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잠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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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 점원이자 '백곰탐정사'의 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펼치는 '불온한 잠'. 이 책은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네 권 중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인데, 확실히 기존에 읽었던 추리 작품들과는색다른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천재적 추리 능력을 갖춘 셜록홈즈 같은 탐정이 등장해 사건 속에 던져진 미스터리 같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일 것이라 기대하고 읽는다면 분명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장담컨대 이 소설을 읽은 후에는 하무라 아키라 탐정의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되고, 그녀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첫 단편 '거품 속의 나날'을 두 번 읽었다. 의뢰인 사쓰키는 친구의 딸 하루카를 그녀에게 데려다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그러나 결말은 .... 왜지? 뭐지? 놓친 것이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읽어 보았다. 그러고나서야 이것이 와카타케 나나미 스타일의 미스터리 소설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나머지 단편 작품들 역시 두 번 이상 읽게 될 것이다. 무심히 읽고 지나쳤던 내용이 나중에 알고보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하무라 아키라는 사건을 헤집고 다니면서 범인을 찾아내지 않지만 자신이 맡은 사건에 성실하게 발품을 팔고 다니면서 의뢰받은 일을 해결하려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건 뒤에 숨겨진, 남들이 간과했던 것을 하무라만의 통찰력으로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비록 관찰자이지만 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들의 내면이 그녀에 의해 속속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복잡하고 비정한 인간의 내면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 하무라 아키라

더 고독하고 비정한 네 가지 사건에 맞닥뜨리다.

아직 앞서서 발간된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지 못했지만, '새해의 미궁'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빌었던 새해의 소망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불행한 탐정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반전이 될만한 근거를 무심하게 툭 던져놓는다. 독자 역시 처음에는 큰 의미를 두지않고 무심하게 지나치며 읽다가 다시 돌아와 읽게 된다. 가장 고독하고 비정한 사건은 아마도 마지막 작품 '불온한 잠'일 것이다. 한 여자의 죽음. 그것도 11년 전에 죽은 히로카의 죽음을 파헤치던 하무라 아키라. 그리고 속속 들어나는 인간의 비정함과 비열함..... 탐정 하무라 아키라는 자신이 가장 불행한 존재라 생각했지만 아마도 히로카의 삶을 파헤치면서 자신보다 더 외로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코지 미스터리 + 여성 탐정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로 도시의 비정한 사건을 다루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작품 소개글에 나와있는 문구이다. 무슨 말이지? 살짝 갸우뚱하면서 읽어나가기 시작한 '불온한 잠'. 책을 덮고 나서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가 되었다. 스스로 불행한 탐정이라고 생각하는 하무라 아키라. 탐정이라는 고독하고 차가운 이미지 속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들. 그것이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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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에 젖다 케이스릴러
이수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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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결말에 다달을 때까지 좀처럼 사건의 실체를 감 잡을 수 없었던 스릴러 소설 '향수에 젖다'

좁은 세상에서 자신을 온전히 숨기고 살 수 있을까. 이름을 바꾼다고, SNS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단절한다고 과거의 자신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영원히 잊혀질까.... 정태희는 영선이라는 이름과 16년 전의 과거를 버리고 남편 준영의 아내로, 지우의 엄마로 살아간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 정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과연 태희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잊고 싶었던 과거의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여자. 무억도 친구들이었다.... 그녀들을 만나서는 안된다. 자신이 숨겼던 과거가 모두 들통난다면 준영의 아내로서, 지우 엄마로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 화려하고 부유한 삶도....

소설 '향수에 젖다'는 정태희가 현재의 삶을 붙잡기 위한 무억도 친구들과의 치열한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될까. 작가는 쉽게 승자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핵심적인 사건은 그녀들의 싸움에 있지 않았다. 영선이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 무억도 친구와 자신에게 보낸 향수는 누가 보낸 것일까... 여기에 또다른 친구가 등장한다. 서울에서 전학 온 세경이라는 친구. 세경이는 자기 대신 지혜에게 보내고, 친구들은 세경을 물 속에 빠트린다. 그러나 수영을 할 줄 몰랐던 세경은 식물 인간이 되고 마는데....

 

 

 

고즈넉이엔티의 케이스릴러 작품은 신선하다. '향수에 젖다'는 케이스릴러 두 번째로 읽은 작품이다. 첫 번째로 읽었던 '찾고 싶다'와 마찬가지로 내용 전개가 기존에 읽던 추리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범인의 실체가 나올 듯 하다가 숨어버린다. 범인은 오리무중에 싸여 좀처럼 찾아낼 수가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무억도 친구인 수림의 죽음은 의문투성이다. 누가 수림을 죽였을까.... 죽은 수림의 휴대폰을 갖고 있는 남편일까? 사인처럼 심장마비일까?아니면 누군가 보낸 향수 때문에?

소설이 결말로 치달으면서 지현과 태희(영선)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세경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방법으로 세경에게 다가가지만 세경은 이들보다 한 단계 앞서서 지현과 태희를 보고 있다. 세경의 존재는 의외의 반전을 주고 있다. 소설 '향수가 젖다'는 완전한 결말이 나지 않는다. 2편으로 계속 이어져야만 할 것 같은 이야기.... 세경의 복수는 끝난 것이 아니고 시작일 것이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

 

삶은 매 순간 선택지를 제시하지만 정답을 알려주는 데는 하염없이 시간을 질질 끌거나 끝까지 답을 감추기도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삶을 송두리째 뒤엎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기를 쓰고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어서 힘겹고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하나, 그 선택이 옳지 않았다고 깨닫는다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만이 남는다. 삶의 무게는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 측정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삶은 이제 좀 더 무거워질 것이다.

 

 

스릴러 작품을 보는 재미를 톡톡히 볼 수 있었던 소설 '향수에 젖다'. 이런 면에서 내가 선택한 고즈넉이엔티의 케이스릴러 작품 두 번째 선택도 성공이다. 자신보다 더 좋아하는 세경이가 얄미워서 골탕 먹일 생각으로 벌인 일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았다. 16년이라는 꽃 다운 청춘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녀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무억도 친구들의 옳지 않은 선택, 그리고 그 친구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질 때가 온 것이다. 친구와의 관계에 과연 '='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지현의 질투와 영선의 이기심의 댓가는 열린 결말 속에서 숨어 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눈을 뜬 세경이가 친구들에게 되갚아줄 복수의 과정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혹시 2편이 나오려나하는 기대를 해 보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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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나씽 - 북아일랜드의 살인의 추억
패트릭 라든 키프 지음, 지은현 옮김 / 꾸리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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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게 짜여진 한 편의 소설처럼 속도감 있게 읽히는 논픽션!

 

제법 두께가 있어보이는 책이다.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금세 책 내용에 빠져들었다. 지레 책 두께에 겁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독성 good!!! 책 띠지에 나와있듯이 '촘촘하게 짜여진 한 편의 소설처럼 속도감 있게 읽히는' 책이다.

 

'세이 나씽'은 실화에 근거한 논픽션이다. 멀리 떨어진 북아일랜드의 분쟁 이야기는 슬픈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른 여덟 살 진 맥콘빌의 실종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랜 싸움. 끝없는 아일랜드의 독립전쟁은 남부 26개주의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지만 북부 6개주는 대영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북아일랜드의 가톨릭교도에 대한 제도적 차별로 인해 발생한 영국정부(군)와 IRA의 끝임없는 분쟁은 점점 수위가 높아졌고, 진 맥콘빌과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고, 실종되었다.

 

북아일랜드의 폭력의 역사. 텔레비전 뉴스에서 스쳐지나갔던 북아일랜드의 분쟁의 역사를 책을 통해 알아가는 시간은 나에게 뜻깊은 시간이었다. 우리의 역사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일들은 오래 된 일이 아니라 불과 1990년대에 일어난 일들이다. 폭탄 테러, 보복, 불심 검문, IRA의 투쟁은 수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갔고, 진 맥콘빌과 같은 무고한 사람들이 사라졌다.

 

   

 

 

 

'세이 나씽'의 주된 이야기는 벨파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IRA의 급진파 대원이었던 돌러스 프라이스, 브렌든 휴즈, 리키오라 등의 구술사 기록에 의해 쓰여졌다. 이들의 화살은 모두 제리 아담스라는 인물에게 향한다. 자신이 IRA의 조직원이었음을 부정하는 아담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부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정치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은 뭘까?....

북아일랜드는 겉으로 평화스러워보이지만 그 내부는 현재도 그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분열되어 있다. '세이 나씽'을 읽지 않았다면 내 머릿속에는 그들의 슬프고 비극적 역사는 영원히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폭력의 역사를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여러분도 이 책을 꼭 읽고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진 맥콘빌을 총으로 쏘아 죽인 사람.... 놀라운 반전에 또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 일어나는 내전과 분쟁... 이 아픔이 하루빨리 사라지는 날이 꼭 오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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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마법사 아하부장의 매직 레시피
아하부장 지음 / 프롬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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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요리와 거리가 먼 생활을 본의아니게 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혼자 있는 시간이 3일 정도 되다보니 귀찮다는 이유로 대충 먹을 때가 많았다. 이 책을 받고나서 나름 책 따라하기에 돌입해보았다. 저자 아하부장의 말처럼 '매직 레시피'는 쉽고 편하고 빠르게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간편하면서 쉽고, 거기에 싼 가격의 재료로 즐겁게 요리하는 것만큼 신나고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작년과 올해 급격하게 늘었던 배달 음식을 '매직 레시피'를 접하면서 멀리하고 이제부터 신나게 요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음식 만들기 소개 전에 아하부장의 다양한 마법 요리 재료와 마법의 MSG와 시판용 소스를 소개한다. 한때 요리에 관심을 많이 갖은 적이 있어 여기에 소개된 소스들이 낯설지 않지만 특이한 소스들도 많이 보인다. 사실 집에서도 MSG를 사용하지만, 기존의 요리책에서는 다시다나 미원 같은 것을 음식에 넣으면 마치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금기적인 행동처럼 생각하고 아예 MSG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매직 레시피'는 대놓고 MSG를 사용한다. 아마 이 책이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개된 레시피는 지극히 간단하다. 즉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레시피 밑에 기본 요리를 다양하게 응용하는 '매직 레시피' 소개를 소개하고 있다. 그게 진짜다. 마법의 재료와 설명이 거기에 다 들어있는 것이다. 이 책은 8 part의 마법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나는 주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보니 고기 요리에는 자신이 없는 편이라 한식 전문점 변신 마법이 가장 내 눈길을 끌었다. 식구들이 모일 때 '수원갈비맛 양념삼겹살'과 '춘천 맛 그대로 닭갈비'를 한번 선보일까 생각중이다. 우선은 간단한 요리부터 몇 가지 해 보았다. 장담컨대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뚝딱 해먹을 수 있다.

 

 

   

 

 

 

 '매직 레시피'는 정말 정말로 간편하게 한 끼 뚝딱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편이 이 책을 탐내고 있다. 요리의 초보자인 남편은 일주일에 삼사일 시골에 머무른다. 이제는 간단한 국과 반찬 정도는 혼자서 해 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누가 옆에서 가르쳐주지 않으면 요리는 늘지 않는 법. 요즘은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가보다. 이 책을 가져가서 요리를 해 보겠다고 하니 기특하다(?). 조만간 멋진 요리를 선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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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 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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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웃음시리즈 제4탄 왜소소설은 전편에서 살짝 살짝 보여주었던 출판계의 민낯을 대놓고 까발리고 있다.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왜소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편인 괴소소설, 독소소설, 흑소소설과 함께 미스터리 추리 작가라는 고정된 틀을 멋지게 벗어난, 유머소설 작가로서 새로운 면을 보여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 해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어려운데 다작을 쏟아내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하면서 내용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느낌을 살짝 받고 있었던 시점에서 개정판으로 나온 대환장유머시리즈의 소설은 오히려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것인지도 모른다.

멋진 표지와 띠지로 장식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왜소소설이 픽션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는다 할지라도 출판계의 모습이 이같다면 이는 마치 총과 칼만 없을 뿐 전쟁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은 작가, 출판업계 모두 매한가지일 것이다. 머릿속에서 이야기감을 쏟아내어야만 하는 작가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되었고, 출판업계 역시 자존심마저 저버리고 일명 잘나가는 작가를 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출판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민낯을 기꺼이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소설 속에 보여지는 적나라한 그들 세계의 모습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비판이라 것은 결국 부조리함과 연계되는 단어이다. 부조리하고 모순된 출판업계의 모습을 그는 유머로 풀어나갔다. 웃음이라는 코드로 만들어 낸 풍자 유머소설이 바로 왜소소설이다.

잘 팔리는 작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존심마저 버리고 애쓰는 편집장. 작가에게 따귀까지 맞아가며 작품을 얻은 전설의 편집자의 모습이나 신출내기 작가가 선배 작가와의 교류를 위해서는 골프를 배우면서 터득해가는 처세술은 우리에게 웃음과 함께 씁쓸함도 주고 있다. 신인상을 받은 후 자신의 소설을 드라마화하자는 제의가 들어온 신인 작가 아타미의 신중하지 못한 모습과 아이러니한 결말은 웃음을 주기 충분하다. 가장 웃음을 유발시킨 단편은 '베스트셀러 만들기'와 '작가 은퇴 기자 회견'이다. 어찌나 웃었던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출판사 직원들의 노력 분투하는 모습과 작가의 이미지 탈바꿈의 노력은 눈물겨우면서도 눈물이 날 정도로 우스웠다. 또한 이미 출판사에서 미래가능성이 없는 작가로 분류되어 원고 청탁을 하지도 않았던 중견 작가의 은퇴가 말뿐이었음이 보여진 순간 독자는 배꼽을 빼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자신들이 밀고 있는 작가에게 문학상을 주기 위해 후보작으로 올려놓는 출판사의 떨떠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문학상 신설 분투기'와 편집장 아들의 견학 안내를 맡으면서 문예지의 폐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중학생의 질문에 결국 오만하고 이기적인 작가들의 태도를 맹렬하게 비판하고마는 편집자의 목소리는 출판업계의 모순점 비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공감이 갔다. 그런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바뀌지 않는 현실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기만하다.

12편의 단편은 규에이 출판사와 연결이 된 연작 소설 형태이다. '대환장웃음시리즈' 4탄의 작품 중 웃음과 재미를 주면서 작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출판업계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 왜소소설이라 생각한다. 결국 그들 모두가 안고 있는 모순점이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니 내가 웃은 그 웃음이 바로 왜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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