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 - 하 - 양장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박형규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이제 닥터 지바고 ()권을 이야기해줄게. 겨울산 눈 덮인 산장에 앉아서 이 책을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빠는 강력한 스트레스 속에서 이 책을 읽다 보니, 집중하지 못할 때도 많았어. 이 책을 읽을 때 회사 일도 바빠서 더욱 그랬고그러니, 아빠가 이야기하는 것이 혹시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 이해해줘.

()권 마지막 부분에서 유리는 가족들과 함께 우랄 지역에 있는 바리끼노에 도착한 것까지 이야기했었지. 바리끼노는 별장과 같은 곳으로 주변에는 아무도 없이 외로운 곳이었어. 그리고 국가의 손길도 닿지 않는 그런 곳이었지. 유리와 또냐는 그곳에서 직접 농사도 짓고 그랬어. 그리고 가끔 글도 썼어. 그렇다 보니 유리도 지루했겠지. 삶의 무료함과 여유로움, 하지만 그리 행복하지 않은 삶. 당시 유리의 심정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 시절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시절은 쉽게 가지 않을 것 같았어. 자리에서 쫓겨난 황제가 총살당했다는 소식도 전해왔어. 또냐의 아버지도 농사일을 거들면서 무료함 마저 같이 했단다. 그곳에서 유리와 또냐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어. 하지만 무료함과 단조로움은 여전했지. 유리는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유랴찐에 있는 도서관에 가 보기로 했어. 그리고 그곳에서책을 읽고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어. 그래 바로 라라였어. 무척 반가웠지만, 그는 아는 척을 할 수 없었어. 라라가 도서관을 나가고 나서, 유리는 도서관의 책을 보다가 대출목록에서 유리의 집주소를 알게 되었어. 그는 망설이다가 유리의 집을 찾아갔어. 물을 긷고 있는 라라를 만나게 되었지. 반가움. 마음 속 깊이 품어두었던 라라의 대한 사랑의 감정이 폭발하는 듯했어. 도서관에서 사실 라라도 유리를 봤다고 했어.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났어. 라라는 유리에게 열쇠를 보관하는 장소까지 알려주었단다.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그것이 라라만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어. 라라는 사랑스러운 딸과 단 둘이 살고 있었어. 라라는 남편이 전쟁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어. 유리는 그를 만났었다고 이야기해주었어. 그런데 유리와 라라 사이는 그런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 오랜 시절 헤어져 지낸 그들에게 그 어떤 걸림돌도 없었어. 오직 사랑만이 있을 뿐.

그 이후 유리는 자주 유랴찐의 라라 집에 들렀어. 하지만, 유리는 또냐를 버릴 수 없었으며, 라라 또한 남편 뺘샤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어. 그들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윤리라는 울타리도 함께 자랐지. 그런데 어느날 라라의 집으로 향하던 유리 지바고는 빨치산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었단다. 그때는 그것이 오랜 이별이 될 줄 몰랐을 거야.

 

1.

혁명이 일어나긴 했지만, 당시 러시아는 내전이 이어지고 있었어. 볼세비키 혁명군들은 붉은 색을 상징을 했기 때문에 적군이라고 불렀고, 반군은 흰 색을 상징해서 백군으로 불렀어. 그 밖에 여러 단체들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당시 독일군과 전투를 벌였던 연합군은 볼세비키 정권을 무너뜨리고자 했어. 그래서 백군을 지원하게 되었지. 그렇게 외세의 지원을 받은 백군과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적군의 내전이 한창 펼쳐지던 시기였어. 그리고 정규군 이외에 빨치산 부대들도 많았는데, 그 빨치산 부대 중 하나가 유리를 납치한 거야. 왜냐하면 그 빨치산 부대에 있던 의사가 최근에 죽었기 때문이야. 의사였던 유리가 타겟이 되었던 것이지. 유리는 비록 납치되었지만, 지식인이고 의사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우를 받았단다. 빨치산 부대의 대장과 자주 이야기도 나눴어. 당시 시국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했단다. 그렇다고 유리가 빨치산 생활에 적응을 한 것은 아니야. 그의 마음은 언제까지나 가족에게 가 있었고, 누구보다 라라에게 가 있었단다. 그리고 몇 번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다시 붙잡혀 오곤 했었단다. 그리고 어느 추운 겨울날그가 빨치산에 잡혀온 지도 두어 해가 지났어. 또냐를 비롯한 가족들, 그리고 마음 속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라라. 그리운 이들그는 다시 한번 결심을 했어. 다시 한번 탈출을 시도했고, 이번에는 성공을 했어.

몹시 추운 산속,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곳을 몇 날 며칠을 걸어서 결국 유랴찐에 도착을 했어. 그리고 그는 라라의 집으로 갔어. 라라의 집 열쇠.. 옛날에 알려준 그 자리에 혹시나 있나 싶어 살펴보았지. 그랬더니 그곳에 열쇠뿐만 아니라, 편지도 놓여 있었단다. 시내에서 유리를 봤다는 소문이 돌아서, 바리끼노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갔다는 내용이야. 그래서 혹시 길이 어긋날 지 모르니까 집에 머무르고 있으라고 했어. 라라의 집에 있는 거울을 본 유리. 더부룩한 수염과 머리칼, 폐인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 그는 이런 모습을 하고 유리를 만나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근처 이발소에서 머리도 잘랐어. 그리고 다시 라라의 집으로 오고 잠이 들었지. 얼마만의 단잠인지 몰랐어. 얼마를 잤을까. 눈을 떴을 때 그곳에는 라라가 있었단다. 늘 그리워하던 그 얼굴.. 라라는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또냐의 소식도 전해주었어. 또냐와 유리의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 라라가 가서 도와주기도 했대. 그리고 또냐는 아버지와 아이들과 함께 모스크바로 떠났다고 했어.

 

2.

유리와 라라는 얼마만의 행복을 느꼈는지 몰랐어. 그들은 라라의 집에서 사랑만을 생각하면서 지냈어. 그러던 어느날 불청객이 찾아왔단다. 꼬마로프스키. 이 사람 기억나지? 이 사람이 찾아온 이유는 물론 라라 때문이었지. 그는 여전히 라라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어. 그는 극동 지방으로 떠나는 데 같이 가자고 했어. 왜냐하면,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 잡혀가고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라라의 남편 빠샤 기억하지? 그가 스뜨렐리니꼬프라는 가명으로 혁명 전사로 활동했다고 했잖아. 그런 그가 일이 잘못 꼬였는지 반역군으로 몰리게 되었다는 거야. 그런 사람의 아내인 라라도 무사할 수 없었다는 거야. 그리고 유리는 빨치산 부대에서 탈영한 신세니까 그 또한 보호해 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말이야. 라라는 유리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고, 유리는 당연히 꼬마로프스키의 제안을 거절했지. 유리와 라라그들은 유랴찐에서 얼마를 더 지내고, 안전을 위해서 바리끼노로 가기로 했어.

그곳은 예전보다 더욱 황망했어. 주변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밤에는 늑대까지 나타났어. 그리고 또 얼마 뒤, 다시 꼬마로프스키가 왔어. 그는 유리와 단 둘이 이야기를 하자고 했어. 그리고 스뜨렐리니꼬프의 사망 소식을 전했어. 이제 라라도 안전하지 않다고 했어. 유리가 거짓으로라도 같이 가겠다고 해야만 라라를 안전한 곳으로 보낼 수 있다고 했어. 유리는 어쩔 수 없었다 생각했지. 사랑하는 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말이야. 그래서 그는 곧 뒤따라 가겠다고 하면서, 라라와 꼬마로프스키를 먼저 보냈단다. 그렇게 라라를 보내고 나서, 유리는 바리끼노에 혼자 남아서 괴로워했어. 라라와 이별은 그를 폐인으로 만들었어. 혼자 남은 유리는 라라를 위한 시를 쓰기도 했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그러던 어느날 바끼리노에 손님이 한 명 찾아왔어. 죽었다고 하는 스뜨렐리니꼬프. 그래, 라라의 남편.. 그가 찾아왔어. 여전히 쫓기는 몸이었어. 유리와 스뜨렐리니꼬프. 그들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라라 뿐이었어. 그들을 서로 자신만이 소유하고 있던 라라와의 추억을 공유했단다. 그리고 하룻밤을 묵은 스뜨렐리니꼬프. 다음날 아침 자살한 채 발견되었단다. 자신의 강한 신념으로 사랑하는 이까지 버려야 했던 스뜨렐리니꼬프. 그의 삶 또한 기구한 삶이 아닐 수가 없구나.

  

3.

시간을 지나고, 8년이 지났어. 유리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었어. 그보다 훨씬 전에 또냐와 장인어른은 프랑스로 망명한 상태였고, 유리한테도 오라고 했지만, 유리의 신분으로는 그것이 어려운 일이였어. 8년이라는 시간은 유리를 또 다른 사람의 남편으로 만들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오직 한 여인 뿐이었단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그리면서 살았기에, 그 그리움이 그의 몸마저 상하게 한 것 같았어. 그는 심장 질환을 겪고 있었고,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장례식그곳에 라라가 참석했어. 당시 라라가 모스크바에 있었던 거야. 어쩌면 유리가 죽기 전에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장례식 이후 라라의 행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대. 그리고 시간이 또 한참 흐르고 나서, 유리의 이복동생은 유리와 라라의 딸을 만나게 되었단다. 유리와 라라의 사랑이 그냥 헛된 것만 아니었던 거야. 그들은 사랑스러운 딸이 있었던 거야. 그들은 비록 가고 없지만유리의 이복동생은 그녀에게 유리가 남긴 시집을 전해 주었어. 소설은 유리가 남긴 시집의 전문을 실으면서 끝을 맺었단다.

휴… 아빠가 이야기하긴 했는데, 제대로 이야기를 전달했는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유리와 라라. 그리고 러시아의 혁명이라는 대서사시를 전달하기에는 아빠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빠가 다시 이 소설을 읽을 날이 올지 모르겠구나. 가까운 시일에 영화 <닥터 지바고>를 봐야겠구나.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한 1965년 작품이 유명하지만, 2000년대에 아빠가 좋아하는 키이라 나이틀리라는 여배우가 라라 역할을 맡은 <닥터 지바고>도 있더구나. 두 작품을 모두 보고 싶구나. 소설과 비교하면서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의 내용이 아빠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봐야 할 텐데서둘러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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