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장지락은 그곳을 떠나 하얼빈 역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격살한 자리에 서 있었다. 러시아군 의장대원들 틈으로 의연히 걸어 들어가, 막 기차에서 내리는 조국 침략의 원흉을 향해 권총을 발사하는 안중근. 그는 그 순간의 광경을 상상하다가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유치장에서 숭실학교 고급 학년 선배들이 속삭인 말들이 고스란히 되살아왔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서간도에 있다는 신흥무관학교로 가자. 가서 일본과 싸울 방책을 배우자. 일단 그렇게 마음을 굳히자 그것은 오랫동안 염원해온 것처럼 강렬해졌다. 그는 그 학교가 서간도 통화현 합니하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는 150원쯤 남은 일본 돈을 중국 돈으로 바꾸었다.

(130)

지락은 씹고 있던 비둘기 고기를 얼른 삼켰다.

권력이나 권위는 인간 사회에 필요 없는 거다, 그런 게 없어도 인간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상이지요. 다시 말하면 국가라는 이름을 걸고 자행하는 모든 전쟁, 모든 억압을 규탄하는 거지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개인이 자아를 확립해야 하며,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금욕과 자기 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통치자는 민중을 법과 규율로 구속하고 그 질서 안에 가둬야 한다고 확신하지요. 그것에 반대해 아나키스트는 국가가 없고 법률이나 규율이 없어도 인간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이 된다고 여기지요.”

(287)

그렇습니다. 희생의 철학은 제쳐놓고 톨스토이의 공산주의에 대해 말해보지요. <공산당선언>은 공산주의가 인간 영혼의 가장 고귀한 감정의 항거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장 천한 인간들이 갖게 마련인 가진 자들에 대한 질투의 산물이 아니라 정의의 산물, 가난한 자에 대한 동정의 산물이라고 했지요. 혁명의 목적에는 독재가 필요하지만 공산주의 출발 자체가 인도주의에 있다는 것이지요.”

(360)

그대가 아픈 상처를 안고 산다는 건 장소 동지한테서 들어서 알고 있어. 내가 그대 마음을 받아줄 수 없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혁명을 위하여, 내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야. 그대와 나는 오로지 당이 준 과업이나 혁명을 위해 만날 수 있어.”

(404-405)

체포된 지 20일째 되던 12 5, 그는 공안국이 요구하는 자술서를 썼다.

지금 우리 조선은 일본의 극단적인 억압을 받고 있다. 조선 민족이 살길은 오직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민족의 완전 독립을 이룩하는 것뿐이다. 현재 조선 혁명운동에는 민족주의적 독립운동과 사회주의적 노동 해방운동 두 경향이 존재한다. 그런데 1928년 이후로 상술한 두 가지 경향이 서로 합작을 하지 않고 있으니 실로 커다란 혁명의 손실이다. 나는 바로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조선 민족을 해방시키려 하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는 또 조선의 귀족들과 결탁하여 공동으로 조선 민족을 압박하고 있다. 나는 사회주의운동과 독립운동이 연합하여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할 것을 건의한다. 나는 사회주의를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의 여러 이론에 대하여 공감을 느끼기조차 하며, 또한 민족 독립운동은 나의 일상생활로 되어 있다. 나는 공산당에 대하여 우선적인 공감을 느끼고 있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공산주의 단체에도 가담하지는 않았다.’

(414)

호송경관이 말했다.

나는 사나이가 자기 조국을 위해 일신을 던진다는 사실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당신을 보통의 죄수처럼 다룰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조선인이라면 당신처럼 투쟁할 자신이 없으니까요. 나는 대사관에서 담당 주임에게 들었습니다. 당신은 의학 공부를 했으며, 시와 소설을 썼다고. 당신이 지은 시를 주면 영광으로 알고 받겠습니다. 그리고 중국 감옥에서 겪은 일도 이야기해주십시오.”

(447)

그 뒤 만주에 중앙당 밀사로 파견되어 중국공산당과 조선인 공산당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탁월한 공적을 세웠소. 만주에서 온 동지들은 말해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파르티잔 투쟁이 장지락의 공작 덕분이라고. 우리 조국의 역사가 어찌 될지 모르지만 그의 공로는 아마 굵은 글자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뛰어난 선동가이자 비밀조직의 명수이지만 명문대학을 다닌 공산주의 이론가이기도 해요. 정말 그는 그렇소. 많은 책을 읽은데다 일본에 한 해 동안 머물렀다는데 일본어도 능통해 사상서를 번역하기도 했소. 아무튼 그는 두 번이나 내 진정성을 의심하며 입당을 거부했소.

- 한위건의 말 중에서

(500)

우리는 더는 물속에 녹아 있는 소금처럼 우리를 잃어버릴 처지가 못 된다. 우리는 쫓겨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다른 세력에 가담하는 하나의 세력으로서 중국에 가세해야만 한다. 일본 제국주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장래의 행동을 위하여 조선인의 운동을 건설하고 준비하는 방향으로 재빨리 우리의 정력을 기울여야 한다.’

(554)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산, 그 산을 닮은 초가집의 지붕, 맑은 물에 씻은 듯 싱싱한 나무들, 반짝이는 조약돌이 깔린 냇가에서 흰 옷을 빨아 너는 여인들, 남자들의 여유와 여인들의 수줍음, 그런 게 좋았습니다. 조선은 그렇게 순수하고 자연스러운데 일본은 인공의 흔적이 많았지요. 조선이 조용한 나라라면 일본은 소리의 나라이지요. 토막토막 끊어지는 일본어, 게다짝 소리, 과장된 겸손으로 몇 번이나 허리를 굽히는 인사법, 모든 게 인공적이지요.”

- 헬렌의 말 중에서..

(555-556)

, 장명 씨. 당신은 이미 작가이군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입니까?”

톨스토이입니다.”

왜 그렇지요?”

그가 가진 깊은 사상 밑바닥에 휴머니즘에 깔려 있기 때문이지요. 내가 처음 읽은 건 <부활>이었지요. 지금도 가끔 들여다보는데 그 소설에는 작가의 양심과 깊은 인간애, 삶의 진실성, 주제를 향한 주저하지 않는 정직성, 사악한 것에 대한 폭로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 그런 게 잘 담겨 있지요.”

레닌도 톨스토이를 극찬했지요. 그 내용을 알고 싶은데 말해줄 수 있나요?”

헬렌의 말에 지락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기억을 더듬었다. 문득 이 미국 여성작가가 자신의 지성을 시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기억납니다. ‘예술가로서의 톨스토이는, 러시아에서는 소수의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 보잘것없는 민초들에게 유명하다. 그 위대한 작품을 실제로 모든 사람들의 공유자산으로 만들려면 몇 백만, 몇 천만의 사람들을 어둠과 억눌림과 징역살이와 빈곤으로 몰아넣었던 것과 같은 사회제도에 맞서 싸우고 싸워야 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레닌은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저작물을 대량으로 간행하는 데 앞장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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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거두절미하고 바로 HQ 해리쿼버트 2권 이야기를 해줄게. 마커스는 해리 쿼버트와 놀라 켈리건의 진실을 캐면 캘수록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점점 강도 높은 협박을 받았단다. 하지만 그는 이에 연연하지 않고, 진실을 캐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책 출간 준비도 착착 진행했어. 출판사의 독촉으로 앞부분 50페이지를 보내주었는데, 출판사도 대만족하며 거액 계약을 하자고 했지. 그런데, 일이 생겼어. 50쪽짜리 원고가 유출되어 각 신문사로 퍼졌고, 다음날 동시에 대서특필되었어. 그 원고는 초안으로 실명이 그대로 실려 있어서, 파장이 대단했단다.

...

마커스는 오로라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았어. 그들의 이름이 그대로 신문들에 실렸으니까.. 좋은 이미지도 아니고 말이야. 해리마저도 마커스와 관계를 끊겠다고 했어.

...

그나마 위안은 그 와중에 경사 게할로우드가 찾아와서 수사를 돕겠다고 했어. 같이 용의자들을 정리해 보았단다.

엘리야 스턴. 놀라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의심되는 부자.

루커 케일럽. 스턴의 운전기사로 놀라를 태우고 스턴에게 데려다 줌.

놀라의 엄마, 아빠인 데이비드 켈러건과 루이자 겔러건. 아동 학대 의심됨.

그리고 해리 쿼버트, 개리스 프랫 등등..

용의자들의 과거를 추적해 보았아. 먼저 루터 케일럽의 동생을 찾아가 보았어. 루터는 사실 엄청난 미남이었다고 했어. 그림도 잘 그리는 화가지망생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해 얼굴이 온갖 흉터로 흉측한 모습을 갖게 된 거야. 루터는 좌절을 하고 집에서 거의 은둔 생활을 하면서 지냈는데 우연히 엘리야 스턴과 알게 되고, 스턴이 동정심으로 운전기사로 고용했다고 했어.

....

, 이번에는 스턴을 찾아갔어. 스턴은 놀라운 이야기를 했어. 자신이 동성애자로고 했어. 놀라를 알게 된 것은 놀라가 직접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했어. 놀라가 자신을 찾아와, 해리가 집세가 없으니 도와달라고 했다는 거야. 1975년 당시 해리가 머물고 있는 집은 스턴의 소유였거든. 무엇이든 할 테니, 해리가 그 집에 머물게 해달라는 거야. 루터도 같이 있었는데, 루터가 스턴에게 요청을 해서 놀라에게 그림 모델이 되어 달라고 했어. 그렇게 놀라가 루터의 그림 모델이 된 것이고, 스턴의 집에서 놀라의 누드 그림이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어. 그런데, 혹시 루터가 놀라에게 엄한 짓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루터가 그림 작업을 할 때는 스턴이 항상 같이 있었다고 했어.

루터가 놀라를 사랑하게 되었어. 짝사랑이지. 스턴에게 이 이야기를 했어. 스턴은 놀라는 아직 어린아이라면서 안 된다고 이야기했고 그러다가 말싸움으로까지 번졌고, 루터는 집을 나가버렸단다. 그게 사고가 나기 하루 전인 1975 8 29일이었어. 그 이후 소식이 끊겼다가 9월말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어. 놀라온 소식은 당시 루터가 몰던 차는 평상시 몰던 차가 아닌 스턴의 회사 소유의 차였던 몬테카를로라는 차종인데, 이 차종이 왜 놀라온 소식이냐면, 당시 놀라를 죽인 용의자가 몰던 차종과 같았던 거야. 그런데 스턴이 이야기한 것들은 모두 사실인가.... 모를 일이지... 다 죽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니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야.

...

이번에는 해리를 찾아갔어. 관계를 끊었다고 하지만, 마커스는 용서를 빌었어. 해리 쿼버트는 마음을 열었어. 당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은 게리스 프랫이라고 했어. 놀라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그 사람 말이야. 프랫이 수사를 총지휘했지만, 약점이 있으니, 제대로 할 수가 없었지. 남들에게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수사를 하지 않았어.

놀라가 사라진 후 해리는 심한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을 겪고 병원까지 다녔어. 해리는 <악의 기원>을 쓰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1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악의 기원>은 대성공을 거두었단다. 그 이후 성공한 작가로 살았고, 나중에는 대학 교수까지 되고, 그래서 마커스와도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게 된 거야.

....

아빠가 중요한 인물들에만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주변 인물들도 놀라와 해리와 많이 엮여 있었단다.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여 있는 것 같았어. 놀라가 프랫과 관계를 맺은 것도 놀라가 헤픈 애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어. 해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이란다. 사랑의 힘이라고 할까.

....

1.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꾸나. 용의선상에 있던 프랫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단다. 충격적인 일이구나. 프랫이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었나? 그래서 죽였나?

...

그리고 놀라와 함께 발견된 원고의 필적의 주인이 밝혀졌어. 바로 루터 케일럽의 것이었어. 이러면서 놀라를 죽인 범인은 루터 케일럽이 확실하다고들 했어. 루터가 탄 차도 바로 몬테카를로였잖아. 여러 정황상 루터가 범인인 것이 확실했지.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어. 아니,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어.

...

마커스는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홍보를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기도 했어.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충격적인 제보가 날아왔어. 놀라의 엄마는 1975년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이야. 그보다 몇 년 전에 죽었다는 거야. 마커스가 취재한 바로는 1975년에 놀라는 엄마로부터 심한 가정폭력을 받고 있었다고 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책에도 그렇게 적었고 말이야. 이제 마커스의 책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어. 도대체 놀라의 엄마는 어떻게 된 것이지?

....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겠구나. 놀라네 식구들이 오로라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앨라배마로 가서 더 오래된 과거의 행적을 조사했어.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었단다. 놀라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어서 현실 인식을 못하는 아이였어. 놀라가 불을 질렀는데, 그 집에 놀라의 엄마가 자고 있어서 죽고 말았다는 거야. 놀라의 아빠는 그 방화 사건을 단순한 화재사고로 하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거야.

1975년 당시 해리도 놀라가 엄마한테 구타당하고 있는 줄만 알았어. 그래서 따지려고 놀라의 집에 찾아갔다가 놀라의 아버지에게 사실을 듣게 된 거야. 놀라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엄마를 흉내 내며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고 때린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남들한테는 엄마한테 맞았다고 이야기하고혼자 소리지르면서 그 일을 하고 있을 때마다 놀라의 아빠는 딸의 그럼 모습을 숨기려고 차고에서 음악소리를 크게 틀었다는 거야.

.....

2.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또 드러나는 새로운 사실들... 스턴이 루터 테일럽을 운전기사로 고용한 것은 단순한 동정심 때문만은 아라는 사실. 그럼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범인이라고 밝혀졌던 루터 케일럽이 실제로는 범인이 아니고 희생자들이었다는 사실... 그럼 범인은 누구일까? 그러니까 범인(아니 사실은 범인들)에게 죽은 이들은 두 명이 아니라 루터까지 세 명이었다는 사실. 그럼 범인은 왜 죽였을까? 그리고 해리 쿼버트를 유명하게 만든 걸작 <악의 기원>은 사실 해리가 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럼 그 소설을 쓴 사람은 누구일까?

도대체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도대체 프랫은 누가 죽였단 말인가. 끝없는 반전들.... (물론 이런 반전들을 살짝 예상이 되었지만...) 결론까지 이야기할까 하다가,, 정리해서 이야기하기에 너무 얽혀 있고 해서... 대충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하련다.

약간 아쉬운 점은 사건 발생 30년이 지나고 나서 마커스가 조사한 것들을, 30년 전 사건 발생 당시에도 누군가가 조사를 했다면 충분히 밝힐 수 있었던 내용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 그렇다면 이런 소설을 쓸 수가 없었겠지. 전에 읽었던 지은이의 <볼티모어의 서>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은데... 오래된 사건을 파헤치는 것으로 스토리 라인을 잡는 것이 지은이 조엘 디케르의 스타일인가 싶더구나. 얼마 전에 조엘 디케르의 신작이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는데, 그 소설도 이런 스타일인지, 나중에 읽어봐야겠구나.

.

PS:

책의 첫 문장 : 이보게, 마커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성과 열정 사이에서 끝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곳이네.

책의 끝 문장 : 해리 덕분에 책은 얻었으니 이제 사랑을 찾아 떠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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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시집올 때야 이런 날이 올 줄을 어찌 내다보았으랴. 솔직한 말로 주룡은 나라가 무엇이고 독립은 또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나를 지켜주지도 돌보아주지도 못한 나라가 독립은 해서 무슨 소용인가. 나라의 이름 같은 것은 내 알 바가 아니다, 내 가족이 굶지 않고 춥지 않게만 살면 됐지. 주룡의 생각은 그랬다. 떳떳한 것은 없지만 부끄럽지도 않은 마음이었다. 독립군 바람이 든 어린 서방에게 기어이 가려거든 저를 데려가라 우긴 것도 서방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었다.

(201~202)

자료지를 보고 문득 궁금해진 것을 물어본 것이니 마음 쓰지들 마시라요. 실례했습네다. 한데 생각한 것보담두 대답들이 시원찮습네다. 비록 짧은 생각이지마는 내래 여러분의 배우자들은 여러분과 같은 사상을 가졌으리라구 생각하지 않습네다. 해가 저문 시방 이 시각에 여러분은 이 자리에 있구 그네들은 가정을 지키구 있는 탓입네다. 내처 한마디 덧붙이자면 여러분은 그네들의 사상이 어떤지 궁금해본 적두 없을 거입네다. 내심 아녀자의 무학무식이 당연하구, 여러분이 공산자인가 공산주의자인가 하는 거이니 부인도 도매금으루 공산 부인인 거이 당연하다 여기시디요. 이 말이 옳지 않다면 시비 가려주시라요. 틀렸다 하신들 여러분이 부인에겐 이런 배움의 기회를 주지 않고 혼차서 예 와 있는 것은 변하지 않습네다. 부인들께선 아일 적부터 배운 법도대루 남편에게 순종하여 집을 지키고 있는 거이 아닙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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