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노벨 문학상을 발표할 즈음이면 올해는 어떤 분에게 상이 주어질까 무척 궁금해집니다. 올해의 노벨문학상은 작가 '앨리스 먼로'에게 돌아갔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비로소 그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맨 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개타나 총독문학상 3회, 길러 상 2회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계신 작가이지만 저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책에는 15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습니다. 첫 작품인 '작업실'을 읽으면서 박완서 작가와 자꾸 연관이 지어졌습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글을 풀어내는 면에서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읽어나가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딘편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도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없습니다. 일상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간 작업실의 건물주와의 미묘한 감정 대립이라든지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소심한 소녀 마이라의 우정.... 특별한 사건이 없고, 독자가 깜짝놀랄만한 스토리도 없는 단편들이지만 한 두 작품 읽게 되면 점점 그녀의 작품에 빠지게됩니다. 노을 지는 저녁 잔잔한 호수와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노벨 문학상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첫 작품 '작업실'을 잔뜩 겁을 먹고 읽기 시작했지만 이내 안심을 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집이 아닌 작업실을 얻으려는 이유와 그 과정을 두 장에 걸쳐 길게 서술하고 있는데 심리적인 묘사가 지루하다싶게 길게 나열됩니다. 그러나 여자의 입장에서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집이라는 곳이 가족으로 부터 보호받고, 따뜻한 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여자를 얽매이게하고, 시달리게 하는 공간이기에 느긋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 첫 작품 '작업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 바로 '앨리스 먼로'는 마음을 그려내고 있는 작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작업실을 갖고 글을 쓰지만 곧이어 집주인 남자와 미묘한 감정 대립을 시작으로 그 남자가 상식밖의 이상한 행동에 늘 당하기만 합니다. 소심한 주인공이 정상적이지 않은 그와의 대립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뭔가를 딱 꼬집어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 번 읽은 것으로 내용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글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읽게 만들지요.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말의 의미를 찾아내게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행복한 그림자의 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아이들에게 피아노 교습을 한 마살레스 선생님. 고지식한 이상주의자라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은 선하다는 믿음으로 일관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변함이 없는 것은 그것뿐이 아닙니다. 샌드위치의 맛도, 피아노 연주회 후의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도, 옷도, 머리 모양도 변함이 없지요. 어린시절 그녀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고 어른이 된 많은 사람들은 마살레스 선생님의 파티 초대를 거절할 구실을 만들기에 급급합니다. 그리고 마지못해 참석한 마살레스 선생님의 6월 파티에서 지적 장애아들의 피아노 연주를 통해 그녀들이 잊은 줄도 모른 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되살아납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오래지않아 우리는 오랜시간을 변함없이 아이들의 순수함만을 믿고 살았던 마살레스 선생님의 미소를 통해 알게 됩니다.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마음을 그려내고 있는 작가. 그녀가 그려내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생활들입니다. 잔잔함속에 담겨있는 그녀만의 메시지가 오래도록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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