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싱 1 오싱 1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균 옮김 / 청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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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은 일본 열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소설이다. 그 눈물의 의미에는 말할 수 없는 고단한 삶을 살았던 여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수많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살아왔던 한 여인의 인간 승리에서 오는 감동일 것이다.

 

<오싱>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바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첫번째 공감대 형성은 사랑하는 자식들을 남의 집 더부살이로 보내야할 정도로 못먹었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은 1900년대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오싱은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우리시대에도  못먹고 헐벗었던 시절이 있었다. 풍족함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겪어보지 못한 '보릿고개' 시절을 불과 40여년전 우리어머니 시대는 겪으며 살았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를 보릿고개라고 했겠는가. 우리에게도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살았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온갖 시련과 위기를 견디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인간 승리'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소위 위인이라 일컫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받는다. 성공한 삶이어서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라  위기와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길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기때문에 감동을 받는 것이다. <오싱 1>에서는 사업적으로 성공한 80살이 넘은 현재의 오싱의 모습과 10살 이전의 그녀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 일곱 살 어린 나이에 남의 집 더부살이를 두번이나 하며, 도둑 누명을 받고 뛰어나와 눈보라 속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의 위기가 그려지고 있다.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일곱 살 어린 소녀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요즘시대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1권 이후에도 그녀에게 수많은 시련이 닥칠 것이라 예상된다. 이렇게 온갖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고 이루어낸 삶이기에 우리는 그녀에게서 깊은 감동을 받는 것이다.

 

 <오싱 1>에서는 사업적으로 성공한 팔 십이 넘은 오싱의 현재의 삶과 10살 이전의 그녀의 삶이 교차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전체 6권으로 구성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토리 전개상 본격적인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았지만 결코 그녀의 어린 시절은 순탄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오싱은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하루 한 끼 배불리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한 입 줄이고자 언니 둘과 오싱은 남의 집 더부살이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더부살이라는 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그러한 시절이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될 상황에서 부모는 자식을 잘사는 집 더부살이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을 떠나보내야하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밥만큼은 굶지 않고 제 때에 먹고 지낼 수 있겠지하는 위안을 삼고 딸을 더부살이로 보냈지만 오싱은 고약한 스네라는 여자에게 온갖 학대와 구박을 받게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사리 손으로 궂은 일을 혼자 도맡아 하면서도 할머니, 부모님을 생각하며 꿋꿋하게 견디어내고 있는 일곱 살 오싱. 선생님의 배려로 주인집 아기를 업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자했던 오싱의 모습은 부족함이 없는 생활에 감사할 줄 모르고, 끈기가 없고,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요즘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다.

 

그러나 도둑질을 했다는 누명만큼은 심성을 갖고 있는 오싱은 견딜 수가 없어 첫번째 더부살이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쓸어져있는 오싱을 구해준 쥰사쿠를 통해 인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덧없음을 깨닫게 된다. 집에 다시 돌아왔지만 역시 가난은 그들 가족을 다시 뿔뿔이 흩어놓았다. 엄마는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오싱의 동생을 부잣집에 보내고 긴상온천여관으로  일하러 떠나고, 오싱 역시 두번째 더부살이로 떠나게 된다. 한 가족의 해체시킬 정도로 가난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먼 곳에 있는 긴상온천을 물어물어 찾아가 보고싶었던 엄마와 하룻밤을 같이 보낸 오싱에게 엄마는 나무 인형을 선물한다. 팔 십이 넘어도 간직하고 나무 인형. 엄마 품안이 그리울 어린 소녀 오싱에게 나무 인형은 그 어떤 보물보다도 소중한 물건이다. 엄마의 그림움이 온전히 들어있기에....

 

두번 째 더부살이에서 오싱은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도 기뻤다. 무엇보다 밥만큼은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기뻐했을 어린 오싱의 모습이 그려져 나 역시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먹을 것, 입을 것, 일할 것이 첫번째 더부살이때보다 좋아진 상황이지만 오히려 오싱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새벽녘에 일어나 밥을 하고, 집안 일을 했다. 오싱이 할 수 있는 고마움에 대한 표현은 일밖에는 없었을테니까...  너무나 어른스러운 생각과 행동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린 나이에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을 너무 일찍 깨달은 것 같아 짠함이 느껴진다. 주인집 큰 어른인 구니는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할머니이다. 어린 오싱의 행동을 눈여겨 보면서 오싱의 바른 심성을 일찌감치 알아본다. 그리고 오싱이 큰 재목이 될 것임을 예견이라도 하듯 한문과 산수를 가르친다. <오싱1>을 다 읽으면서 지금의 행복이 언제까지 갈 수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 오싱에게 닥칠 또다른 시련이 오지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앞으로도 수많은 시련이 올 것이다. 결코 자신의 처지에 굴복하지 않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그녀이기에 인간 승리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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