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cool1348 > 중세의 인간시장
캐드펠 시리즈 캐드펠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 북하우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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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시리즈를 장미의 이름이나 브라운 신부 시리즈와 비교하는 글을 보면 당황하게 된다. 주인공이 수도사긴 한데, 분위기는 추리보다는 역사로맨스의 냄새가 짙고, 범죄의 해결보다는 죄인을 감싸고 살 길을 열어주는 데 더 마음을 쓰니까. 원점으로 돌아가서 정리해볼까.

캐드펠은 십자군에 종군해서 중동 일대를 누볐고, 십자군과 관련해서 10년 정도 선장으로 해적과 싸웠고, 노년엔 여행 중 모은 허브를 몽땅 싸들고 출가했다. 요약하자면 송장에 대해서라면 산에서 칼 맞았든 물에 빠져 죽었든 독초로 죽었든 모르는 바가 없는 경지이다. 거기다 송장을 앞에 놓고 범인을 추적할 때에 향료의 냄새, 송장에 묻은 실가닥이나 희귀한 식물에 관심을 두는 현대적인 면모까지 겸비했다. 탐정으로선 적격이다.

그런데 이력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캐드펠 수사는 브라운신부나 윌리엄수사와는 다르게 신학이나 철학보다는 몸으로 부딪혀 체감할 수 있는 쪽에 더 관심이 깊다. 죄인이라도 벌하기보다는 뉘우치게 해서 어딘가에서 착하게 살고 가끔 교회에 나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쪽을 선호한다. 이런 점이 다른 탐정과 차별되는 그만의 매력이기도 하고 가끔은 독자를 짜증나게도 한다. 뉘우치기만 한다면 캐드펠이 감싸주지 못할 죄는 없다. 고해를 받을 수 있는 사제는 아니지만 범인이 뉘우치며 자백만 하면 죄를 씻고 살 길을 알려준다. 자신이 젊은 날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여행을 많이 해선지 도량이 무지 넓다.

그런데 캐드펠수사의 젊은 시절 이력 못지 않게 이런 태도를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점은 시리즈의 배경이다. 공간적 배경은 웨일즈와 잉글랜드 경계에 가까운 시루즈베리, 여기서는 다리를 건너 경계선 너머로 도망가면 아주 다른 법과 전통이 지배한다. 또 잉글랜드와는 아주 다른 웨일즈 권력자가 있어서 죄인 잡으러 쫓아들어오는 잉글랜드 관리들을 저지해준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선지 용서받고 도망가서 새 출발에 성공하는 죄인들은 대개 웨일즈 혈통이다. 잉글랜드 출신 죄인들은 밝혀져서 처벌받거나, 사정이 참작되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고 지나간다. 합리적 사고라는 추리소설의 대명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캐드펠의 인간미를 발휘하려면 잉글랜드(현실)보다는 웨일즈(순수한 야만인의 땅) 의 죄인을 쓰는 것이 효과적인지도 모른다.

캐드펠 자신이 웨일즈 혈통으로서 양쪽 제도와 언어를 다 이해하지만 워낙 다채로운 인생을 보낸 탓인지 그를 특별히 웨일즈인답다고도, 잉글랜드화된 웨일즈인이라고도 할 수도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는 세계인이다.

시간적 배경은 아직도 중세의 영향이 짙은 1140년 언저리. 바로 왕세자가 바다에서 갑자기 사고로 죽어 후계자가 불투명해진 뒤에 왕위를 둘러싸고 사촌지간인 두 왕족, 왕의 조카 스티븐과 왕의 외동딸 모드가 영국 전체를 끝없는 전쟁터로 몰고 갔던 시대이다. 켄 폴레트의 사나운 새벽에 이 시리즈보다는 좀 폭력적이고 노골적으로 묘사된 '성당과 시장'이 새로운 사회적 중심으로 떠오르는 변화의 시대다.

바로 여기서 캐드펠처럼 견문이 넓고 나이든 사람이라면 개심한 죄인을 유능한 관리 휴 버링가에게 넘겨 죽이느니 경계선 너머로 빼돌려 세상의 재건에 한몫하게 하고픈 유혹을 받지 않을까. 실제로 여러 번 한 일이지만. 강간이나 학대같은 '비겁한' 범죄가 아니라 오래 괴로와하던 어린 양이 순간의 충동이나 유혹으로 저지른 살인같은 범죄야말로 캐드펠이 베푸는 이런 용서를 받기에 적격이다. 비꼬아 보자면 저지른 죄가 크니 오래도록 회개할 것이요, 종교는 자고로 뉘우친 죄인을 제일 선호하니까.

그래선지 캐드펠이 범인을 색출하는 시대를 앞선 수사기법은 현대수사기법에서 몇 가지 과학발전만 생략한 정도로 가깝게 느껴지지만 죄인의 심리묘사는 종교의 관점에서 보는 욕망과 갈등에 주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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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jkook > 출판해서는 안 되는 책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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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우리 말로 쓰여진 글은 모두 우리 말일까?

 

번역: 한 나라의 말로 표현된 글을 다른 나라의 말로 옮기는 것. 두 언어 사이에는 어휘의 의미, 문법구조, 운율 등이 다르기 때문에 원문을 완벽하게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엠파스 백과사전 중에서>

 

번역해 놓은 글은 우리 말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난 이 말의 의미를 피부로 느낀 적이 있다. 학창 시절 한때 번역하라는 문제만 있는 시험을 여러 번 재시험 봤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채점 했던 교수에게 찾아 갔더니, 내가 낸 답안은 우리 말이 아니어서 점수를 줄 수 없었다고 했다. 번역은 해석과 달리 먼저 우리말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알라딘 이외의 사이트를 포함해서 이 책을 판매하는 리뷰를 모두 읽어 보았는데 모두 찬사 일색이고, 리뷰 한 개만이 글 말미에 ‘번역이 어색하다’ 란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신 분들은 읽으면서 답답하단 느낌이 들지 않던가요? 한번 읽어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느낌을 받진 않고요?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이미 영어로 뭉그러진 우리말에 오염되어 있는 겁니다.

 

현란한 추천의 글들을 보고 산 이 책은, 내가 재미를 느낄만한 많은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읽기 힘들었다. 한번 읽고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어 다시 문장을 읽곤 하다 보니 전체의 흐름을 놓치기도 많이 했다. 다 읽고 나니 화가 났다. 처음엔 왜 화가 나는지도 몰랐다. 역자 후기도 읽어 보고 추천의 글도 읽어 보다 그 이유를 알았다.

 

추천의 글 중

”늘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몇몇의 순간의 나는 존중 받아 마땅하다. 아마도 이 책을 펼친 당신 역시 그렇지 않겠는가.”

 

번역의 문제였다. 영어 수업 시간에 해석을 한다고 많이 듣고 쓰던 말이지만 실제로 저런 문장을 말하거나 써 본 적이 있나? 다시 책장 아무데나 펴고 읽어 보아도 뭔지 모르는 어색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나 심각한 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비교해 보았다. 결론은 이 책은 영어 소설을 잘 ‘해석’ 해 놓은 것이지 결코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것이 아니다.

 

워낙 전체적으로 해석을 해 놓아 아무 문단이나 예를 들 수 있지만, 알라딘의 책 소개 중  ‘책 속에서’라는 난에 있는, 그래도 알라딘의 편집자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 책의 발췌 부분을 예로 들어 보자. 글자 색이 다른 부분을 유의해서 읽기 바란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긴다. 동족 인류에게 애정을 갖기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 내게는 더 쉽다.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그걸 방향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직관이라고 해도 된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 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을 아주 잘 꾸려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라도 붙들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어긋나게 될 수 있는 정도, 내가 알아내기 전에 일이 악화되어버릴 수 있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이제 한 점 의심의 그림자 없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은 원문이다.


 Im not perfect. I think more highly of snow and ice than love. Its easier for me to be interested in mathematics than to have affection for my fellow human beings. But I am anchored to something in life that is constant. You can call it a sense of orientation; you can call it womans intuition; you can call it whatever you like. Im standing on a foundation and have no farther to fall. It could be that I havent managed to organize my life very well. But I always have a grip with at least one finger at a time on Absolute Space.

Thats why theres a limit to how far the world can twist out of joint, and to how badly things can go before I find out. I now know, without a shadow of a doubt, that something is wrong.


 

전체적으로 단어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해석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영문 단어들’을 억지로 끼워 넣다 보니 더 어색해졌다.

 

가뜩이나 무슨 얘기를 하나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심지어 오역한 부분까지 있어 더욱 이해 방해 한다.

 

1)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원문) But I am anchored to something in life that is constant.

 

이 책은 무언가 닻이 아닌 것을 닻처럼 쓰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원문은 무언가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이야기 이다. (~ anchored to ~)

 

2)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 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원문) Im standing on a foundation and have no farther to fall.

이 책에 쓴 문장은 떨어질 곳은 있는데 내가 나아가지 않게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원문은 더 이상 떨어질 곳에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3) 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라도 붙들고 있다.

   (원문) But I always have a grip with at least one finger at a time on Absolute Space.

절대 공간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붙잡고 있다고 해서 무슨 문학적 은유인가 했는데, 원문에서 보니 대문자로 되어 있는 것을 간과한 거다. 영어에서는 이유없이 문장 중에 단어 첫 글자들을 대문자로 쓰지 않는다. 여기서는 스밀라가 수학, 물리학 같은 자연과학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확고한 생각의 기준을 고전 물리학에서 뉴튼이 주장한 절대 불변의 공간이라고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조사나 문장 순서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한 점 의심의 그림자 없이 같이 전혀 우리말 표현이 아닌 것도 여과 없이 그대로 쓰여 있다.

 

그냥 한 문단의 예가 이런데, 책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국적 불명의 문장으로 채워져 있는지…

 

따라서 이 책은 이런 번역 상태로는 출판 해서는 안 되는 책이다. 더 이상 번역 아닌 번역으로 우리 말을 오염 시키지 마라. 그리고 인터넷 책방들도 이런 국적 없는 문장들을 자연스럽게 우리 말이라고 인식시키는 ‘편집자 추천’, ‘강력 추천’ 같은 것을 중지해야 한다.

 

 

옮긴 이야 자신의 우리말 표현 능력이 부족하여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이 책에 대한 추천의 글을 쓴 소설가는 도대체 무엇을 읽고 그런 현란한 추천의 글을 쓴 것일까? 또 dog’s ear는 책장의 한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는다는 의미일 때는 도그지어로 발음할까 독스이어로 발음하지 않고?

 

어떤 말로 변명한다 해도 마음산책 출판사의 편집인들은 이런 책을 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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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미완성 > 모스가 돌아왔네
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곧 이 사실에 놀라게 될테고,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 사실에 깊은 공감을 가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숲을 지나가는 길, 무지하게 두껍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그에 비하면 껌이다.
마치, 마치, '추리소설이 호구냐?'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무지하게 찔렸다. 사실 옥스퍼드 운하..를 읽은 나로선 그에 비슷한 질, 양, 유머를 예상하는 게 당연했기에 할랑할랑한 옥스퍼드..와 비슷한 정도의 두께를 기대했는데 우엇, 이 책을 한손에 들면 손아귀가 쪼끔 아플 정도. 싸이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노래까지 만들어 놓았다. 완전히 새됐어- 그러고 보니, 책 속에서 '새'들이 꽤 심심찮게 나온다. 뭐 미리 말해두지만 괜히 힌트 될까봐 새 이름 하나하나 외워두는 뻘짓은 하지 않길 바란다. 새 이름 외우다 주인공 이름이 헛갈릴 수 있으니까. 물론 이 경우도 완전히 새되는 거지만.

 책 소개에도 나와있지만, 모스는 갑자기 휴가를 가기로 한다. 그가 경찰서를 비운 동안, 갑자기 영국 전역은 '더 선'지에 누군가가 기고한 '스웨덴 처녀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시 때문에 시끄러워지는데..

 옮긴이도 살짝 이야기한 거지만 내가 보기에도, 모스 경감의 추리 소설이 가진 매력은 플롯이나 사건 해결이 아니라 유머, 그 한 줄 너머 또 한 줄 숨어 있는 '유머'인 것 같다. 세상에, 살인 사건 조사하면서 발견된 시체에 속옷이 없음을 섭섭해하고 어떻게 현장이나 경찰서보다 술집 얘기가 더 많이 나오며 거기다 연속으로 헛다리 짚고 독자인 나처럼 완전히 새 되는 해결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거기다 50여 개의 장마다 꼭지를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의 인용문은 각 장의 이야기와 놀라울 정도로 잘 맞물려지는 데다 나름 놓칠 수 없는 재치와 위트가 숨어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제대로 맘 놓고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전작은 아니었지만 먼저 출간된 옥스퍼드 운하..에서 외전격으로 살짝 보여줬던 미녀와 술에 대한 사랑은 이젠 숭배의 정도로까지 발전해서, 에로티시즘에 본격적으로 심취해드는 모스의 모습은 무지하게 솔직발랄한 매력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그가 책장 속에서 맥주 한 잔을 들고 몸을 일으킨다고 해도 하나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살아있는 인물로 느껴진다. 어휴, 이러니 책 앞에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탐정이 어쩌고 홈즈는 저리 가라 저쩌고 할 수 있는 거겠지...아주 요상하게 매력을 풍기는 책이다 정말.

 끝으로 고백 하나 하자면, 사실 난 아직도 데일리가 누구고 마이클스가 누구며 에또...그러니까 아예 다른 인물들 이름까지 구분할 수가 없는 지경에 빠져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인물들이 마구마구 늘어나더니 종국에는 '에이 뭐 그놈이 그놈이겠지 뭐 나중에 작가가 정리해주겠지!'하고 배째라 식으로, (이것이 바로 모스와 혼연일체를 이루는 것일까?!) 버텼는데 다행스럽게도 막판에 작가가 조목조목 정리해주는 덕에 겨우겨우 무슨 사건이 어찌 일어난 것인지 알게 된 것이다..그만큼 분량이 길고 인물도 많고 특히나 자발적으로 샛길에 빠져주시는 주인공 덕에 루이스처럼 이 독자마저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호호호. 그러니 나중에 읽게 될 분들은 부디 나처럼 사건들을 놓치지 말고 등장인물들 이름 외우기에 집중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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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어룸 > The way through the woods
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절판


나는 모든 것을 듣는 것보다 살짝 암시만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세세한 것까지 다 들으면 정신은 만족할지 몰라도 상상력의 나래는 펼쳐 볼 마음을 잃고 만다.
ㅡ토마스 올드리치(1836-1907;미국의 시인, 작가, <공책에서 가져온 페이지들>)-108쪽

사람이나 사물의 배경은 그들의 본질을 드러낸다. 만일 내가 배경을 모른다면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ㅡ후안 히메네스(1881-1958;에스파냐 시인, <선집>)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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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윈디어 > 정녕 신인 작가의 글인가...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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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일본 소설로서 에도가와 란포상이란 권위있는 상을 받고 등단한 작품이다. 분야는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에 속한다 할 수 있으며, 일본 내 베스트 셀러이기도 하다.
처음 책을 볼 때의 느낌은 그저 생각없이 적당히 범인을 찍어내고 사건의 흐름을 즐기는데 그칠 미스터리물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이 이야기는 추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마지막 결말을 향해 달린다. 직업이나 경력이 특별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특출날 것도 없는 두 평범한 중년과 청년이 주인공이다. 이 둘을 통해 우리는 거부감 없이 주인공에 몰입되기도 하는 등 뛰어난 현실성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일단은 놀랍다. 처음부터 끝꺄지 흠잡을데 없는(이 것은 이미 일본 심사위원들이 검증한 내용) 전개와 복선, 반전 등등.... 이렇듯 몰입성 높고 숨가쁜 전개 속에 또 다시 놀라운 점들이 있다. 여기에 현실에서의 문제점들을 고발하며 독자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화두들을 던지는 것이다.
평범한 방법이지만 치밀한 추리....
마지막까지 여러 복선을 깔고, 여러 사건들을 연계해 터뜨리는 내용.
글 잘 쓴다라는 느낌, 혹은 작가의 센스(제가 추리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해서요 등과 같은)를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이거나 함축적인 대화와 문체.
이러한 멋들어진 이야기 속에 검증된 수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씌여진 사형제도와 죄수 대우 등에 대한 문제점 제시.
사람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하는 작가가 독자에게 거는 대화...
정말이지 누가 봐도 <이게 신인 작가가 쓴 글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걸작이다.
이 밖에도 꾸준히 자신들의 길을 걸으며 좋은 책을 내고 좋은 책을 내려고 노력하는 황금가지라는 출판사의 이름이 주는 신뢰감과 일본 소설이라(아무래도 영어보다는..)서 그런지 번역도 훌륭하게 되서 읽는데 불편함이 없고 깔끔한 디자인(밀리언셀러 클럽이라는 특별 시리즈 중에 하나.)과 읽기 편한 크기가 맛을 더해주는 듯 하다.
근래의 책들 중 단 한권을 사라 하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다 읽고 나서도...  <저는 살 수 있는 겁니까?>, <너나 나나 종신형이다.> 란 막판의 대사가 머릿 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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