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곰탕.


오늘은 중복.

이번 초복에는 또 얼마나 많은 닭이 한국인의 입으로 들어갔을까.

중복인 오늘 닭곰탕을 먹을 테지만 초복에도 닭곰탕을 먹었다.

아마, 분명 말복에도 닭곰탕을 먹을 것이다.

작년에도 그랬고 작년 이전에도 그랬으니 올해도 말복까지 죽 그러지 싶다.


초복 날, 오후 다섯 시 경에 봐버린 라면 먹방 때문에 저녁에 집에 가면 라면을 끓여 먹으리라, 라면을 이렇게 끓여서 그 안에 잔뜩 삶아 놓은 삶은 계란도 넣으리라, 밥도 잔뜩 말아서 먹으리라. 매운 라면을 후루룩 먹는 모습을 보니 내 코끝에 땀까지 맺혔다. 오늘은 라면이다! 다짐을 하며 집으로 왔는데 닭곰탕을 먹었다.


종목이 바뀌었을 뿐 넣어 먹을 수 있는 밥도 말아먹고 김치도 죽죽 찢어서 같이 먹고 깍두기도 올려서 야무지게 먹었다. 하지만 계란을 먹지 않았다. 닭과 계란을 한꺼번에 먹는다는 게 뭔가가 뭔가여서, 아무튼 그렇다.


닭곰탕은 아주 쉬운 요리라서 자주 해 먹는다. 그저 닭 한 마리 구입해서 마늘을 잔뜩, 아주 잔뜩 넣고 끓이면 끝이다. 닭고기는 죽죽 찢어서 같이 넣어서 먹으면 된다. 식당에서 파는 닭곰탕은 노계를 사용한다고 한다. 질긴 맛이 좋아서 그 맛을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학창 시절에 여름 방학에 외가에 놀러 가면 하루는 닭을 삶아서 먹게 된다. 토종닭을 외숙모가 잡아서 백숙을 해주었는데 먹다 보면 털도 씹혔다. 무엇보다 질겼다. 질겼다기보다 평소에 먹는 삼계탕 같지 않았다. 많이 씹어야 했다. 그래서 어릴 때 먹는 질긴 닭은 맛이 없어야 하지만 외가가 있는 불영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면 아주 맛있다.


기름에 빠진 닭은 어쩐지 (몸에 미안한) 죄책감이 드는데 물에 빠진 닭은 또 그렇지 않다. 죄책감 따위 들지 않는다. 그래서 밥도 말아먹고, 국수를 말아서 먹기도 한다. 하지만 칼로리가 아주 높은 음식이 삼계탕이라 한다. 우리가 싫어하는 단어 고칼로리의 음식인 것이다. 삼계탕이 맛있어서 매일 한 끼를 삼계탕으로 식사를 하게 되면 아마도 몇 달 뒤에 양말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걸 생각하면 늘 따라오는 말이 왜 맛있는 건 다 살이 찌고 몸에 안 좋은가, 이다. 도대체 이 세상 맛있는 것은 다 몸을 버리는 음식이다. 짜장면을 많이 먹으면 피가 맑아지고 탕수육을 하루에 몇 개씩 꼬박 먹으면 성기능이 향상되고, 반면에 브로콜리 많이 먹으면 통풍이 오고 막 그래야 정상이 아닌가. 왜, 어째서 맛있는 음식은 죄다 몸에 안 좋고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을까.


오죽하면 인간은 고기를 피해 고기 맛이 나는 콩고기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할까. 그냥 고기 먹고 싶을 때 고기를 먹으면 안 될까. 굳이 스님들이 먹는 식단으로 된 요리를 찾아가서 먹고 콩고기로 고기 대신 몸을 채워야 할까. 하지만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궁리를 하게 되고 해답에 근접하게 되었다. 그러니 잘못됐다고만 할 수도 없다. 미국은 비만이 국가적 재난으로 여기고 관리를 한다고 하고, 한국도 이미 소아 비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휴양지로 잘 알려진 섬나라 ‘피지’의 사람들도 고기를 좋아한다. 삼겹살처럼 고기에 기름이 붙어 있는 걸 주식으로 먹는데 돼지비계 두툼한 부분을 삶아서 어릴 때부터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피지 사람들 대부분이 관리 대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생각하기를 싫어해서 생산적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으려 한다. 맛있는 돼지고기 비계가 사람들의 의식구조까지 바꿔 놓았다나 어쨌다나.


그러니 삼계탕이 맛있다고 해서 많이 먹지는 말라는 말이다. 내가 왜 이렇게 열변을 토하냐면 3일 동안 아침 밤낮으로 닭을 세 마리를 삶아 먹었다.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게 무서운 날이 되었다. 옛날처럼 호환마마가 무서운 날이 좋은 것이다. 소설가 성석제의 투명인간을 보면 그 당시 학교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고 여름에 집집마다 가정방문을 했을 때 좀 사는 집에서는 시원한 보리차에 설탕을 넣어서 대접했다. 귀한 것이었다. 담임은 시원한 설탕물 한 잔에 큰 대접받는 기분을 느꼈다. 그럴 때가 있었다.


아마 요즘 설탕을 잔뜩 넣은 물을 준다면 욕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다. 시대라든가 시기가 그렇게 흘러왔다. 맛있는 음식이라는 건 말 그대로 맛이 좋은, 맛이 나는 음식이다. 허기질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그만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먹게 된다. 노가다를 해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몸을 움직여 노동을 하고 나면 허기가 강하게 오고 곡기가 당긴다. 그때 식사를 하면 숟가락을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우리는 더없이 나약해지고 먹으면서 점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세상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굳이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뫼’스러운 세상이다. 이 ‘뫼’를 뫼가 아니라 어쩐지 ‘뭬’라고 발음해야 할 것 같은 세상. 오늘은 중복이다. 또 얼마나 많은 삼계탕 집 앞에 줄이 서 있을까.


이렇게 덥고 뭬 같은 세상에 어울리는 노래가 뭐가 있을까

오늘도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UQn-7GCh2r0


토토의 아프리카를 라이브로 들어보자

노래 부르기 전 도입부의 그 연주는 가슴을 웅장하게 한다.

이 더운 날 토토의 이 멋진 라이브를 볼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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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7-23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Toto의 아프리카! 딱 좋은 선곡이네요. 대한민국 닭 소비량으로는 세계 최상위라도, 조리법은 많지 않다는 게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치킨로드??] [치킨 인류??] 그런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교관 2021-07-24 12:43   좋아요 0 | URL
토토 앨범 정말 좋아요 ㅎㅎ. 엘피로도 있어서 고등학교 때 쥐뿔도 모르면서 토토 앨범을 엄청 들었거든요. 시원한 곳에서 치킨을 뜯으며 토토의 앨범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