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수육
고기를 삶는다는 건 특별한 지식이나 기교를 요하지 않는다. 그저 물을 붓고 고기를 넣어 삶는다. 또 삶고 계속 삶으면 된다. 다른 요리처럼 이것저것 첨가하거나 손을 많이 움직이고 양념들이 오고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짧아도 안 되고 너무 오래 삶아도 안 된다. 알 수 없는 정성의 눈길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그저 불 위에서 끓인다기보다 고아내는 의미로 삶아야 한다. 인생도 고아낼수록 진국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돼지수육은 단순하다. 복잡한 동파육과는 다르다. 복잡한 요리는 맛있지만 수육은 담백하다. 담백한 맛이 있다. 인간도 담백한 인간이 재미는 덜 살지라도 그만이 가지는 멋이 있다.
수육이 단단하게 지니는 의미는 ‘여럿이서’이다. 둘러앉아, 또는 다 같이 모여 먹는 음식이 수육이다. 집에서 혼자 먹기 위해 고기를 부로 삶지는 않는다. 역사 속 음식에는 활자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애가 스며들어 있다.
잔치가 열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삶은 고기가 있었다. 수육을 한 접 먹으며 모두가 하하 웃으며 지난 일들을 얘기하는 분위기를 가졌다. 우리는 때때로 지구 반대편의 맛을 찾아 헤매지만 달력의 뒤편처럼 간단하게 넘기면 만날 수 있는 음식이 가까이 있다. 그런 음식들은 대체로 영원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