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맥도날드로 달려가 커피와 감자튀김을 씹으며 하루키 읽기. 매일 달리는 조깅코스에서 표층적으론 미미하지만 심층적으로 다른 공기와 만나기. 안성탕면이나 스튜에 토마토를 듬뿍 넣어 으깨 먹기. 이층에서 창밖 일층 바라보기. 마음대로 일 시작해서 마음대로 일 끝내기. 덴마크식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 관찰하기. 사람들에게 소설적 거짓말하기. ost 찾아 듣기. 영화 보고 리뷰 적기. 협소한 인간관계를 좀 더 좁히기. 운전하면서 에버 프리 크게 따라 부르기. 돼지국밥 집에 계란 하나 들고 가서 나올 때, 아직 막 보글보글 끓고 있을 때 탁 깨서 넣기. 샤워하고 캐시미어 이불에 발가락으로 비비기. 애플 키보드로 활자 쓰기. 노순택의 사진 찾아보기.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나보다 약해 보이는 인간 노려보기. 자주 가는 오뎅 집에서 무 집어먹기. 핸드크림 바르고 손등에 냄새 맡기. 참치 인간 상상하기. 바닷가 라바짜에 제일 첫 손님으로 제일 첫 커피 받아 마시기. 비 온 후 해무 들어마시기. 조카와 서점가기. 상관없는 사람이 상관없는 세계에 대해서 하는 말 멍청하게 듣기. 잠들어 있는 곱슬이 배 만지기. 새 볼펜 구입하여 볼펜 심이 줄어들어가는 것 보기. 로렌스 라우리의 그림 속 사람들 따라 그려보기. 미스틱 훔쳐보기. 그럴만할 때 손톱, 발톱 깎기. 현실을 illusion 화 시키기. 기억의 표면에 붙어있는 당신의 눈동자 떠올리기. 오아시스의 스탠 바이 미 듣기.
따위를 예전에 좋아했다.
한동안은 그림 그리길 좋아해서 열심히 그렸었다.
불과 일이 년 전.
주위 사람들을 그려줬다.
그리고 보니 전부 여자다.
반성한다.
민들레가 좋은 이유는 이름이 민들레이기 때문이다. 민들레만큼 예쁜 이름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민들레는 거창하지 않고 들판에 가면 늘 볼 수 있어서 좋다. 불꽃처럼 한 번 화려하게 피는 꽃도 있지만 그저 늘 볼 수 있어서, 그래서 언제나 곁에 있어서 위로가 되는 민들레가 좋다. 누군가, 만약에 나는 민들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고 말한다면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가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손을 내밀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민들레는 내내 초조해서 초초하게 바람을 기다린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홀씨가 바람을 타고 그리운 사람에게로 간다. 그 사람은 홀씨가 코에 들어가 에취 하며 재채기를 한다. 그리고 눈에 눈물이 핑 돈다. 눈물은 그리움의 맛이 난다. 민들레만큼 확실한 노란색을 띠는 꽃도 없다. 민들레는 노랗기 때문에 좋다. 노란 것들은 전부 예쁘다. 너무 흔해서, 너무 흔해빠진 노란색이라 좋아한다. 노랑은 사랑을 말한다. 민들레는 있는 그대로 사랑을 말한다. 안녕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