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그렇게도 더디게 가던 시간이, 서른을 넘겨 마흔을 지나니 쏜살같이 느껴진다. 나이 먹을 만큼 먹고서도 시간은 여전히 알쏭달쏭한데 하물며 아이들에게야. 하지만 점점 더 ‘시간’이 중요해지는 이때, 시간에 대해 아는 것은 무척 필요하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은 존재할까? 시간은 절대적인 것일까, 상대적인 것일까? 우리는 과연,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짐짓 철학적인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전 세계가 표준 시간을 만들어 쓴 지는 불과 100년도 채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이전에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었을까?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시간의 실체를 파헤치고 그 보이지 않는 질서를 찾으려 노력했다.
이 책은 종교, 문화, 역사, 그리고 과학의 바탕 위에서 저마다의 철학을 가지고 시간을 맞들어 온 인간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달력과 시계 속 시간만이 유일하다고 믿는 현대 청소년ㄴ과 어린이들에게 진정 시간이란 무엇이고, 인간은 시간을 어떻게 규정지어 왔으며, 시간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자연의 순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과 세상을 인간의 의지대로 경영하고자 했던 역사와, 그 과정에서 오히려 시간의 종속적인 관계가 되어 버린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내심 ‘보이지 않는 질서’라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문제의식의 무게감을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책은 구체적인 사례들로써 그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주제와 메시지의 무거움을 역사속의 생생한 사례와 친절한 어투로 풀어낸 것이다. 또한 이제껏 어린이 책이 무기로 했던 감성적인 접근을 과감히 버렸다. 총체적이고 인문학적인 접근과 논리적인 전개, 균형잡힌 시각은 어린이 책에서도 정공법이 통한다는 걸 보여 주고 있다. 더불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목판화와 시간에 관한 명언들은 이 책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
프랑스 책을 번역 출간하면서 ‘우리가 보는 시간의 역사’를 따로 집필해 부록으로 다룬 점이 돋보인다.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우리 민족의 시간관과, 조선 시대의 눈부신 과학적 업적을 보여주는 해시계와 물시계, 그리고 우리의 환경적 특징을 반영한 역법 등을 소개하는 친절은 이 책에 한 가지의 미덕을 더 보탠다.
그러면서 세계 여러 문화권이 가진 다양한 시간관과 시간 체계들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책의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바를 더 크게 확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어린이/청소년 책이라도 만만히 볼 수만은 없는 건 메시지에서 편집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알차기 때문이다.
“태양은 ‘눈에 보이는 신’이자, ‘세계의 눈’이며,
‘낮의 창조자’이다. 어떤 신도 태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태양은 시간의 근원이다. 행성과 항성들, 자연력,
생명의 신들, 바람과 불의 주인, 그 밖의 모든 신은 태양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브라비시아-푸라나》
한국출판인회의 ‘이달의 책’ 선정 위원회
<인류의 작은 역사>시리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