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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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의 다양한 결혼관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놓은 소설 침대의 목적.

이 글은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2012년 일본 KTV에서 12부작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서른 한 살의 싱글 아카리와 그 주변의 젊은 세대의 솔직한 결혼관을 유쾌하게 풀어나갔다.

이미 우리나라의 영화에서 보여준 20,30대의 연애관은 서양의 연애관처럼 성에 대해 자유롭다. 어느 정도 젊은 층의 연애관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젊은 세대의 연애와 성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두사람 모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유부남 스미타니와의 만남은 분명 불륜이기에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카리는 욕실, 주방 딸린 5층 맨션으로 이사오면서 더블 침대를 구입한다. 그녀에게 침대의 목적은 분명하다. 그녀가 말한 구절에 답이 있다.  침대의 목적. 참 낯부끄럽다.  p22

자유로운 연애관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의 서로다른 사랑과 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주인공 아카리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서른 한 살. 올드미스라고 할 나이는 아니지만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이다. 그러나 그녀가 만났던 후미오도 우메모토도 결혼의 상대로는 부족하다. 결혼하고 싶은데 결혼할 남자는 나타나지 않으니 마음이 조급해지게 된다.

아카리 주변의 남자로 후미오와 우메모토, 중년의 유부남 스미타니, 옆 건물 학원강사 요시자키가 등장한다. 

연하의 후미오. 여자와의 사귐에 거리낌없이 잠자리까지 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직장인이다. 오래 전 만나 연애를 몇 번하고 소식이 끊어졌는데 뜻하지 않게 전화가 걸려온다. 남녀의 사랑의 감정이 다르다는 것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알 수 있다. 사랑의 감정없이 잠자리를 하지 않는 아카리와는 달리 후미오는 그녀 집에서의 만남을 잠자리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우메모토. 아카리보다 한 살 어린 직장 동료. 잘 생기고 하얀 피부에 키가 큰 외모를 갖고 있지만 그에게는 남자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상하고 요리도 잘하는 우메모토의 연애관은 자아가 분명한 이혼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후미오와는 다르게 그녀의 집에 단둘이 있게 되었음에도 전혀 그녀에게 성욕을 느끼지 않는다.  

중년의 유부남 스미타니. 아내와 자식들을 사랑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다른 여자를 만난다. 아카리도 다정다감한 스미타니가 싫지 않지만 그녀와 또다시 즐거운 추억을 만들려하는 그에게 결혼할 수 없는 상대에게는 만족감이 들지 않는다고 거절한다.   

옆 건물의 수학 강사 요시자키. 그녀의 집으로 재활용 소파를 옮겨 준 그에게서 남자다움을 느낀다. 올드미스로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낄 때 요시자키는  새파란 가을하늘을 볼 수있는 강변으로 데려가서 그녀에게 붉게 물든 저녁놀을 보여주며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다. 머잖아 그와 침대의 목적을 이룰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나의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와 만나 결혼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텐데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마음에 100% 드는 남자를 만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괜찮다 싶지만 뭐하나가 부족한 느낌 때문에 차버렸는데 다른 남자들을 만나도 그 남자만한 사람이 없는 것같아 다시 연락해보니 이미 나보다 더 멋진 여자와 결혼해버리고.....

괜찮다 싶은 사람을 만나면 이미 결혼한 남자라 아쉬워 한 경험이라든지  이 사람과 결혼하기에는 내가 손해보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남 주기엔 아까운 경험도 있고.... 

 

- 나 때문에 애타하는 남자들이 내 주변에서 맴돌고 있으면 좋겠어. 그러다 나는 '이 사람이다' 싶은 남자랑 결혼하는 거야. 나는 여자의 그런 인생을 꿈꿔왔다. -

아카리가 자신의 연애에 대한 로망을 말한 부분이다. 이것은 아카리뿐만이 아니라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생각이 아닐까. 그러나 꿈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후미오의 대사 "아카리 씨. 그러면 영원히 결혼 못 해" 이 부분은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아카리 앞에 나타난 따뜻한 남자 요시자키. 그녀는 분명 꿈 속에서 깨어나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났다는 확신이 든다.  분명 침대의 목적을 이루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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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얼굴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61
너대니얼 호손 지음, 한지윤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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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와 함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큰 바위 얼굴이다. 교훈적인 성격을 지닌 소설이라는 점으로 이 글을 해석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하다.

어니스트라는 한 소년이 어머니에게 그 집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큰 바위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언젠가 이 골짜기에 태어난 아이가 그 시대의 가장 위대하고 높은 인물이 되며,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아이의 얼굴은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을 것이다.-

이 골짜기 마을에 큰바위얼굴을 닮은 부자에 이어 군인, 정치가, 시인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색한 부자도, 부드러운 지혜와 넓고 온화산 성심을 찾을 수 없는 군인도, 자애로움을 느낄 수 없는 정치가도, 신성한 이미지를 찾을 수 없는 시인 모두 결코 큰바위얼굴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인은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어니스트의 모습을 보게된다. 진실됨과 깊이가 있는 생각, 고귀한 인품, 온화하고 다정하고 깊은 얼굴, 부드러운 지혜와 온화한 성품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어니스트의 모습에서 큰바위얼굴의 장엄하고 거룩한 큰 바위얼굴을 발견한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자신보다 더 지혜롭고 훌륭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나타나 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분히 교훈적인 소설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상징적인 인물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제각각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오직 큰 돈을 모으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현재의 삶에 만족할 줄 모르며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주위의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권력과 명예를 잡으려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돈을 가치있게 쓰지 못하기 때문이고, 권력과 명예를 잡은 후에는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 다르겠지만 문제는 남을 생각하지 않는, 나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위한 금전, 권력, 명예욕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존경하는 위인들을 살펴보자. 그들은 자신보다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이다. 그래서 어니스트와 같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부지런하고, 부드러운 지혜와 깊고 넓은 온화한 성심을 갖고 주위를 변화시킨 그가 바로 큰바위얼굴이었던 것이다. 

 

단편 '데이비드 스완'은 나도모르게 내 곁을 왔다가 지나쳐가는 수많은 인연들을 소재로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나에게 오갔던 수많은 인연들을 알지 못한다. 내가 결정하는 행동이 따라 내 운명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록 내 앞에 오갔던 수많은 인연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의 운명 이끌어 가기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히긴보텀 씨 살인 사건'은 떠벌이기 좋아하는 담배 상인 도미니커스가 킴볼턴으로 가던 길에서 만난 두 인물에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여 사람들에게 히긴보텀씨가 배나무 가지에 매달아 죽었다는 소문을 낸다. 그 소문은 이미 킴볼턴 가기 전까지 다 퍼졌지만 히긴보텀을 오늘 직접 본 사람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근거없는소문을 낸  도미니커스는 법정으로 끌려가게 될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끝까지 자기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히긴보텀씨를 만나러 간 도미니커스는 그를 죽이려는 사람을 때려눕히고 구해낸다. 만약 도미니커스가 아니었다면 히긴보텀은 죽었을 것이다. 원래 도미니커스를 죽이기로 한 날 두 사람은 용기를 잃고 도망쳤고 한 패였던 사람만이 남아 원래 죽이기로 한 날보다 뒤늦게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운명이 히긴보텀의 죽음을 막았다는 내용이 정말 특이하다. 작가의 발상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소설이다.

 

'라파치니의 딸'은 지오바니 구아스콘티와 묘령의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이 글은 아버지 과학자 라파치니에 의해 딸을 실험과 연구 대상으로 삼아 독초와 함께 길러진 베아트리체를 창가에서 바라보다 사랑을 느끼게 된 지오바니가 독초에 같아 중독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까지도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것임을 알게된 베아트리체는  피에트로 박사가 만든 약을 먹고 죽는다. 새로운 과학적 지식이 전통적인 세계관과 충돌하는 시대에서 더다니엘 호손은 도덕성이 결여된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이 글에서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베아트리체의 죽음이 바로 과학적 허무함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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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집
노은주.임형남 지음 / 예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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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퇴직 후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아닌 마당이 있는 집을 짓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꿈을 갖게 된 것은 내가 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곳에서 자라야 하는 식물도 있지만 밖에서 월동을 해야 다음해에 아름답고 튼실한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기 때문이다. 조그만 화원을 마당에 따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어릴 때는 마당에서 맘껏 뛰어놀면서 자랐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아래층 눈치보면서 조심 조심 키워 늘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태어날 우리 손주들에게는 앞마당에서 맘껏 뛰어놀게하고 싶었다. 자연과 함께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 이것이 미래의 내가 생각하는 집이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프롤로그에 있는 첫 문장이 집에 대한 나의 생각과 어찌나 딱 맞아떨어지는지 그래서인지 책을 펼치고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집이란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저 머무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잊고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가 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다’라고 느낍니다.-p4 

 

1부 첫머리의 '나는 지금 여기서 행복한가'하는 물음에서부터 반성 모드로 접어든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정말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재산을 모은다. 여름을 즐기는 베짱이보다 겨울을 생각하며 땀 흘리는 개미가 되어 앞으로 행복하기 위해 지금의 어려움을 견디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정말 우리의 미래는 행복이 보장된 걸까. 우리는 왜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오늘을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갈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내가 원하는 집. 자연이 있는 소박한 집은 먼 미래에 지어질 꿈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현실속의 집이 되어가고 있었다.

 

2부의 제목들을 나열해보니 내가 원하는 집이 만들어 져 있다. 나만의 사색 공간이 있고 햇빛이 가득한 남쪽의 창이 있으며, 편안히 요리할 수 있는 주방과 바람이 향기로운 화장실이 있는 집. 더불어 나만의 놀이 공간, 숨쉴틈이 있는 다락과 차를 마실 수 있는 마루가 있고 푸른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발코니와 옥상 정원이 있는 집이 바로 내가 원하는 곳이다.

 

3부. 우리를 살리는 집은 과연 어떤 집일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친구같은 집. 특히 단열과 환기. 환기도 기계적 환기가 아닌 자연적 환기가 잘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이다. 저자 역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우리가 버려야 할 공간일까. 그건 아니다. 이웃간의 정을 만들어 가고,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아파트 역시 우리가 살아갈만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부는 실제 작가가 건축한 집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속의 집들을 바라보니 한결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집들이고 느낌이 있는 집들이었다. 삼대가 사는 집을 보니 나와 흡사한 생각으로 집을 지은 것 같아 꼼꼼히 살펴보며 읽었다. 고생하신 부모님이 자연에서 위로받으실 수있는 따뜻하고 맘 편한 집. 자식들에게는 먼 훗날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그리운 집. 이렇게 내가 원하는 집은 머리에만 그려져 있는 먼 미래의 집으로 남아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을 현실 속으로 내놓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니래도 가까운 시일에 이루어지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작은 것부터 찾아봐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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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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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재면에서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것만큼 특이하다. 이미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인간들의 주문에 따라 마법의 빵이 만든다는 약간은 판타지적 소재나  아가미로 숨을 쉬고 등에 비늘을 돋아난 '아가미'의 곤 이야기가 그렇다. '파과' 역시 60살이 넘은 살인청부업자 조각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신선한 소재도 그렇지만 탄탄한 구성으로 책을 펼치는 순간 단숨에 읽어내려간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파과'- 조각이 과일가게에서 산 몇 개의 복숭아. 먹고 싶은 마음으로 산 것이 아니었기에 냉장고에 넣고도 금세 잊어버린다. 한참 후 냉장고에서 꺼낸 복숭아는 시커멓게 말라비틀어진,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당도를 뽑내던 절정의 맛은 사라져버리고 보기 흉하게 변해버린, 그래서 버릴 수밖에 없이 된 과일이 파과가 아닐까. 그건 바로 주인공 조각의 모습이고 삶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인생에서 웃음을 보였던 때가 있었는가. 지독한 가난과 많은 형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 결국은 한 입을 덜기위해 당숙집에 보내졌지만 일부러 언니의 보석을 훔치려 한 것이 아니었지만 제자리에 갖다놓으려다 오빠에게 들키고 굴욕적인 말에 그만 오빠를 때려눕힌다. 여기에서부터 조각의 타고난 킬러의 본성이 드러난듯 싶다. 킬러가 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쫒겨난 조각은 류를 만나게 되고, 자신을 지키기위해 미군병사를 단숨에 죽인 그녀를 류는 방역업자로 훈련을 시킨다. 그녀에게는 이세상에 류밖에는 없었다. 류 역시도 죽음을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조각은 돈을 받고 살인을 하는 영화에서나 보았던 킬러의 삶을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야만 했다.   

 

영화 '레옹'이 떠오른다. 그 역시 완벽하게 킬러의 역할을 다한다. 그는 결코 인연을 만들지 않는다. 남들과 철저하게 차단된 삶을 살아간다. 조각과 류의 삶도 레옹과 같았다. '지킬 것은 만들지 말자'며 철저히 혼자의 삶 속으로 살아간다. 그녀에게 지킬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레옹'은 결코 인연을 만들지 말아야했다. 이웃집 소녀 '마틸다'를 받아들이게되면서 결국 그는 죽게 된다. '조각'역시 살인청부를 받고 건설업자의 가정부로 들어가 목표를 제거하지만 그녀를 본 그의 아들을 그대로 두고 떠난다. 그것이 실수였을까. 그 아이는 자라서 조각이 일하는 업체의 또다른 방역업자 '투우'가 되어 돌아온다. 투우는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다. 조각은 투우의 방해를 받고 결국 둘의 죽음을 향한 싸움을 하게 된다. 몸은 이미 날렵했던 예전의 조각이 아니었다.

'파과'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싸움 장면에서 투우의 승리를 점쳤지만 냉장고의 형체를 알 수없게 된 과일은 아직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보다. 그녀는 죽지 않았다. 죽기 직전 투우는 몹시 궁금했단다. 약을 꼬박 챙겨주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을뿐이라고..

 

류를 만나면서 지킬 것은 만들지 않은채 철저하게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살아갔던 그녀에게 찾아온 변화가 있었다. 길 잃은 늙은 개를 데려와 키우게 되고, 방역과정 중 파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돕고, 자신을 치료해준 강박사의 가족을 보호하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 이외의 인간에게 시선을 돌리고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녀에게 주어졌던 모든 상실을 살아가기 위해 투우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것일까. 그녀는 한 팔을 잃기 전에 망설였던 네일아트를 받게 된다. 한 팔이었기에 반값만 지불한 채....

60살이 넘은 노년의 조각은 이제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하게 되리라. 두 손을 가졌음에도 들어가기를 망설였던 네일아트를 한 손만 남게 되었을 때  네일아트를 받았듯이 남은 인생을 서툴지만 분명 세상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파과'같이 형편없이 흉물스럽게 변한 그녀의 삶이었지만 아직 버릴 때가 되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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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500일간 세계를 누비다! 시리즈 1
태원준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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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 읽는 맛은 바로 이것이야...이 책을 어느정도 읽다보니 저절로 머리에서 떠오르는 구절이다. 혼자만의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겠지만 엄마와 같이 가는 여행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 아닐까? 무모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 언젠가 한 번은 해야할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출발한 세게 여행.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좌충우돌 속에서 차곡차곡 추억들이 쌓이며 그것은 다시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작가와 그의 엄마가 부러운 한가지 것은 바로 용기이다. 60의 나이를 누가 늙었다고 할 수 있겠나. 그건 신체적 나이일뿐 아들과 함께 가는 여행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이 주는 감동은 바로 살아있는 여행이라는 것이다. 인천 국제터미날에서 출발한 세계여행은예루살렘과 페트라 투어를 마치고 다합에 도착하는 여정 속에는 각 지역을 돌아보면서 직접 보고, 먹고, 자고 한 경험을 생생한 느낌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서나 혹은 여행 에세이에 소개되는 곳은 다들 가보고 싶고 이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곳이기에 독자의 상상력을 깨뜨리는 무모함은 시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나 솔직하게 가고 싶지 않은 곳. 힘든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어 오히려 신선한 느낌까지 주고 있다.  

카이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앞에서 장사꾼과 바가지. 이 책이 아니면 누가 말을 해주겠는가. '다시는 이스라엘에 안 온다'라고 할 정도로 말도 안될 정도의 까다로운 국경 심사.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고... 방콕에서 푸켓가는 버스에서의 수면 가스 사건. 읽으면서도 나역시 황당했다. 이들에게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청두의 만두빚기 대회 1등으로 마시는 맥주는 그 얼마나 맛이 있었을까. 블로그 인연으로 하노이에서 만난 한국인의 도움이 얼마나 고마웠을까.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는 아름다운 자연만큼이나 현지인의 따뜻함과  순수함에 얼마나 큰 감동을 느꼈을까.

긴 여정은 힘들고, 짜증나고, 병까지 찾아오고, 맨붕 상태가 오기도 하였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길이었기에 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은 중간에 찾아온 시련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낼 줄 아는 현명함도 지녔다.

"힘들 땐 참지말고 말하자"

초행길 엄마도 점점 베낭 여행가가 되어간다. 10월 출간 예정인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프로롤그의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때로는 드라마처럼, 때로는 시트콤처럼 읽는내내 눈물과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유쾌한 여행길에 나 역시 동참하게 되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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