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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보내는 편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림원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열 살의 오스카와 병원에서 일하는 분홍색 가운을 입은 장미 할머니와의 짦은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사이에 둘은 비밀 이야기도 나누는 우정을 간직하면서 서로 마음의 빈 공간을 따뜻하게 채워가는 과정을 슬프지만 유쾌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이 소설은 오스카의 관점으로 서술되어 있다. 죽음을 알기에는 너무도 어린 나이이다. 하지만 골수 이식 후 오스카를 바라보는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들도. 청소부 아줌마들도 입을 꾹 다문 채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서 오스카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챈다. 이 소설의 소재는 어린 오스카의 죽음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작가는 죽음을 가볍게, 담담히 써내려가고 있다.
죽음이 가까이 온 것을 알고 느꼈을 무서움과 공포는 참으로 컸을 것이다. 오스카 옆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담담히, 그리고 죽음이 무서운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준 장미 할머니로 인해 오스카는 담담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임을.....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었다가 친구들로부터 된통 당한 적이 있는 오스카에게 할머니는 하느님께 매일 하루 한가지 부탁과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고백 편지를 쓰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 한 '신에께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 소설은 구성되었다.
특히 12월 12일 할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한 해의 마지막 12일 동안 다음 해 열 두 달 날씨가 어떨지 점쳐본다는 전설이 있다며 오스카에게 하루하루를 10년이라고 생각하고 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말 오스카는 하루를 10년이라 생각하며 살다 하루 하루 편지를 써 내려간다. 마지막 편지를 통해 오스카의 생명이 거의 끝나감을 알았다. - 백열 살 나는 너무 늙었어요. 죽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백열 살의 삶을 살아가면서 오스카는 너무 많은 의미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남은 며칠을 오스카는 정말로 몇십 년 산 것처럼 하느님께 편지를 쓰고 있다. 금세 철이 들었고, 청색증을 앓고 있는 페기 블루를 사랑하고, 그녀와 결혼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말하기도 한다.
짧은 며칠의 시간이었지만 오스카는 부쩍 정신적으로 성숙해져갔다. 성당의 바짝 마른 몸으로 가시 면류관을 쓴 채, 십자가에 매달려있는 하느님 조각상을 보고 자신과 동일시하고 화가 나는 오스카. 그러나 할머니로부터 육체적 고통은 누구나 다 겪는 것이지만 죽는다는 것이 반드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듣게 된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고통스러울 수도, 행복할 수도 있음을.... 십자가에 못 박힌 하느님의 얼굴은 비록 육체적인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주면서 죽음에 대해 겁이 날 때는 믿음을 가지라는 말을 듣고는 죽음이 고통스럽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남겨질 엄마, 아빠까지를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아이가 되어간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장미 할머니의 역할이 컸다. 장미 할머니로부터 부모님과 화해하지 못하면 평생 부모님은 오스카와 화해하지 못한 걸 괴로워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을 듣고 결국 부모님과 화해하게 되면서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다.
장미 할머니는 오스카에게 이런 말을 한다. - 삶에는 여러 가지 해답이 있다. 그러니까 정해진 해답은 없는 거야.-
삶을 살아가는 정해진 해답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정답도 없지만 오스카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엄마, 아빠, 주치의 뒤셀도르프 선생님까지도 위로했으며, 아침에 눈을 뜨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함, 놀라움으로 가득 한 아침을 맞이하였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주고 편안히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지금 이 시간은 누군가 간절히 살기를 바랬던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생각하고, 하루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