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봄

거짓의 봄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4월

당신은 반드시 다섯 번 속게 된다.

책의 선택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책을 사기 전에 열심히 책 소개 글과 독자평을 읽어본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마지막 장을 덮기가 너무 아쉬운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름 다양한 장르의 독서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유독 미스터리, 추리소설 작품에 관심이 더 많이 간다. 작년 블루홀6에서 출간한 작품 '날개가 없어도'를 시작으로 읽기 시작한 블루홀6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반전의 재미와 함께 더러는 가슴 뭉클함까지 주었다. 이제 블루홀6의 책은 믿고 보는 책이 되었다.

'당신은 반드시 다섯 번 속게 된다.' - 다섯 번이라는 것은 이 책이 다섯 편의 연작 단편 형태로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 속에 다섯 번의 반전을 경험하게 된다. 이 소설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알아둘 점이 있다. '거짓의 봄'은 범인이 사건 시작 부분에 등장해 자신이 범인임을 드러낸 후 이 사건을 해결하는 캐릭터와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즐기는 '도서 추리 형식'의 추리 소설이라는 것이다. 다섯 편 모두 명석한 두뇌와 냉철한 관찰력을 지닌 전직 형사인 가노 라이타가 등장하고 있다.

'봉인된 빨강'에서 할아버지 창고 열쇠를 잃어버리고 파출소에 들어가서 분실 신고서를 작성하는 다케루와 그 옆에서 다케루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는 파출소 순경 아저씨. 거짓말을 하는 다케루의 등에 식은 땀을 흐르게 할 정도의 날카로운 질문도 받는다. 다케루가 하필 전직 형사인 가노를 만난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주 놀라운 반전이 들어있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거짓의 봄'은 돈 많은 남성노인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파견 캐디 미쓰요가 지금까지의 일을 공개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협박편지를 받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잡힌 내용이다. 불행히도 마쓰요 역시 경찰차를 타고 동네를 순찰하는 가노를 만났고 결국 자백까지 하게 되는데....과연 누가 협박 편지를 보냈을까?

'이름 없는 장미'는 도둑 쇼고와 전직 간호사, 현직 원예가인 리에와의 이야기이다. 장미 육종을 하는 아마미야 집 정원에 떨어진 리에의 원예 가위. 리에는 쇼고에게 그녀의 집에서 장미를 잘라달라고 부탁했고, 그 장미를 찔레나무에 접목해서 키우고 있다. 그러나 어찌 된일인지 아마미야 정원의 장미는 침입자의 흔적이 없다고 한다.....사건의 전말이 반전 자체이다. '낯선 친구'는 나쓰키와 미호, 두 사람의 어긋난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돈이 없어 생활비와 재료비를 마련하려 윤락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모습을 나쓰키에게 들킨 순간부터 미호에게는 '우정'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었다. 나쓰키의 모든 말, 행동 뒤에는 사악함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노예처럼 부리는 나쓰키와 헤어지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던 중 나쓰키를 누가 선로에서 밀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다.....자격지심을 가진 미호, 미호를 돕고자하는 나쓰키의 진심은 무엇일까?

'살로메의 유언'은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에 찍혀 있는 낙인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한 살인범으로 순순히 체포되는 작가 다카기. 살인 도구까지 집에서 쉽게 발견된다. 과연 그가 살인을 저질렀을까? 천재 조각가 교수인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의 제자 가즈사. 가즈사는 미술적 천재성 이외에도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폭로하는 눈을 지녔다. 살인자의 아들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었던 다카기. 두 천재 미술가의 보여준 행동은 왠지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진실을 마주한 다카기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굳게 믿었던 믿음이 깨지는 심정을....

아유카와 소와 하기노 에이로 구성된 콤비 작가 유닛 후루타 덴. 제71회 일본추리작가 협회사 수상작인 '거짓의 봄'에는 가노 라이타라는 자백 전문 형사라는 별칭이 붙은 전직 형사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가노와 대화 도중 그의 수법에 넘어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만다. 전직 형사 '가노 라이타'라는 독특한 인물 속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 것 같다. 조만간 다른 작품에서도 가노 라이타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당신은 반드시 다섯 번 속게 된다'고 큰소리 쳤던 '거짓의 봄'. 그 결과는? '나 다섯 번 속았다.'이다.

나 다섯 번 속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