고가의 두부를 먹지는 않는다. 중국의 북경오리처럼 몇 천 원짜리부터 몇 십만 원짜리 북경오리가 나눠지는 것이 아니다. 두부는 그저 두부일 뿐이다. 물론 비싼 두부도 있겠지만 휴대폰과 비슷하다. 자동차와는 다르다.


두부 하면 또 하루키 아닌가. 그는 갓 사온 두부를 먹어야 한다고 80년대에 쓴 에세이에서 말했다. 하룻밤 지난 두부를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 제대로 된 인간의 사고방식이라고 했다. 귀찮으니까 지난 것이라도 먹자는 주의가, 방부제라든가 응고제 같은 것의 주입을 초래한다고도 했다. 두부 장수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침에 된장국에 넣으라고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열심히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건데, 모두들 아침에 빵을 먹는다든가, 슈퍼에서 파는 방부제가 들어 있는 좋지 않은 두부를 사 먹거나 하니까, 두부장수 쪽에서도 의욕이 떨어져 버리는 것이리라. 그러니까 두부를 만드는 우수한 두부 가게가 거리에서 한 집 한 집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고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말했다.


또 하루키는 ‘가장 맛있는 두부는 정사 후에’ 먹는 것이라고 에세이에 말하고 있지만 끝까지 읽으면 반전이 있다. 하루키의 말대로 일본에서 맛있는 두부 집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해서 자취를 감추었다고 했는데 그게 80년대다. 정말 그럴까. 집에서 두부를 거의 매일 먹다가 예전에 일본에 한 번 가서 거기서 두부를 한 번 사 먹었는데 도대체 나는 그동안 뭘 먹은 거지? 했던 기억이 있다. 후배와 타 지역에 여행을 가서 배고 고파서 들어간 식당이 오색두부를 파는 곳이었는데 먹어봐야 두부일 뿐인데 두부 치고 가격이 비싸서 놀랐던 기억도 있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두부를 먹기 시작했을까. 지식백과에서 ‘동국세시기’에 연포탕이 등장하는데, 동국세시기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조선시대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두부를 먹기 시작한 시기가 고려 시대로 올라간다. 고려 시대 문헌인 ‘목인집'을 보면 ‘오랫동안 맛없는 채소 국만 먹다 보니 두부가 마치도 금방 썰어낸 비계 같군. 성긴 이도 먹기 에는 두부가 그저 그만. 늙은 몸을 장으로 보양할 수 있겠도다’라고 쓰여 있다.


후에 ‘세종실록’에는 명나라 황제가 ‘칙서가 이르거든 특히 두부 만드는 솜씨를 익히 보내주기 바라오’까지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두부가 이렇게나 역사가 깊다. 물론 맛도 깊다. 연포탕이라는 이름은 원해 두부가 들어간 국을 칭한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도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난중일기에 ‘아침에 초계 군수가 연포탕을 마련하여 와서 권하지만....’라는 부분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먹었다는 연포탕은 두붓국에 가깝다. 조선시대 가정생활백서 ‘산림경제’에 연포탕을 표기해놨는데 연포탕은 [두부를 잘게 썰어 한 꼬치에 서너 개 꽂아 흰 새우젓국과 꿀을 타서 그릇에 끓이되, 배를 그 위에 덮어 소금물이 스며 나오게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순신 장군이 먹었다는 연포탕은 쇠고기가 들어가고 주재료가 여러 갈래로 썬 두부였다. 해서 감칠맛은 배제되어 있고 두부의 향과 맛이 풍부했다고 전해진다.


맨 위의 사진 속, 집에서 끓인 국에는 밑에 쇠고기가 들어있다. 그래서 두부의 슴슴한 맛과 새우젓의 깔끔하고 시원한 맛과 쇠고기의 육즙이 살짝 스며든 맛이 난다.



두부와 와인은 한 몸처럼 어울림


햄을 다 태우면서까지 구워서 두부와 함께 먹음


좀 멀리까지 가서 구입한 두부와 양파 무침


두부에 명란젓을 곁들여서 먹으면 정말


약간 멀리까지 가서 구입한 두부. 맛있음. 두부만 먹으면 될 정도로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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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2-05-18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저도 두부 좋아요. 텁텁한 무맛인 듯, 무앗아닌..그 어떤 말로 규정짓기 어려운 맛이랄까요? ㅎㅎ 저도 오늘부터 더 열심히 두부 먹어야겠어요. 건강에도 좋으니

교관 2022-05-19 11:08   좋아요 1 | URL
두부 맛있고 좋아요 ㅎㅎ. 근래에는 가장 저렴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식이 아닌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