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 마트와 다른 점은 5일장이 열리며 불경기에도 항상 북적인다. 그리고 마트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돼지국밥이 큰 무쇠 솥에서 펄펄 끓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토렴 해서 한 그릇 내준다. 상인들과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한 그릇 말아주는 국밥을 후루룩 먹고 간다. 진한 돼지국밥의 냄새가 가득 퍼져 허기진 배를 잡아당긴다. 마트와는 확실히 다른 전통시장 만의 컬러가 있다.


5일장을 찾으면 일단 촘촘하게 들어선 시장 상인들의 열기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인해 평소에 한산하던 시장도 5일장만큼은 꽁꽁 숨어있던 사람들을 시장으로 나오게 만든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사람인 동시에 가장 필요한 존재도 사람이라, 5일장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렇게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가진 사람도 북적이는 5일 장을 찾는다. 아빠의 손을 잡고 있던 아이는 장애인의 통에 기꺼이 고사리 손에 들려 있는 몇 푼을 넣는다.


시장표 쿠키를 파는 곳에는 주인 마음대로 이만큼 퍼주는데 말만 조금 섞으면 더 퍼준다. 저기 사브레처럼 생긴 계란 듬뿍 쿠키는 입에서 살살 녹여 먹는 맛이 있다. 이만큼 사다가 크리스마스에 접시 위에 올려놓고 파티를 즐기고픈 마음까지 든다. 맥주와 함께 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전통시장에는 떡집이 있다. 할매? 이건 뭔데요? 술떡. 이거는요? 인절미. 여러 번 질문해서 잡을 들었어도 지나고 나면 다 잊어버리게 된다. 떡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전통시장에만 나오면 이 떡 저 떡 다 먹어 보고 싶다. 떡은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칼스버그의 안주로 딱이다. 모든 것이 다 있는 편의점에도 떡만큼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돼지껍데기를 파는데 엄청 매워 보이지만 실은 매운맛이 없다. 돼지껍데기는 다른 부위에 비해 맛은 썩 좋지 않지만 돼지껍데기만의 맛이 있다. 돼지껍데기는 저대로 먹는 게 좋다. 집에서 데워 먹거나 조리를 하게 되면 껍데기가 흐믈렁 해져서 씹는 맛이 덜 한 것 같다. 돼지껍데기를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맥주와 함께 먹으면 된다.


전복, 멍게, 개불도 보인다. 개불은 횟집에서는 먹어 봤지만 집으로 가져와서 먹어본 적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트에도 개불이 있을 텐데 왕왕 마트에 갔을 때 멍게만 줄곧 사다 먹었다. 멍게나 전복은 집에서도 잘 먹지만 개불은 횟집에서만 먹어본 것 같다. 개불을 아주 맛있게 먹었을 때가 대포항에 갔을 때인데, 역시 맛이라는 건 추억이 크게 관여한다. 개불은 어쩐지 우리나라 사람만 먹는 것 같다. 어느 나라 영화에서도 개불을 먹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분명 먹을 텐데. 개불은 식감이 졸깃졸깃하니 역시 맥주와 함께라면 아주 맛있다.


여기 5일장에는 다른 전통시장과는 달리 피라냐를 판다. 피라냐는 튀겨 먹으면 아주 맛있다. 비타민이 그렇게 풍부하다고 한다. 튀기면 아미노산도 작살나게 나오기 때문에 굳이 양념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감칠맛이 많이 난다. 피라냐는 다른 생선에 비해서 좀 비싸다. 그래서 피라냐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라고 하는 말을 믿는 사람은 없겠지요. 이 붉은 생선은 열기라는 생선으로 구우면 노릇하게 굽힌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구워서 칼스버스와 함께 먹는 것이다.


잡동사니를 파는 곳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다. 별의 별것이 다 있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다. 자외선 차단제 위에 솔을 팔고 있는데 저 솔은 말괄량이 삐삐가 신발에 솔을 달고 빌라빌라콜라를 청소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말괄량이 삐삐는 맥주를 마시며 보면 아주 재미있다.


이런 전통시장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코로나 이전의 이야기다. 사진도 코로나 이전의 사진들이다. 며칠 전에도 같은 5일장을 조깅을 하면서 왔지만 예전처럼 북적이지는 않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오면서 납작 만두와 시장표 닭튀김을 사들고 왔다. 평소에는 없다가 5일장에만 나타나는 파전 파는 코너가 있는데 돌아다니다가 거기에 앉아서 아저씨들 틈에 끼여 한 장 주문하여 막걸리와(나는 맥주를 먹고 싶지만 맥주는 팔지 않는다) 함께 먹는 맛이 있지만 코로나가 도래한 지금은 그런 모습은 볼 수 없다.


쥐포는 마요와 땡초를 섞어서 찍어서 맥주와 함께 먹으면 아주 맛있다. 하지만 이렇게 먹으면 살찐다. 시장표 닭튀김도 프랜차이즈 치킨만큼 맛있는데 소금에 후추를 뿌려서 찍어서 맥주와 함께 먹으면 아주 맛있다. 한 마리 다 먹고 나면 살찐다. 납작 만두는 기름을 두르고 구워서 맥주와 함께 먹으면 참 맛있다. 자꾸 뜯게 된다. 그러니까 살찐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얄라알라 2021-02-1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활기가 넘치네요...술떡 자주 보기 어려운 떡인데.^^

교관 2021-02-11 12:30   좋아요 0 | URL
코로나 전의 분위기가 정말 활기가 넘치네요 ㅎㅎ. 요즘은 전통시장 안이 썰렁하데요. 먹거리가 빠지니까 ㅎㅎ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