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요? 어떤 것 같아요?


일행은 내가 먼저 먹기를 바라고 맛을 자꾸 물었다. 우리는 마라탕이 처음이었다. 마라탕을 먹을 계획도 없었다. 이른 시간에 맥주를 한 잔 마시러 바닷가를 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 동네는 바닷가다.


코로나 이전에는 퍼브가 여러 곳이어서 아무 곳이나 쓱 들어가서 맥주를 홀짝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스몰비어 집들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시간은 오후 4시에서 5시로 흐르는 시간대. 맥주집을 찾다가 보이는 마라탕 집으로 우리는 그대로 들어갔다. 깔끔한 실내에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음향이었다. 직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안내받은 테이블에 앉았다. 자 다음. 그다음이 우리에겐 없었다.


일행이 일어나서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직원은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다. 직원이라지만 같이 일하는 동업자 같았다. 일하는 사람은 총 4명으로 홀에 한 명, 주방(아주 깨끗하고 청결한 오픈 주방이었다)에 3명이 있었고 여성 한 명에 나머지가 남성이었다. 모두들 20대로 아주 젊고 무엇보다 몹시 친절했다. 일하는 모습이 활기차고 보기 좋았다. 바닷가에 왕왕 가는 국밥집 이모님들의 친절과는 또 달랐다.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그릇에 들어갈 재료 이것저것을 담았다. 몇 번의 질문과 답이 오고 간 후 계산을 하고 조리가 될 동안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조리가 되는 동안 명랑해 보이는 여고생들과 활발한 여고생들이 우르르 들어와 먹는 것을 보고 우리처럼 먹는 게 올바른지, 올바르지 않은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때요? 일행이 물었다.


결론은 맛있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고수와 혀를 마비시키는 그 산초 같은 맛이 좋았다. 순식간에 마라탕 집이 꽉 찼다. 우리 빼고 전부 여고생들이었다. 그녀들은 이 바닷가에서 바다의 힘을 받고 씩씩하게 공부를 하며 작금의 코로나 시국을 이겨내고들 있었다.


이제 음악 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 대신 밝고 맑은 여고생들의 소리가 마라탕 집을 꽉 채웠다. 우리만 둘이서 하나의 그릇을 놓고 먹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각자 한 그릇씩 놓고 먹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먹는 게 마라탕은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먹어야 취향대로 재료를 넣을 수 있다. 일행은 고수를 처음 먹어봤고 고수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행도 금세 마라탕의 맛에 빠졌다. 마라탕은 맛도 있지만 재미있는 음식이었다. 나는 귀찮은 음식을 싫어한다. 테이블에서 조리를 해야 하는 음식은 잘 먹으러 가지 않는다. 잡고 뜯거나, 고기를 굽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그런 음식은 귀찮다. 그렇게 먹는 게 재미라는데 나는 싫다. 그런 재미 별로다. 주문을 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나오는 음식이 좋다.


그런데 마라탕은 그 두 가지를 다 갖추었다. 재미와 안 귀찮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넣고 싶은 재료를 담아서 주면 주방에서 조리를 해서 테이블에 놔준다. 귀찮지 않다.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여고생들을 보면 재미있어한다. 자신이 먹고픈 음식 재료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 여고생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좋다. 게다가 맛도 좋다.


맥주를 홀짝이며 건져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에 먹을 때는 채소를 더 많이 넣어야지, 이게 맛있네, 이거 나중에 좀 더 넣어야지, 양고기를 넣으면 어떤 맛일까, 마른 두부를 왕창 넣어서 먹어보자, 같은 말을 하게 된다. 가격도 이 정도에 만 사천 원 정도였다. 평일의 오후라 더 맛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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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1-11-21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라탕의 ‘마‘는 마비나 마취의 마자로 입안이 마비될 정도로 얼얼하다는 의미이고 ‘라‘자는 맵다는 뜻이어서 ‘입안이 마비될 정도로 얼얼하고 매운 탕‘이라는 뜻이죠.
한국에 들어온 마라탕은 어느 정도 한국화가 되어서 ‘마‘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느낌인데 실제 사천성에서 파는 마라탕은 첫 숟갈에 입안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을수 있더군요.

교관 2021-11-22 11:47   좋아요 0 | URL
퇴색된 마라탕도 괜찮았습니다 ㅎㅎ. 여고생들이 저렇게 좋아한다면 적당한 게 좋아요. 홍어도 그렇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