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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 소설 ㅣ 대환장 웃음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0년 5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환장웃음시리즈 제3탄 흑소 소설
흑소 소설. 말 그대로 블랙 웃음. 블랙 코미디를 이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풍자 속에서 느껴지는 웃음은 책 표지에 써있듯이 세상의 두통수를 시원하게 후려갈긴다. 흑소 소설 전반에 나타난 모순적이고 부조리한 사회의 이면을 거침없이 비틀어댔다. 겉으로 드러내기에는 수치스럽고, 주위의 지탄을 받을 것을 알기에 내면 깊숙이 감추어 두었던 것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삐뚤어진 욕망들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아마도 많은 공감을 하면서 웃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웃음은 자신의 숨겨진 민낯일 수 있기에 그리 유쾌한 웃음은 아닐 것이다.
소설 앞부분에 등장하는 네 편의 이야기는 출판업계와 관련된 사람들의 밑바닥에 깔린 욕망을 서슴 없이 보여준다. 작가라는 직업답게 고상한 척을 하고 있지만 그들 내면에서는 자신이 최고의 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 잭팟이 터질지 모른다는 한가닥의 가능성 때문에 기성작가의 작품을 받기 위해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출판사 직원들. 신인상을 받으면 자신의 앞날이 승승장구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해타산 맞추기에 급급한 신인작가들, 심사위원을 다시 심사하는 출판사, 작품성보다 외모, 섹시미로 여성작가를 평가하려는 출판업계 사람들 ....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의 모습은 어느 누구 할 것없이 다 똑같다. 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씁쓸한 웃음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남성들의 잘못된 성집착적인 모습을 글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거유 망상 증후군', '임포그라'(비아그라의 반의어), '인기 팡팡 스프레이'가 이에 해당되는 글이다. 거유 망상 증후군도 결국은 여성의 내면보다 여성을 성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외모 지상주의에서 온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임포그라에서는 결혼의 서약을 저버리고 혹시나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않을까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임포그라를 먹게 한다. 그 아내의 행동이 이해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남편들이여, 임포그라를 사용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올바른 성의식을 갖기를....
이별을 통지하고는 상대 남자가 자신을 스토킹하기를 바라는 여자. 이별을 하자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인지 .... 관종이라는 생각이 드는 여자. 소설 속의 인물 중 가장 표리부동한 인물이 '스토커 입문'의 여주인공이다. 그걸 따라 하는 속없는 남자.... '임계가족'은 장난감 제조회사의 상술에 결국은 넘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네 살 먹은 딸아이가 또래 집단에서조차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사용하는 옷과 장신구들을 갖고 있지 않다고 차별받고 있는 모습은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무섭기 그지 없다. 그런 자식을 보고 처음의 강경한 모습과는 다르게 결국 장난감 제조회사 상술에 지고 마는 젊은 부모의 모습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몇 개쯤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비쳐진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고상하고 점잖은 모습 뒤에 숨겨진 우리의 검은 욕망, 내면의 목소리를 흑소 소설을 통해 겉으로 끄집어내었다. 모순된 개인 더 나아가 모순된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비꼬면서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분명 그 웃음은 씁쓸한 웃음이다. 왜냐고? 모순 뒤에 숨겨진 것이 바로 나 자신일 수 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