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좀 더 긴밀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 한 권의 책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번 달에는 푸른숲의 인물열전, <BIOS 시리즈>를 만나봅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신 한예원 사장님의 사무실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교양인의 사장님으로 계신 분입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 어떻게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셨는지요.
- 푸른숲에서 평전을 쭉 진행했어요. 발자크 평전, 호치민 평전, 마르크스 평전, 히틀러 평전처럼 두꺼운 평전들이요. 사람을 느껴 보는 작업에 매력을 느꼈구요. 평전을 진행하다가 좀 더 대중적인 것들을 해보자 생각하던 차에, 미국 펭귄사에서 나온 펭귄 Lives 시리즈가 눈이 띄었어요. 펭귄 Lives의 저자들이 다 최고의 학자들이예요. 그리고 나와 있는 책을 보면 알겠지만, 기존 평전과는 약간 다른 인물들이라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분량도 기존 평전보다는 얇은 편이고. 그래서 기획 회의에 올려서 멤버들끼리 궁금한 사람을 골랐어요. 처음에 시리즈를 시작할 때, 김용석 선생님께 작명을 부탁드렸어요. ‘BIOS'라고 지어주셨는데, 영어로 평전Biography의 줄임말이기도 하고 그리스어로 생명을 뜻한다고 해요.
- 평전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평전을 읽어보면 역사를 알게 되기도 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는 거 같아요. 평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쨌든 독특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인데, 멀게 보였던 사람들을 가깝게 느낄 수 있고, 뭘 고민했는가를 보면서 그 시대를 같이 겪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구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도 알 수 있고. 그냥 역사책은 거시적이고 한 단면만 보여주는데, 평전은 당시 상황 더 깊이 있게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 <BIOS 시리즈> 목록 중에 ‘말론 브랜도’가 굉장히 튀어요. (웃음) 어떻게 고르셨는지요.
- 관심이 갔어요. (웃음) 영화에서만 보던 사람이니까, 그 사람의 생애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몰라서 알고 싶었어요. 새로운 발견이었죠. 그리고 그 작가가 글을 굉장히 잘 썼죠.
- 프로필을 보면, 작가도 액터즈 스쿨 출신이더라구요.
- 네, 그렇죠. 배우 출신 저널리스트예요.
- BIOS 시리즈 소개를 보면 '최고의 인물, 최고의 저자, 최고의 번역자'라고 소개가 되어있던데, 번역자는 어떻게 선정을 하셨어요?
- 원래 쭉 저희랑 작업을 같이 했던 맡아주시던 분들이예요. (웃음) 그렇지만 그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이름난 분들이구요. 시리즈 중에 버지니아 울프를 번역하신 안인희 선생님은 발자크 평전을 소개해 주신 분이예요. 발자크 평전이 굉장히 평이 좋았어요. 재미있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이 책을 보고 나서 푸른숲의 팬이 됐다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 문장 자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나도 한번 그런 문장을 써보고 싶다…’같은 반응들? 그런데 책 자체가 많이 나가지는 않았죠. (웃음)
- 아마도 정치가가 아니어서 그랬나 봐요. 문인이라서.
- 네, 대부분 정치가나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들을 다룬 평전이 반응이 좋죠. 평전 독자는 대부분 남성 독자니까. 그래서 정치의 기술이나 처세, 권력 투쟁 이야기들을 다룬 책들이 잘 나가죠. 문필가나, 음악가들보다는요.
- 문필가나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정치가 이야기보다 덜 재미있는 걸까요.
- 보면 재미있겠지만, 일단 인물 자체에 관심을 갖기까지가 어려우니까요. 평전을 읽으면 절반 앞부분이 재미있어요. 성공하기까지의 스토리이고, 성공 이후는 재미가 없더라구요. (웃음) 보면 좌절 없는 인물은 없어요. 앞의 절반이 그 좌절 극복기이죠. 부모를 일찍 잃는다던가, 불구가 된다던가, 사람에 따라서 실연도 굉장히 큰 좌절이예요. 성공 이후 권력을 가지게 되면 똑같이 못된 짓을 하죠. (웃음) 권력을 휘두르면서 균형 감각을 잃기도 하구요. 어쨌든 그래서 그 앞부분에 동일시하기가 쉬운 거 같아요. 훌륭한 인물이 그 권력을 획득하기까지,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 8권의 책 중에서, 어떤 인물이 가장 애착이 가시는지요.
- 다 관심이 가는데, 붓다 책을 내면서 붓다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원래는 카렌 암스트롱 (BIOS 시리즈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저자) 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책은 이미 나왔었고, 그래서 이 책으로 처음 작업을 하게 됐지요. 읽어보니까 인간 붓다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불교까지 관심 영역이 확대 되었죠. 그리고 이 책이 분량이 짧아도 내용이 굉장히 풍부해요. 또 붓다가 비유의 달인이잖아요. 자기가 스스로 깨닫고 나서 해주는 이야기들, 심오한 고민들을 간단한 비유로 풀어서 설명해주고 말이죠. 나에 대해서 알아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하는데, 요즘 심리학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과 같은 이야기죠. (웃음) 맥락은 다 같아요.
아직 한기가 다 가시지 않은 3월의 오후, 교양인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는 재미있었습니다. 한예원 사장님께서 '번역서라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 게 없네.' 하시며 미안해하셨는데요. 충분히 좋은 말씀 많이 듣고 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조금이나마 평전과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바쁜시간 쪼개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한예원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