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5)
“결혼을 잘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네 방법도 나쁘지
않아. 어떻게든 돈 많은 남편을 구하겠다든지, 시집을 꼭
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면 나라도 그런 방법을 택했을 거야. 하지만 언지의 감정은 그런 게 아니야. 언니는 계획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 언니는 지금 자기가
그 남자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 건지, 그런 감정이 바람직한 건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단 말이야. 언니가 그 남자를 안 지 고작 보름밖에 안 됐어. 메리턴에서 그분과
네 번 춤을 추었고, 그 사람 집에서 아침에 한 번 본 적이 있고, 그
후로 네 번인가 같이 식사를 했지. 그 정도로 언니가 그 남자를 파악할 수는 없는 거잖아.”
(106)
사실 제겐 배려심이 부족합니다.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기엔
너무 고집이 세죠. 저는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부족한 점을 빨리 잊지 못합니다. 저에게 무례한 사람들의 행동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 감정을 없애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더군요. 저는 남을 잘 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한번 잘못 본 사람은 끝까지 좋아할 수가 없으니까요.”
(238)
아까 다른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지?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나도 알아. 그렇지만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그 사람에게 실망했다는 말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말아 줘. 그쪽에서 고의적으로 우리에게 상처를 준 거라고 생각하진 말자. 그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야.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가 항상 신중하고
사려 깊은 행동만 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거잖아. 자신의 허영심 때문에 스스로 속는 일도 많을
거야. 여자들이 남자들의 관심을 너무 부풀려서 받아들이는 게 문제야.”
(271)
숙모, 정말 너무 기뻐요! 숙모는 제게 새로운 활기와 생기를 선사해 주셨어요. 절망과 우울은
이제 그만 안녕을 고해야죠. 바위와 산 같은 자연에 비하면 남자 따위는 하잘것없는 존재예요. 정말 멋진 여행이 될 거예요. 우리는 자기가 무얼 봤는지 제대로
설명도 못하는 여행자는 되지 말아요. 우리가 갔던 곳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훤히 꿰고 있어야 해요. 호수와 산과 강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엉키게 해서는 안 돼요. 어느
곳의 경치를 묘사할 때도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말씨름을 해서는 절대 안 되죠.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자기감정에 빠져서 지루한 여행담으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그런 여행자가 되면 절대 안 돼요.”
(599-600)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그런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협박에 겁먹어서 부당한 일에 응하지는 않습니다. 영부인께서는
다아시 씨가 따님과 결혼하기를 바라시지만, 제가 원하시는 확답을 드린다고 해서 두 사람의 결혼 가능성이
커지는 건 아니겠죠. 그분이 제게 마음이 있으시다면, 제가
그분의 청혼을 거절했다고 해서 따님에게 청혼을 할까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영부인꼐서 제게 이런 부탁을
하시는 것부터 상식에 어긋난 일이고 더욱이 그런 부탁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전혀 설득력이 없군요. 제가
이런 논리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저를 대단히 잘못 보신 겁니다. 조카분께서 영부인이 이 문제에
관여할 권리는 분명 없으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더 이상 이 문제로 절 괴롭히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