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새발 예술 인생 - 나는 이하입니다
이하 지음 / 썰물과밀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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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헌책방을 가끔 가곤 한단다. 알라딘 헌책방이 생긴 이후로는, 그곳을 많이 애용해. 알라딘 헌책방이 기존의 영세 헌책방을 죽인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고, 어느 정도 공감도 하긴 하지만, 사실 알라딘 헌책방은 기존의 헌책방의 상식을 깨고 양질의 책 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도 너무 깨끗하다고 보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곳을 더 찾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더구나. 이 책은 그 알라딘 헌책방에서 만난 책이야. 그래서 잠시 알라딘 헌책방 이야기를 한 거란다.

헌책방의 매력은 예상치 못했던 책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 특별히 꼭 필요한 책이 필요하다고 하면 새책을 사야겠지만, 헌책방에서는 생각치 못했던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단다. 마치 보물을 찾은 느낌이라서, 그런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아빠는 헌책방을 즐겨 찾아. 아빠가 생각하기에 헌책방은 사람이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책이 사람을 고른다고 생각해..

아빠가 얼마 전에 알라딘 헌책방에 갔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어. 이 책에 호기심을 가진 것은 바로 지은이 때문이야.

이하.

예전에 김어준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초대손님으로 나왔는데, 정치인 풍자 포스터를 많이 그린 사람이고, 그 일로 인해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는 일도 많다고 했어. 그 사람이 그린 그림들은 속 시원하게 해주는 그림이 많았단다. 그렇게 알게 된 이하라는 작가의 책이라고 하니 손이 갈 수 밖에 없었어.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책이었어. 그가 직접 그린 그림들. 팟캐스트에서 봤던 그림들도 많았어. 약간은 엉뚱한 그의 행보들... 저자 소개에 나온 그가 한 퍼포먼스를 보면 대략적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갈거야.

2014 10 20일 미친 정부 수배전단 광화문 살포

5 19일 개판 박근혜 스티커 부착

5 5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추모 포스터 부착

3 9일 뉴욕 스코프 아트 쇼, 눈물 시리즈 포스터 부착

2013 11 17일 서울 지하철, <댓글 박근혜, 종북 김정은> 포스터 4천 부 배포

11 1일 서울 지하철, <조선구보(朝鮮口報)> 1만 부 배포

2012 12 4일 투표 독려 포스터 부착

11 6~9일 문재인 & 안철수 포스터 부착

8 27일 일본대사관, 독도 및 정신대 항의 포스터 부착

6 28일 부산 시내, 박근혜 포스터 부착

5 17일 연희동 일대, 전두환 포스터 부착

1 3일 종로 2, 노무현 포스터 부착

2011 12 15일 종로 2, 박정희 & 김일성 포스터 부착

12 8일 종로 일대, 이명박 포스터 부착

...

, 이 정도면 검찰에서 그를 쫓지 않은 게 이상하겠지? 그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졸업하고는 회사를 다니다가 영화를 배우러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다시 미술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그는 주로 팝아트 분야의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유명한 상도 받은 실력자라고 하는구나. 그가 우리나라에 다시 전시하러 왔다가 눌러앉았대. ?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서... 자신도 작은 힘을 보태보겠다고.. 정치인 풍자 포스터로 권력에 저항하는 예술가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의 그림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볼 수 있고, 이 책에 잔뜩 있으니까 언제든지 볼 수 있단다.

 

 

1.

이 책의 대부분은 그의 그림 일기로 채워져 있단다. 그리고 그 일기는 2014년에 쓴 일기들이란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글도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 시스템과 정치,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인 그의 생각을 그림과 함께 적은 글들이 대부분이었어. 그때나 지금이나 '헬조선'이라는 곳에서 다들 힘겹게 살고 있지만, 2014년은 너무나 큰 사건이 있어서 감히 다른 해와 비교할 수가 없구나. 아직도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아직도 아무도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있는 사건. 사고가 아닌 사건.. 바로 세월호. 누군가는 이젠 그만 이야기하자고 한단다. 하지만, 뭘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그만 하지. 가장 책임을 져야  정부가 외면을 하고 있는데, 외면을 하지 말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니? 아빠도 사실 그만 이야기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 하지만 그 이유는 그들과 달라. 그 세월호 사건만 생각하면 아빠도 가슴이 답답해오니, 그 배 속에서 죽어간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너무 불쌍하거든. 아빠도 늘 불편해져. 더욱이 회사일을 핑계로 아빠도 행동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 미안함이 자꾸 들어. 그래서 그만 생각하고도 싶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그 사건을 잊는다는 것은 우리가 지는 것이란다. 언젠가는 그 진실이 모두 밝혀지고, 잘못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중죄를 받아야만 다시는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단다. 세월호가 그렇게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니 그와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잖아. 세월호 사건으로 혼란스러웠던 대한민국. 그래도 우리나라.

그곳에서 작가 이하는 그림을 그렸단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잘못된 정부를 비판하고 저항을 했어. 그는 왜 그랬을까? 그는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한거야. 예술가는 그림과 싸우는 것이 아니고 자기 인생과 싸우고, 세상과 싸워야 한다고 했어. 그것이 그가 권력의 두려움을 알면서도 권력에 저항하는 이유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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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예술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세상의 중심은 세상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의 역할은 따로 있다. 예술은 세상을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만 주면 된다. 풍부함은 그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킨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는 누구보다 공부를 해야 하고, 도를 닦아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과 싸워야 하고 세상과 싸워야 한다.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예술가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작품을 할 수는 없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거대한 산이 되어야 하고 하늘이 되어야 한다. 수도승 같은 철학자가 되어 세상 발전에 꼭 필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세상의 냉대도 있고, 대중의 손가락질도 받아야 하고, 가족이나 친지의 잔소리도 견뎌야 하며,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고, 끝없는 실패도 맛보아야 한다. 그렇게 거장 예술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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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은이 이하는 대놓고 자신을 노빠라고 이야기한단다. 그것은 아빠와 상통하는구나.^^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아빠랑 생각이 같은 부분들이 많았거든. 물론 아빠와 같은 범인이 그런 명작가를 쉽게 만날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의 전시회를 한번 가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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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조선 건국 이래 6백 년 동안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 어떠한 부정과 불의가 저질러져도, 강자가 약자를 짓밟아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감고 귀 막고 비굴하게 살아야만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있었던 6백 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출마 연설 중

반역의 현대사… 동학군은 반란군으로 불렸고 독립군은 테러 분자로 불렸고 반독재 투쟁은 빨갱이로 불렸고, 현재는 노빠로 불립니다. 내가 ‘노빠’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름, 그 이름 노무현. 당신과 함께했던 시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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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린 노무현의 사진과 함께 위 글을 읽는데, 아빠도 울컥했단다. 노무현과 같이 아빠가 다시 열의를 다해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나올까? 하는 생각과 함께…

 

 

3.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란다. 그럼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인가? 라는 질문에는 의문부호를 붙이는 세상이 되었단다. 지은이도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이고, 권력자를 뒷담화 깔 권리가 있다고 한단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누구나 권력자를 흉보고 욕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단다. 하지만 요즘 그렇지 못한단다. 이하는 이야기한단다. 정치를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가의 특권리하고. 예술가는 누구보다 자유의 영혼을 소유한 사람들이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가 그들의 자유를 막겠는가? 그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단다. 얼른 그가 검찰에 쫓기지 않고, 법원 출두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정치 풍자를 그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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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정치를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가의 특권이다. 우린 자유로운 사람이므로 예술가는 자유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성공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와 사상이 서로 공존하며, 서로 존중해 주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예술 작품이 사랑받으며, 어떤 탄압도 없다. 민주주의가 덜 성숙한 사회라면 예술가가 나서야 한다. 어떤 불편함에도 굴하지 말고 과감하게 세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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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조선 건국 이래 6백 년 동안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 어떠한 부정과 불의가 저질러져도, 강자가 약자를 짓밟아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감고 귀 막고 비굴하게 살아야만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있었던 6백 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 출마 연설 중
반역의 현대사… 동학군은 반란군으로 불렸고 독립군은 테러 분자로 불렸고 반독재 투쟁은 빨갱이로 불렸고, 현재는 노빠로 불립니다. 내가 ‘노빠’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름, 그 이름 노무현. 당신과 함께했던 시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396)
정치를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가의 특권이다. 우린 자유로운 사람이므로 예술가는 자유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성공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와 사상이 서로 공존하며, 서로 존중해 주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예술 작품이 사랑받으며, 어떤 탄압도 없다. 민주주의가 덜 성숙한 사회라면 예술가가 나서야 한다. 어떤 불편함에도 굴하지 말고 과감하게 세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다.

(312)
예술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세상의 중심은 세상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의 역할은 따로 있다. 예술은 세상을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만 주면 된다. 풍부함은 그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킨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는 누구보다 공부를 해야 하고, 도를 닦아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과 싸워야 하고 세상과 싸워야 한다.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예술가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작품을 할 수는 없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거대한 산이 되어야 하고 하늘이 되어야 한다. 수도승 같은 철학자가 되어 세상 발전에 꼭 필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세상의 냉대도 있고, 대중의 손가락질도 받아야 하고, 가족이나 친지의 잔소리도 견뎌야 하며,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고, 끝없는 실패도 맛보아야 한다. 그렇게 거장 예술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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