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때문이란다. 아빠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영화를 많이 못보고 있단다. 이런 저런 이유로그래도 어떤 영화들이 나오나 관심은 가지고 있어. 일 년 전쯤인가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우연히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끌렸어. 특히 이 영화의 포스터에 끌렸어. 아름다운 두 여인을 포스터로 써서 그랬나?^^ 영화 소개를 읽다 보니, 원작 소설이 있는 걸 알게 되었어. 아빠가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하는 그 포스터를 책의 표지로 썼단다. 의도적인 디자인이겠지. 그런데 아빠는 그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어. 그런 디자인에 혹해서 책을 사면 안 된다고 다짐을 몇 번이나 했어. 그러다가 몇 달 전인가, 출장 다녀오는 길에, 출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내려고 들렀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단다. 그리곤 집에 와서 가방을 열었는데, 이 책이 들어 있었어. 결국 아빠는 책표지의 유혹에 지고 만 것이란다. 어쩔 수 없지. 책표지 디자인 한 사람, 의문의 일 승. 인정!

손에 딱 잡히는 사이즈. 디자인 점수는 최고. 새삼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지은이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엄청 유명한 사람이래. 여성 작가인데, 사진에서 터프함이 묻어나 있었어. 그런 이미지와 맞게 퍼트리샤는 20세기 최고의 범죄 소설 작가로 유명하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예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 중에 <리플리>라는 영화가 있어. 그 원작 소설이 바로 퍼트리샤의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그것을 알게 되니, 더욱 관심을 갖게 되더구나.

그런데, 이번에 읽은 <캐롤>이라는 소설은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어. 아빠는 그래도 그가 범죄 소설 작가라고 해서 이 소설도 마지막에 어떤 반전이 숨어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건 아니었단다. 그리고 이 소설을 처음 썼을 때, 퍼트리샤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필명을 썼대. 퍼트리샤가 쓴 유일한 로맨스 소설. 그런데 남자와 여자 사이의 로맨스가 아니고, 여자와 여자 사이의 로맨스였단다.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1952년이었어. 퍼트리샤가 필명을 쓴 이유는 당시 시대상 때문일 수도 있겠다. 1950년대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거든.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이 소설이 퍼트리샤의 자전적 소설이래. 그 또한 동성애자였던 거지. 1990년에 와서야 이 소설의 지은이가 본인이라고 밝혔대. 범죄 소설만 쓰던 소설가가 동성 사이의 섬세한 로맨틱 소설을 필명을 써서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였고, 40년이 지나고 나서야 소설의 지은이가 본인이라고 밝혔다. 퍼트리샤의 삶 자체가 소설인 것 같구나.

 

1. .

줄거리는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그리 복잡한 스토리도 아니야. 테레즈라고 하는 스무 살 아가씨가 있었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여덟 살 때 수녀회에서 하는 학교에 맡겨졌고, 엄마는 열네 살 이후 만난 적이 없대. 테레즈는 미술을 전공해서, 무대 디자인을 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백화점 직원으로 장난감 코너에서 일하고 있었어. 남자친구 리처드가 있지만, 진짜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고, 리처드가 잘 해주시니까 만나는 그런 사이였어.

그런데 어느날 손님으로 온 어떤 한 귀부인을 보고 첫눈에 강렬한 느낌을 받았어. 그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지. 그 귀부인에게 눈을 뗄 수 조차 없었어. 그 귀부인의 이름은 캐롤. 캐롤은 딸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에 들렀던 거야. 그리고 테제즈의 도움을 받아서 장난감 선물을 샀단다. 이후 테레즈는 캐롤에게 고마움의 카드를 보냈어. 캐롤은 뜻밖에 카드를 받고, 고마움의 카드를 받고 연락을 했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친해지게 되었어. 캐롤은 당시 힘든 시절이었어. 남편 하지와 이혼 소송 중이었거든. 잘못하면 딸에 대한 양육권까지 잃어버릴 지 몰랐어. 그때 캐롤이 위로가 되었던 것 것일까. 테레즈와 자주 만났어. 테레즈는 캐롤과 자주 만나면서, 캐롤에 대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갔단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야. 리처드에게 느낄 수 없었던 감정. 캐롤에게 빠져들면서, 리처드와 점점 멀어졌어. 이제 테레즈에게 캐롤이 일순위였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무대 디자인의 일을 하게 되었을 때도 캐롤 때문이라면 뒷전으로 밀려도 상관없었지. 이런 테레즈의 감정을 알아차린 이가 있으니, 그것은 캐롤의 오랜 친구인 애비라는 사람이야.

  

2.

캐롤과 테레즈는 같이 여행을 떠났어. 특별한 계획 없이 서쪽으로 향하기로 했지. 둘 만의 시간.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테레즈는 캐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잘 몰랐어.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나지 않고 조심했어. 어쩌면 캐롤도 같은 마음이었을지 몰라. 그들은 어느 순간 서로 마음을 읽었을까. 사랑을 나누었단다. 그들만의 비밀이 생긴 거지.

그런데 캐롤의 전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어. 그리곤 캐롤의 얼굴색이 안좋아 보였어. 알고 보니 남편의 변호사가 사람을 고용해서 캐롤을 미행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들이 묵던 방에 도청 장치도 했었고 말이야. 그래서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 나누었던 대화가 모두 녹음이 되어 있었던 것이지. 그것이 캐롤이 딸에 대한 양육권에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었어. 캐롤은 그로 인해 먼저 집으로 향했어. 곧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소식이 늦어져서 테레즈도 다시 돌아왔어. 그리고 다시 예전의 사이가 될 수 없을 줄 알았어. 캐롤의 재판은 불리하게 끝이 났단다. 테레즈도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테레즈가 아니야. 캐롤이 테레즈의 삶에, 테레즈의 영혼에 가득 차 있었어. 하지만 한동안 만나지 못했어. 그리고 그들은 재회했고, 미래를 약속하는 미소를 보이며 소설은 끝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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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집, 천 개의 외국 땅에서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같이 갈 것이다.

테레즈가 한참을 서 있다가 캐롤을 향해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캐롤이 테레즈를 알아보았다.

캐롤은 놀랍다는 듯이 잠시 테레즈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테레즈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점점 크게 미소를 지었다.

순간 캐롤이 손을 번쩍 들어니 힘차게 흔들었다.

테레즈는 저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테레즈는 캐롤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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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줄거리만 간단하게 이야기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고 긴장감있게 잘 표현한 소설이었단다. 책을 덮고, 지은이 지은이 퍼트리샤를 유명하게 만든, 그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영화 <캐롤>도 한번 보고 싶더구나. 시간이 언제 날 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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