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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그 첫 5000

 

단군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반만년이라는 말이 입에 붙을정도로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강조해왔다. 빨갛고 묵직한 이 책은 첫 조우부터 부채감을 주었다. 책 제목처럼 무언가 밑줄치고 잘 읽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자리 잡았다. 그리고 서평이 늦어지는 지금도 그런 부채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산술적인 계산으로는 기원전부터 시작된 우리의 부채는 힘있는 자와 혹은 힘있는 자로 보호받는 우리에게 제도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화폐가 만들어졌고, 그 화폐가 신용거래로 이어졌다고 당연한 논리처럼 배웠는데 그 논리는 수 많은 증빙(?) 텍스트로 인해 산산히 깨어졌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간존재의 진화에 비신용적인 부분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공동체속에서 인간다워진게 아니라 개개인으로 똑똑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린 나름의 결론은 서두에서부터 명확하게 이야기해버린 우리가 물물교환 이전시대의 신용사회, 화폐는 그 이후의 문제라고 이야기해버렸기 때문에 난 그 전제를 맞추기 위한 증거들을 확인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전제들이 무너질때의 허망감도 있지만 새로운 전제에 대한 기대가 새로 생기는 희열또한 좋다. 당신은 신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원래 죄, 혹은 부채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평생을 그 부채를 갚기 위해 일하고 살아간다. 상당히 비관적인 결론을 시작하고 있지만 시사하는 바는 많다. 우리가 부채를 진 이유는 존재자체가 아니라 그 존재자체를 규정하는 테두리, 국가와 사회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존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통의 이해관계보다는 부채- 다양한 형태-가 생겨나고 그 부채를 갚기 위한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원시시대의 신용사회, 그리고 친한 관계에서는 절대 물물교환을 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에게 give&take가 아닌 훈훈한 관계였다는 것에 좋은 느낌또한 받았다. 우리는 원시시대를 지금의 우리시대와 비교하여 너무 폄하하고 있지는 않은가하는 생각또한 들었다. 그리고 화폐와 물물교환이 생겨남과 동시에 전쟁, 국가, 그리고 규범적사회가 만드는 인간의 부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는 책이다. 두껍게 책꽂이를 차지하는 만큼 내게 새로운 사고를 안겨주는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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