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트 똥 같다


민초단 초코파이


이 기괴하고 기묘한 컬러를 지닌 오묘한 맛이 나는 민초단을 어느 날 문득 먹게 되었다. 일상에서 특별한 일은 어느 날 문득 이뤄진다. 말똥말똥 만화 같은 눈으로 앞에서 먹기를 바라고 있어서 따자마자 세 개를 먹었다. 박하 초코파이가 입 안으로 들어온 날.


예전 연애시대를 보면 은호의 내레이션 중에, 우리의 삶(일상)은 장난감 같아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망가진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우리는 망가진 일상을 이어 붙인다. 계획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계획대로 되는 일은 보통 잘 없다. 어느 날 문득 한 번 해볼까, 하고 한 번 생각이 들면 그대로 하게 된다. 우리의 일상은 대체로 그런 ‘어느 날 문득’으로 이어진다.


어느 날 문득 일행이 호들갑을 떨며 민초단을 들고 왔다. 내 약해빠진 일상이 와그작 망가졌다. 온몸이 민트로 꽃을 피울 것만 같다. 왕뚜껑 국물이 왜 간절하게 생각이 나는 걸까. 일행은 오리온에서 깜짝 이벤트로 어쩌고 하면서 두 박스나 들고 왔다. 나는 보는 앞에서 세 개를 먹었다. 이틀 정도 지난 지금 아직도 한 박스가 냉장고에 있다.


어느 날 민트가 외계인처럼 생활 속으로 야금야금 파고들더니 사람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었다. 지난번에도 민트 라테를 마시면서 민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했다. 민초단은 말 그대로 민트와 초콜릿을 섞어 만든 초코파이다.


첫 한 입을 깨물면 비누를 씹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비누가 입 안으로 들어오는 가 싶더니 이내 비누 맛은 사라지고 민트와 초콜릿이 뇌를 주무른다. 이렇게 말을 하면 맛이 이상할 것처럼 보이지만 꽤나 먹을 만하다. 나는 [어쨌든] 한 번에 세 개나 먹었다. 크기가 작기도 하고 마카롱 맛과 비슷하다. 일단 한 박스를 하루키의 ‘먼 북소리’와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민초단 초코파이를 눈을 감고 먹으면 ‘먼 북소리’에 나오는 하루키 섬[먼 북소리를 읽으면 알겠지만 하루키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섬이 있어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하루키 섬으로 가는 내용이 나온다]에서 양치질을 하고 뱉을 수 없어서 그대로 입에 크림을 넣어서 같이 먹는 기분. 그 순간 하루키 섬의 바다는 가루를 뒤집어쓴 듯한 하얀 바위에 민트색 파도가 밀려와서 소리도 없이 민초단으로 파스텔톤으로 부서진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라며, 어떻게든 하루키와 엮어 보려는 나의 노력이 가상하다. 오히려 민초단인 일행이 호들갑을 뜬 것에 비해 잘 먹지 못했다. 아마 파리바게트의 민트 초코 마카롱 아이스크림의 맛을 따라오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민트 축제다. 이 뜨거운 붉은 여름에 민트 색이 온 세계에 팡팡 열려 있다.


그림을 잘 그렸다면 파스텔컬러로 머릿속에 있는 이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했을 텐데 아쉽다. 민트가 도넛에도, 초코송이에도, 아이스크림에도, 다이제에도 가득가득이다. 봉지를 따면 민트 향이 솔솔. 천연향료로 멘톨(박하)이 개미 눈곱만큼 들어가 있다. 민트 민트가 세상에 안개꽃처럼 만개하여 민초단들이... 나는 미쳐가는 걸까. 민트 초코파이가 그냥 초코파이보단 덜 달다. 그저 내 입에는 그렇다.


어때요? 여러분은 민초단입니까? 반민초단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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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07-30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만화책 표지인줄 알았어요. 설마 저런 색상의 초코파이가?^^‘‘‘‘‘ 민초가 대세니 스벅도 민초 밀어주고 온통 민초 세상이네요^^;;;;

교관 2021-07-31 12:58   좋아요 0 | URL
ㅋㅋㅋ 박하로 만든 빵 같아요 ㅋㅋ 민초 다음에는 어떤 유행이 올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