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가 겨울의 디오라마라면 봄의 디오라마는 뮬란이다. 만드는 것은, 그림 그려 오리고 자르고 붙이고 모양잡으면 끝. 참 쉽죠.라고 말하지만 대략 3, 4일이 걸린다. 봄의 느낌이 충분히 나게 하기 위해서 붙이고 칠하고 말려야 한다. 말리는 동안 헬기 프라모델을 조립한다


그런데 프라모델이 이렇게 어려웠다니. 사포질하고 깎아내고 본드 칠하는 게 거의 전부다. 니퍼, 핀셋, 본드, 이쑤시개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눈곱만큼 작은 것들이 가득해서 그것들은 본드와 핀셋이 아니면 부착이 불가능하다. 핀셋에 붙어있는 저 작은 부품들이 가득하다. 어릴 때만 생각하고 프라모델 조립이 수월할거라 했지만 예상이 빗나감. 아직 뜯지 않은 프라모델은 그대로 두는 걸로


나는 확 어지럽혔다가 다 끝나고 한 번에 확 치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조금 더러워지면 치우고, 조금 어지럽히면 다시 치우는 스타일이다. 음식을 해 먹고 나면 몸이 푹 퍼지기 전에 설거지를 바로 해버린다. 괜히 어영부영 앉아 있다가는 나처럼 게으른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늘 그렇게 해 왔는데 보통은 안 그러는 것 같다. 그래서 작업실이 따로 없이도 만들기를 할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뿌리고 칠한 색감이 다 마르고 나면 머릿속에 생각한 도면대로 만들면 된다. 도면을 생각만으로 하면 만들다가 생각처럼 되지 않고 이리저리 다른 길로 가는데 그것이 재미있다. 마치 인생과도 같다. 원래는 뮬란을 여기에 세우고 벚꽃나무는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이 생각이었지만 전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뮬란 영화를 보면 색감이 아주 좋다. 천연색의 색채가 화면 가득하다. 이전의 라이온 킹보다 깊은 색감과 말소리와 입모양이 일치하는 게 20년 전이지만 대단했다. 가부장제와 여자의 차별을 이겨낸 뮬란은 영웅으로 떠오른다. 미국이 만든 중국 영화의 여주인공이 영웅이 된다. 할리우드는 20년 전부터 중국을 겨냥했다. 애플도 그렇고. 조금씩 두터운 벽인 중국에게 미국 영화를 인식시킨다. 그 산업적인 투자가 무섭기도 하고 놀랍다


마지막 장면에서 황제가 뮬란에게 너는 우리를 속였고, 궁을 파괴했고, 가문의 먹칠을 했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생명을 구했다며 처벌을 철폐한다. 황제도 뮬란에게 머리를 숙이고 모두가 뮬란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 장면은 정말 멋지고 꽤 오래 기억이 될 것 같다. 뮬란은 왕을 끌어안고 왕은 웃는다


디오라마로 만들어 본 뮬란은 큐포스켓 버전으로 조금 귀엽게 나온 버전이다. 그냥 집에 있는 뮬란으로 디오라마를 만들었다. 만들다 보면 점점 빠져들어 스토리를 생각하고 상상하게 된다. 오늘은 완전 봄날이었다. 이제 곧 봄이다. 봄의 기운이 뮬란 디오라마를 통해 뻗어 나온다. 이제 여름의 디오라마는 뭘로 하지




이렇게 장식하면 끝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캐모마일 2020-02-1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저도 뮬란 좋아해서인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멋지다...

교관 2020-02-13 12:00   좋아요 0 | URL
뮬란 영화 참 좋았어요. 디오라마가 괜찮은 것 같은데 집에서는 자리 차지한다고 별로라네요 ㅋㅋㅋ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