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서평

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아킬레우스.

그는 펠레우스 왕과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의 사아에서 태어난 인물로, 트로이아 전쟁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와 관련된 아킬레우스의 이야기, 트로이 전쟁과 관련한 영웅들의 모습을 그린 스펙타클한 내용의 소설일 것이란 생각으로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생각이 빗나갔음을 금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아킬레우스라는 인물의 영웅담을 그린 이야기가 아닌,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할 줄 아는 두 남자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였다.

매들린 밀러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라 하기 무색할 정도로 소재면에서 엄청난 규모를 갖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트로이아 전쟁을 치르는 과정의 내용도 탄탄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출간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호평과 인기를 받았다고 하는 이유도 이해가 갔으며, 그리스로마신화와 멜로드라마적인 요소가 결합한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충분히 베스트셀러에 오를만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파트로클로스라는 한 연약한 아이의 시각에서 소설이 시작한다. 파트로클로스는 왕자이지만 실수로 한 소년을 죽게만든 후, 펠레우스 왕궁으로 유배를 떠난다. 그리고 거기서 그리스로마신화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만난다. 너무도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적대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그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인물이다. 측은함마저 느끼게 만드는 파트로클로스.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을 같이 성장하고 어른이 된다. 둘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음이 오히려 그 두 사람을 연인관계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보호자이자 연인이다.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나보다. 어느날 케이론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떠난 아킬레우스와 그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왕궁을 탈출한 파트로클로스와의 재회는 확실하게 두 사람을 연인의 관계로 발전시켰다.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는, 그리고 파트로클로스를 인정하지 않는 여신 테티스에게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연인을 보호해달라는 청을 한다.

지고지순한 사랑. 이러한 사랑은 다양한 성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트로이아 전쟁에 같이 참전하는 두 사람. 아킬레우스는 전쟁터에 나가서 영웅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전쟁에서 영웅으로 죽는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결국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선택한 길로 들어선다. 두 사람의 사랑은 피로 물든 전쟁터에서 더욱 굳건해진다. 하찬게 죽을 수도 있었던 자신을 사랑해준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의 자존심 싸움으로 사람들에게 전쟁의 영웅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 미움의 대상으로 남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선택한 길..... 그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출전했을까?

아킬레우스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있기에, 그를 많은 사람들이 영웅으로서 오래도록 기억해주기를 바라고 있기에, 파트로클로스가 희생을 결심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함으로써 그를 전쟁의 영웅으로 만들고 명예를 지켜주었던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알게되면 그가 반드시 복수를 할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헥토르가 죽으면 아킬레우스도 죽게 된다는 운명. 그것을 알고 있기에 수없이 헥토르를 죽이지 않았건만 결국 파트로클로스를 잃고나서 헥토르를 죽이게 된다. 이게 바로 운명인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여신 테티스조차도 바꾸어 놓을 수 없는 운명. 그래서 그토록 테티스는 아들 곁에 있는 파트로클로스를 미워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의 아들이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들이 죽은 후 테티스는 두 사람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인정하고 만다.

가슴 아픈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사랑이야기는 이 책을 덮어도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의 길을 걸은 파트로클로스, 헥도트를 죽이면 자신도 곧 죽게 될 것을 알면서도 복수를 하는 아킬레우스.

죽음 끝의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영원히 잡은 손을 놓치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살인범 대 살인귀 기대평

섬뜩한 제목의 책입니다.

추리미스터리 걸작이라 하는 하야사카 야부사카의 작품 세계에 제가 처음 읽게 되는 작품이니만큼 기대가 큽니다.

촘촘한 복선과 치밀한 구성, 교묘한 속임수와 명쾌한 해답, 복잡한 플롯을 간결하게 정리해내는 솜씨에  아무도 상상 못 할 기상천외한 반전 등이 있다니 빨리 읽고 싶어집니다.

키르케 서평

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그리스로마신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는 늘 나에게 호기심을 일으키고 한편 나를 설레게한다. 그리스로마신화를 깊이 있게 읽게 된 계기는 2000년 라디오 한 프로그램의 신간도서코너에서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가 소개된 내용을 듣고나서이다. 올해 '키르케'가 신간 도서로 소개되었을 때 진즉 내가 읽어야지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번에 읽게 되었다.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당연 키르케이다.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은 거의 모든 그리스로마신화를 다루고 있는 책들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웅이다. 전쟁을 끝내고 귀향하면서 여러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겪은 모험의 이야기로 유명하다.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아'를 노래했듯이....... 그럼에도 이 소설은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을 영웅적으로 그리고 있지않다. 오히려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으며, 아테나로부터 아버지와 같은 모든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수호신이 되어주겠다는 제안을 거부하였다. 그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의 키르케는 단지 오디세우스를 유혹하여 처자식을 잊게 만들고, 남자들을 돼지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부린, 마녀에 초점을 맞춘 키르케의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키르케는 하급 여신으로 태어나 여러 신들의 눈치를 보고, 형제 자매에게 놀림과 치임의 시절을 보내다가 약초의 마법을 발견하고 동족을 변신시킨 죄로 무인도로 추방되는 벌을 받는다. 아이아이에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찾아내고, 그것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마녀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끝내는 아버지 태양 신 헬리오스에게 분명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함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났다.

이 소설을 읽는 재미는 의외로 많다.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죄로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영원한 고통을 짊어진 프로메테우스, 글라우코스와 스킬라 사이를 질투한 키르케에 의해 괴물이 된 스킬라, 여동생 파시파에와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미노타우로스, 미노스왕의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 오디세우스와 아테나 등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키르케의 어린 시절은 보잘 것 없었다. 어머니한테 자식 대접을 받기는 커녕 동생들의 멸시와 조롱까지 받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보잘것 없는 존재로 자각하며 살았다. 어느 누구도 그녀가 마녀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녀 스스로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운명을 나름의 방법으로 개척해 갔다. 그러는 사이 신일지라도 키르케를 뜻대로 할 수 없는 그런 당당한 마녀로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다져간다.

그녀에게는 여신들의 도도하고, 비정하고, 잔인한 모습은 볼 수 없다. 오히려 인간을 연민과 사랑으로 대할 줄 아는, 오직 자식만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따뜻함을 지녔다. 그래서 오히려 신이 아닌 인간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녀의 운명은 그녀 스스로가 만들어 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인간의 희로애락을 같이하고자, 인간의 삶을 살고자, 죽은 존재가 되지 않고자 주문을 외우며 자신이 만든 마법의 사발을 입술에 대고 마신다. ......

여신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키르케...... 키르케의 앞날에 영광만이 깃들기를 바란다.

스완 기대평

역시 나는 추리소설을 읽을 때가 젤 눈이 반짝반짝해진다.

블루홀6의 작품을 올해 접하면서 반전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래서 한 권 두 권 블루홀 6의 도서를 주문해서 읽고 있다.

이번에 나올 '스완'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는 기대를 하고 있다.

블루홀6의 도서는 믿고 보는 도서가 되어버렸다.

이번에 소개되는 스완의 전율과 여운을 꼭 느껴보고 싶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 서평

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사춘기 소녀 조반나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삶은 거짓된 삶이다.

조반나와 친구 안젤라. 그들의 부모는 서로가 친구이다. 조반나의 평온했던 삶이 깨진 것은 조반나와 안젤라 부모의 삶이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추악한 모습을 한 거짓된 삶이었음을 알게되면서이다. 자신은 평생 행복한 운명일 줄 알았던 조반나, 고상한 지식인인 자신의 아빠가 안젤라의 엄마와 오랜 동안의 연인 관계였음이 밝혀지면서 두 가정은 결국 파탄의 길로 들어선다. 조반나의 삶도 이런 모습과 흡사하게 바뀌어 가면서 사춘기의 방황이 시작된다.

조반나의 눈으로 본 엄마와 안젤라 아빠의 뒤엉킨 발목. 어린 조반나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엄마에 대한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까. 그러나 이보다 더 충격이 조반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아빠와 안젤라 엄마가 오랜 시간을 연인의 관계로 살았던, 주변 모두를 속인 거짓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두 여자를 사랑하는 아빠... 그리고 2년의 시간..... 부모님의 이혼......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그 금은 조반나의 가슴에도 남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그들은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거짓된 삶도 결국은 어른들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아마 조반나도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 아빠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알게 될 것이다. 거짓된 삶도 그들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조반나 아빠는 왜 그토록 여동생 빅토리아를 싫어했을까.

어린 조반나에게 고모라는 존재는 늘 공포의 대상이었다. 실체를 보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모는 끔찍한 존재로 각인이 되어있었다. 아빠의 입에서 나온 '조반나가 빅토리아를 닮아 가'라는 말.... 추악하고 사악한 고모를 닮았다는 아빠의 말은 열 두 살 딸에게는 충격이었다. 아빠는 왜 그토록 빅토리아 고모를 미워할까...... 조반나는 직접 고모 빅토리아를 만나보면서 추악하다고 생각했던 고모에 대해 점점 빠져들어갔고, 고모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으며, 그들의 만남을 통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외조부모집과는 다르게 나폴리 아랫동네를 한참 내려가고 또 내려가야 하는 곳에 살았던, 지독하고 가난하고 지저분하며 이름도 없는 동네에 사는 친조부모집. 개천에서 난 용과 같은 아빠는 그 개천을 떠나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흔적을 모조리 없애고 싶었을 것이다. 세련되고 기품이 있고, 고상한 삶을 살아가는 조반나의 아빠는 자신이 벗어나고자 했던,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의 삶을 차단하고 싶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여동생 빅토리아라는 이름에 추악함과 사악함의 이미지로 심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장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단연 조반나의 아빠이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도 결국 인생의 일부분

거짓으로 위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모두 알게 된 조반나는 서서히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아빠의 삶도, 엄마의 삶도..... 절대적인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이 변할 수 있음을 알아가며, 자신도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리고 빅토리아 고모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어른이 되어간다. 아직은 온전하지 않은 어린 사춘기 소녀 조반나. 사랑의 행동에서 나온 것이 결코 아닌, 처녀성 파괴는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는 약간의 충격을 주는 장면이었지만, 사춘기 방황과 방랑, 반항을 끝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겠다는조반나의 의지 표출로 해석해본다.

앞으로 조반나 역시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짓된 어른들의 삶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거짓된 삶도 결국은 인생의 일부분이라는 것임을 깨닫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