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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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야베 미유키 라는 작가를 '크로스 파이어'라는 소설을 접하고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 작가라면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 정도 밖에 모르던 내가 우연히 서점에서 눈에띈 '크로스 파이어'를 읽고 그 내용이나 작가의 스타일에 반해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았더니, 200권이 넘을 작품을 써낸 '국민작가' 수준의 작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정말 다른 사람들 말대로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3일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술술넘어가는 이야기다. 그만큼 흡입력도 있어서 다른 일을 제쳐두고 책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이 책뿐 아니라,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도 그렇다. 마치 내게 이야기 하듯이 문장하나 하나가 쉽게 이해되고, 바로 바로 내 머리속에 들어와서 작가가 설명하고자 하는 상황이 재구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은 내가 접해 보지 못했던 '르포'형식의 이야기 서술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보통 소설에서 사용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라, 사건을 취재한 기자의 기사를 읽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참신하다.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건속의 이야기들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이도록 권위를 실어주지 않나.. 생각된다.  

작가는 '아라카와 일가족 4인 살인사건'이라는 사건을 먼저 독자들에게 던저 준다. 그 다음 그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가 관련된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의 가족들 하나, 하나를 모두 설명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족 단위로 설명한다. 사건의 피해자도, 관련 자도 어떤 가족들과 함께 살았는지, 가족 관계는 어땠는지, 가족 안에서 풀어 설명한다. 역설적으로, 살해당한 일가족도 실은 알고보니 실제 피붙이들이 아니라, 여러 인연으로 만났지만, 실제 가족들 보다 편해서 가족처럼 지내고 있었다는 설정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 작가는 위기의 가족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경제 위기에 가장이 일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등의 비슷한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상황이니 작가의 이야기가 많이 공감이 되었다. 또한 그 비정상적인 가족 안에서 무능한 가장' 인 아버지의 모습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는데, 결혼 3년차에 이제 내년이면 아버지가 될 나로서도 소설속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보면서 즐거움이 많았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모두 일본 이름인 덕에 읽는 내내 누가 누구 인지, 헛갈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출판사 측에서 등장인물 소개 정도만 만들어줬어도, 더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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