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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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눈물을 줄줄 흘리고야 말았다. 췌장암으로 6개월의 삶을 남겨둔 시한부의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 작가 미무라 슈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즐거움'으로 바꿔놓을 줄 아는 능력있는 사람이다. 의사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내를 진심으로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새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보통의 사람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무라 슈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 아내와 아들이 자신을 그리워하면서 슬퍼하기보다는 웃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인 사람....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남은 삶을 연장하기위해 치료에 전념하기보다는 아내의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에게는 여태 자신이 기획했던 예능 프로그램처럼 즐거운 기획이었을 것이다. 미무라 슈지가 자신이 죽기 전 아내의 결혼 상대를 찾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슈지가 보여준 진정한 사랑은 자신이 떠난 후에도 남겨 질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었기에 아내의 결혼 상대를 자신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가족이기 때문에, 내가 없어져도 끝내고 싶지 않아요. 좋은 프로그램은 사회자가 바뀌어도 계속되잖아요. 그래서 확실하게 이토 씨를 만나 바통터치할 거예요.    p 190

 

 

남은 생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과 바통터치할 아내의 결혼 상대자인 이토를 찾게되자, 결국 자신의 선택한 결정을 아내의 동의를 얻게되고 자신과 이토와 아내의 만남을 자주 갖는다. 사랑하는 남편이 시한부 삶으로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치료하는 커녕 남편의 선택을 받이들이고 새로운 남자와 만남을 갖는 아내 아야코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다. 남편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그녀였기에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승낙을 했을 것이다. 슈지가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것이 그를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보낼 수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자신의 결혼 상대자 찾기 기획에 동참을 하였을 것이다. 오직 슈지를 위해서.....여기까지 읽으면서 나는 결말이 궁금해졌다.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남편인데 아무리 그의 마지막 부탁이라할지라도 과연 이토와 결혼을 하게 될까를.

 

에필로그를 통해 슈지를 향한 아내 아야코의 진심을 알고 정말 많이 울었다. 슈지를 위해 아야코, 이토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 기획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거짓 연기를 했던 것이 밝혀졌다. 슈지 입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그의 숨겨두었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아야코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고, 마지막까지 방송작가의 아내로서 훌륭하게 역할을 다한 그녀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슈지는 점점 다강는 죽음 앞에서 미칠 정도로 약한 소리를 늘어놓고 싶었을 테지만, 아내의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을 통해 어떻게든 '즐거움'으로 변환시키려 했음을......... 남편이 방송 작가로 인생의 엔딩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면 자신은 방송 작가의 아내로서 훌륭하게 남편을 보내주겠다고.        p271

 

슈지의 죽음은 자신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았다. 마지막 순간 행복한 미소를 짓고 눈을 감았을 슈지가 떠오른다. 남겨진 아내와 아들 역시 슈지가 보여준 사랑을 너무도 잘알기에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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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 1 오싱 1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균 옮김 / 청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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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은 일본 열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소설이다. 그 눈물의 의미에는 말할 수 없는 고단한 삶을 살았던 여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수많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살아왔던 한 여인의 인간 승리에서 오는 감동일 것이다.

 

<오싱>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바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첫번째 공감대 형성은 사랑하는 자식들을 남의 집 더부살이로 보내야할 정도로 못먹었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은 1900년대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오싱은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우리시대에도  못먹고 헐벗었던 시절이 있었다. 풍족함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겪어보지 못한 '보릿고개' 시절을 불과 40여년전 우리어머니 시대는 겪으며 살았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를 보릿고개라고 했겠는가. 우리에게도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살았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온갖 시련과 위기를 견디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인간 승리'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소위 위인이라 일컫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받는다. 성공한 삶이어서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라  위기와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길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기때문에 감동을 받는 것이다. <오싱 1>에서는 사업적으로 성공한 80살이 넘은 현재의 오싱의 모습과 10살 이전의 그녀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 일곱 살 어린 나이에 남의 집 더부살이를 두번이나 하며, 도둑 누명을 받고 뛰어나와 눈보라 속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의 위기가 그려지고 있다.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일곱 살 어린 소녀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요즘시대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1권 이후에도 그녀에게 수많은 시련이 닥칠 것이라 예상된다. 이렇게 온갖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고 이루어낸 삶이기에 우리는 그녀에게서 깊은 감동을 받는 것이다.

 

 <오싱 1>에서는 사업적으로 성공한 팔 십이 넘은 오싱의 현재의 삶과 10살 이전의 그녀의 삶이 교차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전체 6권으로 구성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토리 전개상 본격적인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았지만 결코 그녀의 어린 시절은 순탄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오싱은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하루 한 끼 배불리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한 입 줄이고자 언니 둘과 오싱은 남의 집 더부살이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더부살이라는 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그러한 시절이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될 상황에서 부모는 자식을 잘사는 집 더부살이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을 떠나보내야하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밥만큼은 굶지 않고 제 때에 먹고 지낼 수 있겠지하는 위안을 삼고 딸을 더부살이로 보냈지만 오싱은 고약한 스네라는 여자에게 온갖 학대와 구박을 받게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사리 손으로 궂은 일을 혼자 도맡아 하면서도 할머니, 부모님을 생각하며 꿋꿋하게 견디어내고 있는 일곱 살 오싱. 선생님의 배려로 주인집 아기를 업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자했던 오싱의 모습은 부족함이 없는 생활에 감사할 줄 모르고, 끈기가 없고,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요즘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다.

 

그러나 도둑질을 했다는 누명만큼은 심성을 갖고 있는 오싱은 견딜 수가 없어 첫번째 더부살이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쓸어져있는 오싱을 구해준 쥰사쿠를 통해 인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덧없음을 깨닫게 된다. 집에 다시 돌아왔지만 역시 가난은 그들 가족을 다시 뿔뿔이 흩어놓았다. 엄마는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오싱의 동생을 부잣집에 보내고 긴상온천여관으로  일하러 떠나고, 오싱 역시 두번째 더부살이로 떠나게 된다. 한 가족의 해체시킬 정도로 가난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먼 곳에 있는 긴상온천을 물어물어 찾아가 보고싶었던 엄마와 하룻밤을 같이 보낸 오싱에게 엄마는 나무 인형을 선물한다. 팔 십이 넘어도 간직하고 나무 인형. 엄마 품안이 그리울 어린 소녀 오싱에게 나무 인형은 그 어떤 보물보다도 소중한 물건이다. 엄마의 그림움이 온전히 들어있기에....

 

두번 째 더부살이에서 오싱은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도 기뻤다. 무엇보다 밥만큼은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기뻐했을 어린 오싱의 모습이 그려져 나 역시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먹을 것, 입을 것, 일할 것이 첫번째 더부살이때보다 좋아진 상황이지만 오히려 오싱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새벽녘에 일어나 밥을 하고, 집안 일을 했다. 오싱이 할 수 있는 고마움에 대한 표현은 일밖에는 없었을테니까...  너무나 어른스러운 생각과 행동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린 나이에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을 너무 일찍 깨달은 것 같아 짠함이 느껴진다. 주인집 큰 어른인 구니는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할머니이다. 어린 오싱의 행동을 눈여겨 보면서 오싱의 바른 심성을 일찌감치 알아본다. 그리고 오싱이 큰 재목이 될 것임을 예견이라도 하듯 한문과 산수를 가르친다. <오싱1>을 다 읽으면서 지금의 행복이 언제까지 갈 수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 오싱에게 닥칠 또다른 시련이 오지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앞으로도 수많은 시련이 올 것이다. 결코 자신의 처지에 굴복하지 않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그녀이기에 인간 승리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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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요리책 - 그녀를 감동시킬 94가지 시크릿 레서피
권향자 지음 / M&K(엠앤케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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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크기가 크지 않아 좋았다.

보통의 책보다 크기가 작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오늘 저녁에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를 수 있어 좋았다. 

보통 대부분의 책들이 앞부분에 요리이름과 페이지수가 적혀있는데 비해

<내 남자의 요리책>은 요리이름과 함께 완성사진이 나와있어

 굳이 책 페이지를 찾아보지 않고도 어떤 요리인지를 알 수 있어 편리하다.

 

 

 

 

주제별로 9가지로 나누어 요리를 소개하고 있는데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밑반찬 요리, 술안주 요리,

여행지에서의 요리, 사랑이 담긴 도시락 등으로 나누어졌다.

특히 다른 요리책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통조림을 활용한 요리가 특이하다.

 

 

 

 

이 책이 아무래도 싱글족과 남자들을 위해 기획한 요리책이다보니 이것저것 많은 요리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간단하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에 촛점을 맞춘 듯하다.

하나의 음식 소개에도 많은 사진이 올려있지 않다. 2~4개의 사진을 이용한 레시피로 구성되어 있어

싱글족이나 남자들이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리남편이 할 수 있는 음식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달걀찜, 된장찌개, 어묵 조림, 호박 볶음 등

그러나 그 이외의 것은 복잡한 요리로 생각하고 심적으로 꽤나 부담스러워한다.

우리남편을 귀찮아서가 아니라 요리라는 것을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에

 아예 겁을 먹고 시도를 할 생각을 안한다.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때 무척 좋아하는 남편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남편뿐 아니라 나 역시 해보지 않은 요리도 많이 소개되어있어 도움을 받을 것이다.

 

 

책 중간중간에 <내 남자를 위한 Advice>가 있어 요리를 할 때 꼭 알아두어야할 '초간편 육수 내기', '맛있는 밥짓기',

'냉장고에 기본적으로 있으면 편한 소스', '똑똑한 장보기' 등이 셜명되어 있어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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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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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을 발표할 즈음이면 올해는 어떤 분에게 상이 주어질까 무척 궁금해집니다. 올해의 노벨문학상은 작가 '앨리스 먼로'에게 돌아갔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비로소 그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맨 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개타나 총독문학상 3회, 길러 상 2회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계신 작가이지만 저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책에는 15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습니다. 첫 작품인 '작업실'을 읽으면서 박완서 작가와 자꾸 연관이 지어졌습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글을 풀어내는 면에서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읽어나가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딘편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도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없습니다. 일상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간 작업실의 건물주와의 미묘한 감정 대립이라든지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소심한 소녀 마이라의 우정.... 특별한 사건이 없고, 독자가 깜짝놀랄만한 스토리도 없는 단편들이지만 한 두 작품 읽게 되면 점점 그녀의 작품에 빠지게됩니다. 노을 지는 저녁 잔잔한 호수와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노벨 문학상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첫 작품 '작업실'을 잔뜩 겁을 먹고 읽기 시작했지만 이내 안심을 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집이 아닌 작업실을 얻으려는 이유와 그 과정을 두 장에 걸쳐 길게 서술하고 있는데 심리적인 묘사가 지루하다싶게 길게 나열됩니다. 그러나 여자의 입장에서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집이라는 곳이 가족으로 부터 보호받고, 따뜻한 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여자를 얽매이게하고, 시달리게 하는 공간이기에 느긋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 첫 작품 '작업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 바로 '앨리스 먼로'는 마음을 그려내고 있는 작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작업실을 갖고 글을 쓰지만 곧이어 집주인 남자와 미묘한 감정 대립을 시작으로 그 남자가 상식밖의 이상한 행동에 늘 당하기만 합니다. 소심한 주인공이 정상적이지 않은 그와의 대립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뭔가를 딱 꼬집어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 번 읽은 것으로 내용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글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읽게 만들지요.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말의 의미를 찾아내게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행복한 그림자의 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아이들에게 피아노 교습을 한 마살레스 선생님. 고지식한 이상주의자라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은 선하다는 믿음으로 일관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변함이 없는 것은 그것뿐이 아닙니다. 샌드위치의 맛도, 피아노 연주회 후의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도, 옷도, 머리 모양도 변함이 없지요. 어린시절 그녀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고 어른이 된 많은 사람들은 마살레스 선생님의 파티 초대를 거절할 구실을 만들기에 급급합니다. 그리고 마지못해 참석한 마살레스 선생님의 6월 파티에서 지적 장애아들의 피아노 연주를 통해 그녀들이 잊은 줄도 모른 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되살아납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오래지않아 우리는 오랜시간을 변함없이 아이들의 순수함만을 믿고 살았던 마살레스 선생님의 미소를 통해 알게 됩니다.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마음을 그려내고 있는 작가. 그녀가 그려내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생활들입니다. 잔잔함속에 담겨있는 그녀만의 메시지가 오래도록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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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보내는 편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림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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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의 오스카와 병원에서 일하는 분홍색 가운을 입은 장미 할머니와의 짦은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사이에 둘은 비밀 이야기도 나누는 우정을 간직하면서 서로 마음의 빈 공간을 따뜻하게 채워가는 과정을 슬프지만 유쾌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이 소설은 오스카의 관점으로 서술되어 있다. 죽음을 알기에는 너무도 어린 나이이다. 하지만 골수 이식 후 오스카를 바라보는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들도. 청소부 아줌마들도 입을 꾹 다문 채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서 오스카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챈다. 이 소설의 소재는 어린 오스카의 죽음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작가는 죽음을 가볍게, 담담히 써내려가고 있다.   

죽음이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느꼈을 무서움과 공포는 참으로 컸을 것이다. 오스카 옆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담담히, 그리고 죽음이 무서운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준 장미 할머니로 인해 오스카는 담담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임을.....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었다가 친구들로부터 된통 당한 적이 있는 오스카에게 할머니는 하느님께 매일 하루 한가지 부탁과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고백 편지를 쓰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 한 '신에께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 소설은 구성되었다.

특히 12월 12일 할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한 해의 마지막 12일 동안 다음 해 열 두 달 날씨가 어떨지 점쳐본다는 전설이 있다며 오스카에게 하루하루를 10년이라고 생각하고 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말 오스카는 하루를 10년이라 생각하며 살다 하루 하루 편지를 써 내려간다. 마지막 편지를 통해 오스카의 생명이 거의 끝나감을 알았다. - 백열 살 나는 너무 늙었어요. 죽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백열 살의 삶을 살아가면서 오스카는 너무 많은 의미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남은 며칠을 오스카는 정말로 몇십 년 산 것처럼 하느님께 편지를 쓰고 있다. 금세 철이 들었고, 청색증을 앓고 있는 페기 블루를 사랑하고, 그녀와 결혼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말하기도 한다.

짧은 며칠의 시간이었지만 오스카는 부쩍 정신적으로 성숙해져갔다. 성당의 바짝 마른 몸으로 가시 면류관을 쓴 채, 십자가에 매달려있는 하느님 조각상을 보고 자신과 동일시하고 화가 나는 오스카. 그러나 할머니로부터 육체적 고통은 누구나 다 겪는 것이지만 죽는다는 것이 반드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듣게 된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고통스러울 수도, 행복할 수도 있음을.... 십자가에 못 박힌 하느님의 얼굴은 비록 육체적인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주면서 죽음에 대해 겁이 날 때는 믿음을 가지라는 말을 듣고는 죽음이 고통스럽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남겨질 엄마, 아빠까지를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아이가 되어간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장미 할머니의 역할이 컸다. 장미 할머니로부터 부모님과 화해하지 못하면 평생 부모님은 오스카와 화해하지 못한 걸 괴로워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을 듣고 결국 부모님과 화해하게 되면서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다.

장미 할머니는 오스카에게 이런 말을 한다. - 삶에는 여러 가지 해답이 있다. 그러니까 정해진 해답은 없는 거야.-

삶을 살아가는 정해진 해답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정답도 없지만 오스카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엄마, 아빠, 주치의 뒤셀도르프 선생님까지도 위로했으며, 아침에 눈을 뜨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함, 놀라움으로 가득 한 아침을 맞이하였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주고 편안히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지금 이 시간은 누군가 간절히 살기를 바랬던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생각하고, 하루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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