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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는 마지막 남은 설치류의 작은 흉곽을 집어 들었다. 그는 아직도
배고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다음 날은 무리하지 않고 조금 일찍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두 군데에 함정을 파놓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몸이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자 그는 짜증이 났다. 통행이 잦은 그랜드 강 주변에서 아리카라 족과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끝장이었다. ‘그러지 마. 벌써부터 나중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오늘의 목표는 내일 아침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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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가 걸음을 멈추고 프랑스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카이오와가 말했다. “당신이 피츠제럴드에게 계획했던 복수를 못했다는
건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게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지진 않습니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나부끼는 깃발 소리뿐이었다.
“이건 당신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카이오와.”
“당연히 아니겠죠. 누가
간단하다고 했습니까? 하지만 그거 알아요? 세상 모든 일엔
미진한 부분이 남기 마련입니다. 그냥 주어진 패에 만족하고 흘려버려야죠.”
카이오와가 또다시 제안했다. “나랑 같이 브라조 진지로 갑시다. 나중에 내 파트너가 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