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에 젖다 케이스릴러
이수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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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결말에 다달을 때까지 좀처럼 사건의 실체를 감 잡을 수 없었던 스릴러 소설 '향수에 젖다'

좁은 세상에서 자신을 온전히 숨기고 살 수 있을까. 이름을 바꾼다고, SNS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단절한다고 과거의 자신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영원히 잊혀질까.... 정태희는 영선이라는 이름과 16년 전의 과거를 버리고 남편 준영의 아내로, 지우의 엄마로 살아간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 정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과연 태희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잊고 싶었던 과거의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여자. 무억도 친구들이었다.... 그녀들을 만나서는 안된다. 자신이 숨겼던 과거가 모두 들통난다면 준영의 아내로서, 지우 엄마로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 화려하고 부유한 삶도....

소설 '향수에 젖다'는 정태희가 현재의 삶을 붙잡기 위한 무억도 친구들과의 치열한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될까. 작가는 쉽게 승자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핵심적인 사건은 그녀들의 싸움에 있지 않았다. 영선이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 무억도 친구와 자신에게 보낸 향수는 누가 보낸 것일까... 여기에 또다른 친구가 등장한다. 서울에서 전학 온 세경이라는 친구. 세경이는 자기 대신 지혜에게 보내고, 친구들은 세경을 물 속에 빠트린다. 그러나 수영을 할 줄 몰랐던 세경은 식물 인간이 되고 마는데....

 

 

 

고즈넉이엔티의 케이스릴러 작품은 신선하다. '향수에 젖다'는 케이스릴러 두 번째로 읽은 작품이다. 첫 번째로 읽었던 '찾고 싶다'와 마찬가지로 내용 전개가 기존에 읽던 추리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범인의 실체가 나올 듯 하다가 숨어버린다. 범인은 오리무중에 싸여 좀처럼 찾아낼 수가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무억도 친구인 수림의 죽음은 의문투성이다. 누가 수림을 죽였을까.... 죽은 수림의 휴대폰을 갖고 있는 남편일까? 사인처럼 심장마비일까?아니면 누군가 보낸 향수 때문에?

소설이 결말로 치달으면서 지현과 태희(영선)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세경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방법으로 세경에게 다가가지만 세경은 이들보다 한 단계 앞서서 지현과 태희를 보고 있다. 세경의 존재는 의외의 반전을 주고 있다. 소설 '향수가 젖다'는 완전한 결말이 나지 않는다. 2편으로 계속 이어져야만 할 것 같은 이야기.... 세경의 복수는 끝난 것이 아니고 시작일 것이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

 

삶은 매 순간 선택지를 제시하지만 정답을 알려주는 데는 하염없이 시간을 질질 끌거나 끝까지 답을 감추기도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삶을 송두리째 뒤엎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기를 쓰고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어서 힘겹고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하나, 그 선택이 옳지 않았다고 깨닫는다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만이 남는다. 삶의 무게는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 측정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삶은 이제 좀 더 무거워질 것이다.

 

 

스릴러 작품을 보는 재미를 톡톡히 볼 수 있었던 소설 '향수에 젖다'. 이런 면에서 내가 선택한 고즈넉이엔티의 케이스릴러 작품 두 번째 선택도 성공이다. 자신보다 더 좋아하는 세경이가 얄미워서 골탕 먹일 생각으로 벌인 일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았다. 16년이라는 꽃 다운 청춘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녀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무억도 친구들의 옳지 않은 선택, 그리고 그 친구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질 때가 온 것이다. 친구와의 관계에 과연 '='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지현의 질투와 영선의 이기심의 댓가는 열린 결말 속에서 숨어 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눈을 뜬 세경이가 친구들에게 되갚아줄 복수의 과정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혹시 2편이 나오려나하는 기대를 해 보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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